<아미쿠스 모르티스>1회 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친구

기린
2019-10-23 14:56
192
  1. 리 호이나키

오래 전 녹색평론에서 펴낸 리 호이나키의 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를 샀다. 몇 쪽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계속 꽂혀 있는데 제목을 볼 때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만 되뇌었다. 그러다 이번에 양생 세미나에서

다시 이 저자를 만났다. 읽어나갈수록 내공이 깊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치의 절친이란다.

그 사람을 알려면 친구를 보라고 했던가, 뜻을 함께 한다는 동지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우정이다.

 

2. 죽음을 성찰하다

호이나키는 이 책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병에 걸리고 그것과 직면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 동생 버나드, 친구인 제리 -4부까지에 나온 인물들이다.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면 일리치가 병과 함께 사는 이야기도 자세하게 나온다 . 호이나키는 이들이 자신의 병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그 이해의 결과로 맞이하는 죽음의 모습을 기록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호이나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고 한다.

호이나키는 이 경험을 통해 테크놀로지에 지배당하는 죽음을 비판하고 있다. 평생의 자율의 삶을 실천했던 아버지가 병이 걸리고 병원 시스템에 들어 간후 "오직 의학 치료에 소비되고 고통받기에 알맞은 피조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동생 버나드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처음에는 의사의 치료를 택했으나 점점 그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와 의연하게 죽음의 과정을 거쳤다. 젊은 시절 함께 활동했던 친구 제리는 외진 인디언 마을을 거쳐 센터로 옮기는 삶을 이어가며 모든 애착으로부터 떠나 자유롭게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았다.

호이나키 아버지가 도달한 죽음은 건강하던 때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뀌어 버리는 과정이었다. 본인이 결코 원하지 않는 방식의 죽음 말이다. 병을 진단받고 병원에 자신을 맡긴 결과였다. 병을 알고 병원에 의존하지 않기가 거의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서 그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결과처럼 여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호이나키는 친구 제리가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성찰하며 '필요'에 대한 일리치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제리에게 좀 더 깊은 무엇인가를 배웠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이제, 오늘날의 필요가 지닌 성격에 대한 일리치의 통찰은 그의 글에 담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말하는 자유가 피상적이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믿었다.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가장 자유가 부족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주제는 현대의 미신과 필요의 중독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필요에 대한 일리치의 통찰을 이해하지 못하면 집착을 버리고 살기 힘들다. 즉 모든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정말 자유로워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이다."(141)

 

일리치의 통찰을 이해하는 방법? 호이나키는 이렇게 답했다.

"일리치의 말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의 차원, 즉 앎의 차원과 삶의 차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호이나키는 주변에서 겪은 죽음의 방식을 성찰하면서 일리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3. 양생세미나

양생? 삶을 기른다? 좋은 삶? 좋은 삶도 잘 모르는데 죽음이라고?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한다고 했던가. 이차저차 시즌3까지 오니 삶의 과정과 죽음의 과정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 라는 통찰? 아직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라도 읽고 생각해보다보면 예고없이 태어나는 것처럼 예고 없이 죽음이 닥치더라도 조금 덜 당황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어볼 뿐. 아직 삼분의 이가 남은 책에서 '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친구'와는 어떤 우정을 나누는지도 궁금하다^^

 

댓글 3
  • 2019-10-23 15:01

    아미쿠스 모르티스 참 좋은 책이야! 발견의 기쁨을 주는 책이고 담백한 글쓰기의 맛을 일깨워주는 책이야. 지난 토욜 저녁 친구들로부터 욕을 한바가지 먹은 나에겐 약이 되는 책이네...

    • 2019-10-24 09:19

      "아미쿠스 모르티스 참 좋은 책이야! "
      미 투...야요^^

  • 2019-10-23 16:14

    계속해서 읽기가 지연된 책 중 하나였음.
    책이 좀 누렇게 변했지만 내용이 주는 감화가 남달라서
    이제라도 읽게돼서 얼마나 좋은지...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글쓰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림]
[알림] [인문의역학 세미나] 긴급알림-첫 시간은 비대면으로 진행 (1)
둥글레 | 2021.02.14 | 조회 179
둥글레 2021.02.14 179
[알림]
[알림] [인문의역학 세미나] 첫 시간 공지입니다 (2)
둥글레 | 2021.02.04 | 조회 258
둥글레 2021.02.04 258
385
<인문의역학>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3회차 후기 (5)
라라 | 2021.03.30 | 조회 46
라라 2021.03.30 46
384
동의보감 1장-정,기,신 발제 (1)
보리 | 2021.03.30 | 조회 29
보리 2021.03.30 29
383
[인문의역학 세미나] 『몸, 국가, 우주 하나를 꿈꾸다』7-1장 발제 (1)
루틴 | 2021.03.23 | 조회 30
루틴 2021.03.23 30
382
[인문의역학 세미나] 『몸, 국가, 우주 하나를 꿈꾸다』2번째 시간 후기 (4)
둥글레 | 2021.03.21 | 조회 65
둥글레 2021.03.21 65
381
[인문의역학 세미나] 『몸, 국가, 우주 하나를 꿈꾸다』4, 5장 발제 (1)
둥글레 | 2021.03.16 | 조회 85
둥글레 2021.03.16 85
380
인문의역학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1회 후기 (5)
보리 | 2021.03.14 | 조회 109
보리 2021.03.14 109
379
인문의역학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1,2장 발제
보리 | 2021.03.09 | 조회 83
보리 2021.03.09 83
378
<인문의역학 세미나> '똥꼬 차여서 쓰는' 대칭성 인류학 후기 (3)
모로 | 2021.03.09 | 조회 107
모로 2021.03.09 107
377
<인문의역학> 대칭성 인류학 3회차 후기 (1)
루틴 | 2021.03.05 | 조회 135
루틴 2021.03.05 135
376
<인문의역학> 대칭성 인류학 3회차 발제
루틴 | 2021.03.02 | 조회 66
루틴 2021.03.02 66
375
인문의역학-<대칭성 인류학> 2회 후기 (6)
기린 | 2021.02.24 | 조회 144
기린 2021.02.24 144
374
[인문의역학 세미나] <대칭성인류학>> 첫 시간 후기 (5)
둥글레 | 2021.02.23 | 조회 126
둥글레 2021.02.23 126
373
<대칭성 인류학>2회차 발제
라라 | 2021.02.23 | 조회 60
라라 2021.02.23 60
372
<아미쿠스 모르티스> 2회 - 우리가 싫어하는 말들, 도덕-금욕-전통-초월
둥글레 | 2019.10.30 | 조회 186
둥글레 2019.10.30 186
371
<아미쿠스 모르티스>1회 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친구 (3)
기린 | 2019.10.23 | 조회 192
기린 2019.10.23 192
370
<<근사한 양생 세미나>> 세 번째 시즌 : 10월 11일 시작 (4)
둥글레 | 2019.09.30 | 조회 637
둥글레 2019.09.30 637
369
<몸의 노래> 3부 후기 (2)
새털 | 2019.08.25 | 조회 206
새털 2019.08.25 206
368
<몸의 노래> 2부 후기 (1)
도라지 | 2019.08.23 | 조회 211
도라지 2019.08.23 211
367
<몸의 노래>1부-박동과 맥은 같은가? 다른가? (4)
기린 | 2019.08.14 | 조회 296
기린 2019.08.14 296
366
<<의학이란 무엇인가?>> 4회차 발제
둥글레 | 2019.07.26 | 조회 164
둥글레 2019.07.26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