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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특강-한국장애인들의 투쟁 형상은 어디서왔는가 후기(2)

수띠청
2023-08-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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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샘 강의 줌 화면에 '셋' 이 앉아 있는 건 우리, '수띠청'이  유일했다. 

 

우리는 영화인문학 사전세미나를 하는 중이었고, 그날은 칠 주차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다. 요즘 우리가 공부하는 건, 이름만 들어도 들들 떨리는 ‘들뢰즈’의 <시네마>를 중심으로 한 영화철학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고병권샘 강의 후기에 길게 쓰는 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문탁 내 장수세미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영화인문학'에 대한 깨알 홍보와 최근에 접하게 된 들뢰즈가 말하는 ‘불가능성’ 혹은 ‘상호의존성’ 등이 이번 고병권샘의 강의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우리 셋이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업무 때문에 우연히 최근에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출정식에 다녀왔다.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가 주최하는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대회다. 올해는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다. 당황스러웠던 건 식순에 있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정말로 자리에 일어서서 진행했다는 거다. 하지만, 여기 모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회에 나가면 경기에 이겨서 제일 위에 태극기를 올리고 싶고,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싶을 거라 생각되니 한편 이해도 됐다. 이들 시각장애인 국가대표들은 ‘태극전사’니까.

 

하지만 고병권샘 강의에서 만난 열사들 중 그런 전사나 영웅은 없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열심히 운동하는 장애인들도 있지만, 전태일 열사 유서에 나오는 '부스러기'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삶'은 그들이 애도하는 열사들의 '죽음'을 닮아있다. 

 

전장연 연대투쟁이 나갈 때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 문득 나의 그런 모습에 화들짝 놀란다. 평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면서 왜 여기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은 무엇일까? 고병권샘 강의를 들으면서 그날 영화인문학 세미나 때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믿을 것, 또 다른 세계가 아닌 인간과 세계의 관계, 사랑 혹은 삶을 믿을 것, 불가능성을 믿듯, 사유할 수 없지만 그러나 사유될 수만 있는, 이 사유할 수 없는 것을 믿듯 그것들을 믿을 것. 바로 이러한 믿음이 부조리의 이름으로, 부조리에 의하여, 비사유를 사유의 고유한 역량으로 전환시킨다."(들뢰즈, <시네마2> p.335) 이때 믿음은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다르게 사유하는 일이고 상호연대를 만드는 힘이다. 윤리적 관계는 사유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러 욕먹으면서 한다는 장애인 지하철투쟁이 오히려 사람들의 편견을, 다른 장애인들의 오해를 강화시키는 건 아닌지 염려도 있다. 그러나 자립이라는 어떤 상에 빠지지 말고, 사실은 잘 의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게 중요한 건 아닐까 싶다. 

 

고병원샘 강의는 참 좋았다. 근데 좋은 ‘강의’에는 후기 쓰기가 어렵다. 강의내용을 소화하기도 어려운데, 그걸 다시 되새김질하여 또 무언가를 쓴다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뭔가 느낌은 남아 있는데, 그래서 강의가 참 좋은데, 그걸 아직은 뭐라 정리할 수가 없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 느낌적인 느낌, 무언가 표현하기 어려운,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상태, 뭔가 찌리릿 오면서, 이게 뭐지? 하는 이 순간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 머뭇거림이 또다른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댓글 2
  • 2023-08-13 09:36

    저와 영이, 메론이도 '셋'이 앉아있었어요!ㅎ

    • 2023-08-14 10:02

      아니! 이럴수가. 난 분명 둘로 보았는데, 메론님은 어디 계셨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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