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야전과 영원 제 1부 제 2장 제10절(p.93-p.98)

썰매
2014-09-21 22:46
353

       그리고, 라캉이 여기에서 중첩시키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즉, 말 혹은 이름이라는 것은 애당초 「부재 그 자체의 현전」이다, 라는 헤겔적인 논리다. 세미나 제1권에 수록된 54년 5월 11일 회합에서 라캉은 바로 이 「Fort Da」의 「대상의 현전과 부재」를 「기호, 생명을 뺏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연결 지으면서, 그 직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끼리』라고 말한 덕에, 코끼리가 그곳에 확실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더욱이 그곳에 있을 한 마리 한 마리의 다른 코끼리보다 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가 코끼리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실제로 그곳에 코끼리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137」. 참가자인 이폴리트(Jean Hyppolite, 프랑스 헤겔학자) 가 그 자리에서 「그것은 헤겔적인 논리입니다」라고 발언에 응대한 것처럼, 이것은 헤겔에서 유래한 명명논리다. 라캉은 이것을 간결하게 요약하여 말한다, 「명명(命名)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사물의 파괴이고, 또 동시에 사물에서 상징적 평면으로의 이행이다. 그로 인해 인간 자신의 영역이 만들어질 수 있다138」라고. 즉, 인간이 코끼리를 코끼리라 부르는 순간, 코끼리는 코끼리라는 이름이 부여되기 전의 무구한 「무언가」인 것을 멈춘다. 이것이「사물의 살해139」라고 하는 것이고, 이 명명(命名)이라는 상징적 살해에 의해, 코끼리의 실재는 「코끼리」라는 개념 안에서 「지양(止揚)」된다. 그 이후에는 「코끼리」라는 개념자체가 코끼리의 「부재의 현전」이 된다. 구체적인 한 마리 한 마리의 코끼리도 코끼리라 명명되어 「상징적으로 살해」되기 전의 무구한 것으로는 있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그「부재의 현전」일뿐, 결국 그 「코끼리」라는 말만 있게 된다.140 실제, 라캉은 이진법의 게임과 이 헤겔적인 「<사물>부재의 현전」을, 프로이드의 Fort-Da를 매개로 연결시키고 있다.141 확실히, 단적인 0과 1의 연속을 「표의단위」로, 즉 「어휘」나 「글(문자)」로 정리한 순간, 그 단위의 내부에는 「부재와 현존」이 동거하고 있는, 즉 지양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렇게, 게임 안에서 하나의 문장이 성립한 순간, 거기에 상징적 결정이 발생한다. 라캉의 이 「산수 게임」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러한 Fort-Da게임, 단순한 기호 교대의 장난, 기계의 01010이 서서히 복잡화해 간 끝에, 별안간「명명」으로, 「상징적 결정」으로, 「너는 이것이다」가 되는 순간을 그러니까 우연이 필연이 되어가는 순간을 그는 여기에서 붙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기호의 원초적인 현전과 부재의 게임을 중첩하는 가운데, 무언가 필연적으로 거기에서 누락되는 것이 있다. 제1시점에서는 선택 가능성이 여러 가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에 있어서 전미래시제를 가진 현재성에 기초를 둔142」 주체였을 것이다. 즉 제4항에 있어서 「미래에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주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4시점의 기호가 결정되면, 그 결정은 「소급적으로 움직인다143」. 즉 제4시점이 결정된 시점에서 이미 항상 제2, 제3시점으로부터 「무언가 복수의」 가능성이 빠져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빠져있는 것에 관해서, 라캉은 이렇게 말한다. 「이 과거와, 그것이 계획하는 것과의 간격에, 시니피앙인 종의 잔재=시체의 머리를 여는 구멍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부재인 채로 공중에 매달리게 하고, 그 주위를 계속 도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에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144」.즉 바로 여기에서 빠진 것이 무엇인가, 그 「누락」이 만든 구멍이야말로 바로 「반복강박145」을 낳는 것이다. 그렇다, 이 단순한 홀짝게임, Fort-Da는 무언가를 빠뜨린다. 여러 번 시험해 봐도 거기에는 무언가가 빠져있다.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다. 「어떤 」이 부족한 것이다. 그 부족한 무언가, 무엇인가를 향해, 게임은 강박적으로 반복되어진다.

 

