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상영작 <공동정범> 후기

미지
2019-05-29 21:35
284

조금 늦었지요~ 공동정범 후기 올려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만 올립니다.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다 못담은 점 이해해주셔요~

 <공동정범> 영화를 보기전에 제목만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무너진 개인의 삶, 그를 바로잡기 위한 시대정신이 담긴 다큐라고만 생각했다. 영화의 시작도 화재당시의 촬영된 영상을 보여주었고 그때 당시의 긴박하고 처참했던 상황이 그려졌다. 하지만 단순한 시대정신적인 다큐를 넘어서 1명의 용산철거민과 4명의 연대철거민 대립구도로 그들이 화재 당시 느꼈던 감정과 출소이후에 삶을 보여주면서 서로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루에 올라간 사람은 9명 그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5명이었다. 이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것으로 보이는 판결로인해 공동정범이라는 이름아래 모두 구속된다. 이들의 불화는 출소 후 드러나기 시작했다. 1명의 용산철거민과 4명의 연대철거민으로 나뉘면서 갈등은 폭발하게된다. 출소 후 무너진 본인의 감정과 삶, 이를 회복하기위해 노력했지만 방법이 많이 달랐고 방법적 차이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이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오게된다. 1명의 용산철거민은 함께 올랐던 아버지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과 다른 동지를 두고 제일 먼저? 탈출을 시도한 미안함, 살아남은 자들 중에서도 가장 큰 원망의 소리를 감수해야하는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원망의 소리는 듣기싫었고 이로부터 본인을 보호하기위해 더 필살적으로 본인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서로를 의지삼아 삶을 회복하려는 4명의 연대철거민과 달리 혼자서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출소 후 호프집을 개업하고 용산철거 희생자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되고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에게 원망의 소리만 늘어놓는 4명의 연대철거민에 대한 포용없이 혼자 외로이 나아간다. 다른 4명의 철거민들도 무너진 삶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회복되지않는 현실앞에서 다시 무너지게되고 서로를 의지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어쩌면 잘 나가는 1명의 용산철거민과 대조적인 본인들의 모습에 더 원망이 커져갔을 것이다. 제일 먼저 탈출한 놈이...지 아버지는 맨 뒤줄에 서 계셨는데... 이런 말을 쏟아내며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 대한 원망은 극에 달한다.

 

이들의 싸움의 접점이 보이지 않는듯 보였다. 뭉쳐서 진상규명을 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를 원망하고있으니 답답해보였다. 하지만 그 당시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을 함께 보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 탈출한게 중요한가요 라는 이 말한마디에 혼자 외롭게 성벽을 치고있던 용산철거민의 마음이 풀어지고 이들은 다시 함께 손을 맞잡을 힘이 나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니 답답했던 내 마음마져 풀리는것 같았다. 진심으로 진상규명이 되길 바라며, 잊지않고 함께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니 내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화해의 모습같았다. 물론 이들의 상황이 더욱 극한의 상황이긴하지만... 같은 문제앞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해결하려한다. 그것은 각자의 성향이 다르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과하게 작동하면 서로를 고립에 빠뜨리게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방식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작은 이해와 말 한마디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이 들고나니 조금은 멀게 느꼈졌던 용산 철거민 애기에 나에게 크게 와닿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철거민에 대한 안타까움은 생겼지만 나의 삶과는 먼 이야기라는 생각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애기가 내 삶과 다른 애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의 삶이 공감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억울한 상황을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감독도 이런걸 생각하고 다큐를 이들의 갈등 구조로 그렸을까?사실 감독 인터뷰나 리뷰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이 다큐가 나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남의 애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걸 느끼는 순간 서로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후기를 마무리한다.

댓글 4
  • 2019-05-30 07:40

    KakaoTalk_20190525_085711573.jpg

    <공동정범>을 함께 보았습니다. 

    마지막엔 박수로 끝냈지만 영화가 끝난 직후에는 무겁고, 아픈 침묵이 파지사유를 가득 메웠습니다.

    삶의 본질에 대한 가장 철학적인 질문은, 투쟁의 한복판에서가 아니라 투쟁이 끝난 후에, 투쟁의 이면에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투쟁의 원인, 국가 폭력, 심지어 진상조사 같은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그 언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온갖 잉여들, 부끄러움, 원망, 분노, 자책등의 뒤범벅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의 <두개의 문>은 매우 지적인 다큐였는데 이번의 <공동정범>은 매우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다큐더군요^^ 

    못보신 분들은 챙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2019-05-30 09:29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본 4월 상영작...

    두개의 문도 많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다큐도 그런가보네요

    원래 영화보기 전에 후기 안 읽는 편이라 대충 건너 뛰면서 읽었어요 그래도  꼭 챙겨봐야겠다 싶게 만드는 후기네요

  • 2019-05-30 14:04

    음 필름이다 사장이 후기를 쓰신 미지님과 첫번째 댓글을 달아주신 필통회원께 <기생충> 관람권을 쏩니다!!

    하하하~~

  • 2019-05-30 14:16

    검찰과거사진상위에서 용산참사도 조사했는데 추가조사 안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 같데요...

    오늘 내일 결과 발표한다고 하는데 어찌 될지... 맥이 좀 풀리네요.

    퇴근길인문학에서 신영복 샘 『담론』읽고 있는데

    '연대'는 만남이라는 말이 영화를 보고 훨씬 와 닿더군요.

    처음 만남에는 고성과 싸움이 오갔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마음이 열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문탁샘 말처럼 이 영화가 이들을 만나게 하고 다시 연대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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