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루저> 후기
청량리
2017-11-12 16:34
465
어느 새 제법 살아가고 있다
- 영화 '럭키 루저'를 보고
글 : 청량리
이번 10월 기획전은 문탁 내 ‘청년예술 프로젝트팀 4MW’이 특별 큐레이터로 합류하였다. 각각 3편의 영화에 대한 선정과 소개를 맡아서 해 주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그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리라. 특히 마지막 상영작은 감독인 영혜샘이 만든 ‘연옥샘(새털)’과의 인연으로 우리는 미개봉 영화인 ‘럭키 루저(2017)’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될 기회가 있었으나, 영화제 쪽에서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편집을 요구했다. 그래서 감독인 영혜샘은 과감히 편집수정본 제출을 거부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동안 묵혀둔 영혜샘의 영화는 오늘 ‘시네마 드 파지’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는 다큐영화다. 그러나 감독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의 찌질한 모습(만)을 담았다. 편집본이 대략 1시간 30분 정도인데, 그 동안의 촬영분량은 약 영화 200여 편에 가깝다. 이 영화에는 3가지 버전의 편집본이 있는데, 우리가 본 것은 3번째 편집본이다. 결국 감독은 자신의 찌질한 모습들이 담긴 필름을 600편 넘게 보고서야 1편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찌질함을, 그때의 유치한 시간들을, 그때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있는지. 때문에 굳이 제목이 ‘루저라도 괜찮아’든지, ‘루저가 뭐 어때서’ 등의 ‘위로’적 제목일 필요가 없다. 감독에게는 그 시절의 자신을 필름으로 만났던 것이 그야말로 ‘럭키’했던 것이다.
첫 공개상영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8년간 소중히 간직했던 나의 찌질함과 감독은 이제 작별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도 악담인지, 덕담인지 ‘이깟 영화, 이제는 그만 놔주라’고 조언해 주지만, 감독의 눈치를 보아하니 아직 쉽게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8년 전 영화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말은 안 했지만, 영화 속의 ‘김조’와는 이미 조금씩 이별하는 듯하다. 그 이별을 응원하는 이유는 다음 차기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혜샘, 파이팅~~
나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제법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껏 어리숙해 많이 헤매고 흔들려 떠돌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다른 하루 새로운 시작
땅 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 시와, '나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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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 2020.10.02 | 313 |
이날 나는 사실 걱정이 좀 많았다.
영혜샘을 잘 모르는 문탁식구들이 영혜샘의 자전적인 영화를 어떻게 감상할까?
우리의 거리는 멀어질 것인가 가까워질 것인가...조마조마 두근두근했다.
결론은....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다행이고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는 내 찌질의 역사를 떠올렸다.
찌질의 역사 없이 나이를 먹어갈 수 있을까?
찌질한 그 놈 없이...
우린 서로의 찌질함의 목격자들이 아닌지^^
최근에 푹 빠진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Changes'의 가사 중에서,
"Time may change me But I can't trace time"
시간은 우릴 변하게 하지만 우린 시간을 따라 잡을 수는 없죠.
지나온 시간만큼 우리는 어쨌건 변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시간들은 이미 우릴 떠났겠죠.
영혜샘 영화가 무엇을 건들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좋았습니다.
화면 속에서 보인 불만에 가득찬 김조의 모습, 고뇌하는 모습, 가족과 싸우는 모습...
그 나이 때 내 모습과도 다르지 않았고
내 자아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영혜샘의 앞으로의 행보에 애정을 보냅니다!!
p.s. 이번 기획은 정식화한다면,
프란시스 하 + 에드우드 = 럭키루저
영화의 템포가 좋았어요.
적당히 촘촘하다고 할까?
마구 서두르지도 늘어지지도 않았던.^^
요즘 한없이 찌질한 제모습에 막 멀미가 나던 때,
딱 그렇게 힘들 때 봐서 그런가. 괜히 위로 되더라구요.
좋은 영화 감사했습니다~
영화보고 나서 영혜샘이 다큐도 결국 픽션이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삶이 그런건가봐요.
우린 끊임없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을 만들면서 살아가는구나..
영화만 편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영화 속 김조를 떠나 보내고, 다른 영화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결혼하고나서 작품활동이 더 활발해진 여성감독 중 하나가 되시기를.. 홧팅!
짠내가득했지만 이상하게 자주 웃게 되는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같았다.
응원할 것이다. 영혜샘이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기를.
and .... 파시사유가, [필름이다]가 영혜샘과 자꾸 자꾸 엮여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