        그 반복 속에서 우연은 필연이 된다. 그것은 이미 보았다. 훗날 세미나에서 라캉은 「우연이 된다는 것, 그것은 현실계인 것이다146」라고 반복해서 말하게 되지만, 라캉은 이 견해를 스스로 선취하고 있다. 바로 그것은 현실계에서 상징계가 발생해 가는 순간,<사물>이라고 하는 현실계를 죽이고 상징적 세계가 발생해 가는 순간인 것이므로. 말하자면 「β와δ가 나타내는 결합 가능성은 α와γ로 예상되는 결합 가능성과 같다. -한편, 현실의 제비뽑기는 완전한 우연에 내맡겨지고 있다. -그러니까 현실계의 하나인 상징적결정이 분리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147」라고. 그리고 그것은 β→δ→β→γ라고 하는 「상징적 연쇄148」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명언하고 있다. 「시니피앙의 다원적 결정149」라고 하는 표현법이 같은 페이지에 보이는 것, 그리고 50년대 초기 라캉이 「시니피카시옹sign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시니피카시옹은 다른 시니피카시옹에 회부되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150」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알다시피, 그것은 머지않아 「시니피앙 연쇄」로 불리게 된다.151 이 연쇄는 라캉이 말한대로 「무의식의 욕망」인 「불멸의 존속152」과 결부되어 있다.153 아무리 반복해도, 아무리 게임을 되풀이해도, 아무리 「시니피앙 」연쇄의 실마리를 찾아도 그것에는 무엇인가가 빠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빠진 것일까. 그 누락된 문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의 라캉이라면 주체 그 자체라고 대답했으리라. 시니피앙 연쇄 밖으로 소외시켜, 방축되는 것의 주체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상징의 연쇄」라고 불리는 「시니피앙 연쇄」를 구성하는 「시니피앙 」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시니피앙에 대해서 주체를 표상하는 것154」으로 정의되고 있다. 시니피앙은 β→δ→β→γ와 주체를 다른 시니피앙에 대해서만 표상하여, 결국 시니피앙의 주체에 대한 주체는 표상되지 않아 현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기계적인 이진법에 유래하는 시니피앙 게임의 반복효과로 주체는 생산되는 것이다. 이 βδβγ등의 결합관계는 「본원적인 주체성에 대해서 설정을 행하는 가치」를 갖고 있으며155, 「그 반복은 상징적인 반복으로, 거기에서 당연한 상징의 질서가 이제는 인간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아닌, 도리어 인간을 구성하는 것으로 생각된다.156」 주체가 게임을 하도록 일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실은 주체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에 의해 주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시대의 라캉이라면, 이라고 말했다. 후년의 라캉이라면, 거기에서 누락된 것을 「대상 a」라고 부르게 되리라. 예를 들어, 66년의 세미나 『환상의 논리』 안에서는, 「어머니의 현전 혹은 부재와 관련된 범위의 Fort-Da」는 「시니피앙의 게임에 들어가는 철저한 분절 같은 것이 아닌」 것으로, 거기에 있는 것은 대상 a이지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 「실패(Fort-Da게임의 도구인 반짇고리 제구의 하나)」야말로 「대상 a」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만 두겠다.157 요컨대, 이 시점의 라캉의 결론은 이렇다. 「주체성은」 「시니피앙 각인이 그곳에 만들어내는 통사법으로부터 찾아온다158」.

 

       역전은 분명하다. 충일한 「빠롤」을 발화하는 약속의 주체는 라캉이 「랑가쥬」라고 부르는 것의 효과에 불과하다. 무의식의 욕망에 자극받아 움직여지고, 반복강박투성이가 되고, 「기계의 세계」에 있어서의 통사법에 의한 게임을 반복하고, 시니피앙의 연쇄를 차례로 더듬어 가는 것, 그것이 결과로 구현시킨 것처럼 구성하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글」을, 「상징적 결정」을, 「주체」를 결과로 만들어내는「랑가쥬」는, 주체의 발화인 「빛이 있으라」에 선행한다. 「태초에 랑가쥬가 있으리라」. 「태초에 Fort-Da가 있으리라」기계의 세계가, 신과의 약속에 선행한다.

 

(주)

137-Lacan, S.I, Les écrits techniques de Freud,Paris, Seuil, 1975, p.201. 하권 31페이지.

138-Lacan, S.I, Les écrits techniques de Freud,Paris, Seuil, 1975, p.244. 하권 92페이지.

139-Lacan,E,319

140-예나(대학)기의 헤겔로부터 시작하는 이 「헤겔적인 명명의 논리」 즉 「언어를 보강하는 것으로서의 『사물』의 죽음」의 논리는 하이데커, 블랑쇼, 코졔브, 라캉으로 면면이 계승되고 있다. 우리들은 이것을 상세하게 쫒을 여유가 없지만, 이러한 「죽음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헤겔과 하이데거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한 책에, Giogio Agamben의 Le langage et la mort. un seminaire sur le lieu de la negativite(1991)가 있다. 다만, 이 저자 특유의 장황한 서술–단지 지식의 자랑이기만 할 뿐, 문맥을 벗어난 장황한 인용 등등 –이 이 책에도 보인다.

141-Lacan,E,319-321. 그다운 난해한 표현법은 있지만, 확실히 여기에서 「음소의 이분법」부터 「Fort-Da」로, 그리고 「상징적살해로서의 언어」로 논지는 연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142-Lacan,E,50

143-Lacan,E,49

144-Lacan,E,50

145-Lacan,E,52

146-Jacques Lacan, S.XII, Problémes cruciaux pour la psycbanalyse,1965/6/16

147-Lacan,E,51

148-Lacan,E,52

149-Lacan,E,52

150-Lacan,S.I,Les écrits techniques de Freud,Paris,Seuil,1975,p.272. 하권 136페이지.

주의할 점은 그 시대(50년대 전반)의 라캉이 말한 「시니피카시옹」개념은 용법상의 애매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이 부분처럼 나중의 시니피앙에 연결되는 의미조합을 확실하게 갖게 된다. 그렇지만 어떤 때에는 「시니피에」가「사물」이 아닌 소쉬르가 말한 「개념내용」인 것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시니피에를 「시니피카시옹이다」로 하거나, 또는 시니피에의 오식일 것 같은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에서는 시니피카시옹 어휘를 사용하거나 했다.

151-실제, 라캉은 별도의 대목에서 Fort-Da와 반복 강박, 본원적 상징화와의 관련을 「시니피앙 연쇄」라는 용어로 말하고 있다. Lacan,E,575.

152-Lacan,E,52

153-라캉은 프로이트 이후 무의식은 시니피앙 연쇄 그 자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Lacan,E,799.

154-Lacan,E,819

155-Lacan,E,49

156-Lacan,E,46

157-Lacan,S. XIV, La logique du fantasme, 1966/11/16.

158-Lacan,E,50

댓글 2
  • 2014-09-21 22:50

    아흑..

    이제야 올립니다..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기했습니다.

     

    내일 뵈요~

     

  • 2014-09-23 18:55

    와~ 고생하셨어요^^

    특별한 내용이 없는 주는 안올리기로 했어요!

    내용은 다시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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