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영화감상 후기

김정선
2013-12-23 22:17
2283

엔딩노트(エンディングノート, Ending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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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본어강독 세미나에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영화감상이라 실은 좋았습니다. 다큐라는 말을 듣고 게다가 제목이 죽음과 관련이 있어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스크린을 보자 이내 기대를 하게되었어요.



엔딩노트라는 영화는 막내딸이 위암 말기 선고를 받은 아빠(스나다 토모아키)의 마지막을 기록으로 남긴 영화였습니다. 아빠는 죽음을 준비하며 실제로 엔딩노트를 작성합니다. 그의 엔딩노트에는 장례식관련, 유산등의 처리에 대해 그리고 아내와 손녀들에게 당부말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나래이션은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막내딸 스나다 마미의 목소리를 빌린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어느덧 저는 죽음을 준비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고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의 가족이 되어있었습니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 6개월 정도를 to do list 로 정리합니다.



to do 1. 神父を訪ねる(신부를 만난다)


그는 가장 먼저 장례식을 어떻게 할까란 생각이었나 봅니다. 

일본사람들이 흔히하는 절에서의 장례식보다는 성당에서의 장례식이 더 조용하고 돈도 적게 들어가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세례를 받아야하기에 가톨릭사제를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막내딸이 가톨릭신자여서 그 영향도 아마 있었겠지요. 

그는 어쩌면 장례식을 핑계로 신에게 의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약한 모습일까요? 

그런데 전 이제 제가 약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to do 2. 気合を入れて孫と遊ぶ(힘내서 손녀들과 논다)


그는 손녀들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암선고를 받았지만 손녀들과 열심히 놀아줍니다. 

왜일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항상 손주들에게 관대합니다.



to do 3. 自民党以外に投票してみる(자민당 이외의 당에 투표한다)


한국도 어르신들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듯이 일본도 비슷한가 봅니다. 

그래도 죽음앞에서 유연해지는 그의 생각이 보기 좋았습니다.



to do 4. 葬式をシミュレーション(장례식을 시뮬레이션)


그는 조촐한 장례식을 바랍니다. 

그래서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은 친한사이로 정합니다. 부의금은 받지 않고요. 

꼼꼼하게 명단을 컴퓨터에 정리하고 백업까지 시켜놨습니다.



to do 5. あわび、母(전복, 엄마)


94세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과 여행을 갑니다.

가장 먹고싶은 전복스테이크를 다시 한번 먹어보고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죽음을 알리고 가톨릭 세례를 받는다는 것을 허락받기 위함입니다.



to do 6. 式場の下見をする(식장 견학한다)


장례식장을 미리 가봅니다. 식장을 둘러보는 건 결혼식 이후 처음이라는 농담을 하면서 말이죠.



to do 7. もう一度孫と会う(다시 한번 손녀와 만나다)

빨리 진행된 암의 전이. 얼마 남지 않은 그를 위해 미국에서 아들가족들이 옵니다. 백일 갓 넘은 세째 손녀도.


to do 8. 孫に挨拶(손녀와 인사),母に電話(엄마와 전화), 親友と談笑(친한 친구와 담소),息子に継ぎ(아들에게 인계)


입원한 그는 가족들과 인사를 한다. 손녀들과도 가장친한 친구와도..

어머니께는 엄마보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다 고맙다고 전화로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가 죽음을 앞두고 정리했던 모든 것을 장남에게 인계합니다. 잘 모르면 전화하라는 유머도 함께요.



to do 9. 洗礼を受ける(세례를 받는다)

웅장하고 성스러운 세례식을 상상했지만 입원해있던 그는 막내딸로부터 세례를 받습니다.


to do 10. 妻に(初めて)愛してると言う(아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죽음이 바로 문앞에까지 왔습니다. 

아내와 단둘이서 은밀히 할 말이 있다는 그는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아내는 같이 가고싶다고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진작 알았더라면 더 잘했을텐데 미안하다...


그렇게 그는 떠나갔습니다.


죽음을 이렇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함께 그의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죽는 사람에게도 보내는 가족들에게도...


이영화의 주인공의 죽음과는 너무도 다르게 저는 작년에 오빠를 급작스런 사고로 보냈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너무도 아픈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많이 아퍼합니다. 

오빠가 남긴 것은 무엇이되었던 그것에서 오빠의 마음을 알고 싶었습니다. 

오빠는 죽기전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지 

왜 오빠가 그렇게 일찍 가게되었는지 신께 수도없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요 인간사에 설명될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합리적인 이유를 묻는 제가 어리석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오빠의 죽음은 저로하여금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빠의 죽음의 의미를 한가지지만 겨우 찾아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죽음의 준비는 건강할 때 그리고 바로 지금 해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사랑한다 말하고 더 잘해줄걸 후회하기보다는 평상시 서로 사랑해주었으면 합니다.

가족의 굴레에 서로 옭아메라는 얘기는 아니고 함께 하는 시간을 잘 보냈으면 합니다. 

회사일때문에 명절때나 가족들이 어쩌다 모이는 행사에 안가곤 했던 저는 오빠를 보내고 많이 후회했습니다. 

그만큼 함께한 추억이 없어서 가슴 아팠습니다. 



잘 죽는다는건 어쩌면 죽음의 형태는 아닌것 같아요.        

사고사든 병사든 노환이든 우린 죽게 되어있습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하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일상에 집중해서 사는 거죠. 

거기에 욕심을 더 내 본다면 죽음의 준비를 평상시에 해두고 언제든 죽어도 되는 그런 마음으로 가족과 사랑을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댓글 6
  • 2013-12-24 12:29

    김정선님, 오랫만에 일본어강독에 새로이 오신 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본어를 일터에서 많이 써보신 분이라 일본어강독팀에 새로운 원군이 생긴 느낌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오시는 날에 영화를 보고 그것도 후기를 써달라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시고 바로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영화보면서 계속 눈물나왔는데

    뒤에서 계속 훌쩍이는 소리에 뒤돌아보지도 못했어요.

    정선씨였군요...

    그런 슬픈 일이 있었군요...

    저도 친정엄마를 보낸 일이 자꾸 떠올라...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답니다.

    우리들 모두 각자의 아픔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살아있는 이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하고 바래봅니다.

    담엔 수업 끝나고 같이 밥먹고 가세요~^^

  • 2013-12-24 19:48

    이런이런 전  あやび 를  왜 おわび 로 봤을까요?  친절하게 요요쌤께도 알려드렸는데 ㅎㅎ

    어쨌든 새로운 분이 오셔서 참 반가웠어요. 첫 날부터 본의아니게 눈물의 환영식이 되어버렸지만요^^

    • 2013-12-26 00:33

      오타에요 …あわび가 맞아요 ...수정했어요 ㅠㅠ

  • 2013-12-25 20:32

    김정선님이 함께 하게 되어 마음든든해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 2013-12-26 19:17

    정선씨~ 연락처좀 알ㄹ려주세요~

    010-4538-4043 바람~ 채현숙

  • 2013-12-29 23:45

    다들 아픈 사연이 하나씩 있는거 보면 사는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몸이 아프기 전에 이런 준비를 하는거 괜찮은 것 같죠? ^^

    정선씨 반갑고 든든해서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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