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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선님 특강 <장애여성의 독립과 섹슈얼리티> 후기

요요
2023-11-28 17:44
259

올해 전장연 연대 특강 세번째 시간!

세번째 특강 강사는 어떤 분을 모실까, 연대기금팀은 나름 꽤 진지하게 협의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김원영변호사가 추천되었습니다. 그동안 두번의 특강에서 비장애 활동가를 모셨기 때문에 이번에는 장애당사자를 모시고 배움의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습니다. 지인을 통해 김원영변호사의 연락처를 받은 즈음, 저는 제주도의 삼달다방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돌봄을 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공간인 삼달다방의 주인장 중 한사람인 박옥순님이 오랜시간 전장연 사무총장을 한 활동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이번 연대특강에는 여성을 강사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습니다. 연대기금 회의에서 친구들에게 그동안 남성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번에는 특별히 여성활동가의 이야기를 듣자고 했더니, 모두 좋다고 하면서, 그렇다면 강사로 장애당사자를 모시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차저차하여 장애여성공감 부설기관인 장애여성독립센터 숨의 소장이신  진은선님을 강사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은 전장연 연대 특강을 기획하면서 우리 머리 속에 장애여성운동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정희진, 김애령, 해러웨이, 버틀러, 애나 칭등 여성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기꺼이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왜 우리 시대의 중요한 현장인 장애여성운동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번 특강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진은선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저의 무관심과 무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은선님은 자신이 '샤르코마리투스' 환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라니, 이름도 생소한 병명인데, 찾아보니 근육의 약화와 감소를 초래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진은선님은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여성이고, 근육의 문제 때문인지 말을 할 때 호흡곤란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하다가 멈추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강의할 수 있다고 우리를 미리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이런 자기 소개, 저로서는 참 낯선 경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진은선님이 강의 중에 편안하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집중해서 진은선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먼저 IL( Independent Living)운동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된 중증장애인 독립생활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이 운동이 소개되었고, 2000년대 초부터 여러 IL운동단체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이 1998년에 만들어진 이후, 2005년 그 부속기관으로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이하 숨센터)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IL단체가 있지만 숨센터는 젠더적 관점의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을 전개합니다. 장애운동에서도 젠더적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강의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이고 비장애 중심적인 사회 문화 속에서 장애여성은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여성공감과 숨센터는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의 고유성에 대해 말하면서 정상성규범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장애에 따른 몸의 차이만이 아니라 계급, 성별 등의 차이로 인한 복합적 정체성이 교차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장애를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진은선님은 2015년 장애여성공감을 만나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 만남이 진은선님이 장애여성운동의 활동가로 성장하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사유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하는 주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숨센터가 말하는 젠더적 관점의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진은선님의 강의 내용 중에서 이런 말이 콕 들어왔습니다. 장애남성은 밖에서 밥을 사먹거나 다른 사람이 밥을 차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장애여성에게는 '혼자서 밥은 할 줄 아는가?' '혼자서 어디 갈 수 있는가?' 이런 물음들이 당연시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역할이 기대되면서 또 여성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것이지요. 여성의 역할? 아, 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 역시 젊었을 때부터 천불이 치밀었는데..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이야기가 더 잘 공감이 되고, '장애여성'이라는 젠더적 호명이 갖는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진은선님은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과 교차적 만남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여성의 활동을 보조하는 활동지원사들 대부분이 50, 60대 여성인데, 이분들과의 관계 역시 장애여성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과 숨센터는 탈시설 문제만이 아니라 시설화의 문제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탈시설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독립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설화를 부추기는 사회의 흐름과도 함께 싸워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독립과 의존은 서로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강조했습니다. 폭넓은 의존의 네트워크, 돌봄의 네트워크가 없다면, 독립 또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독립과 의존의 문제는 문탁 공동체 안에서도 오랫동안 논의해 온 주제인지라, 아마 많은 분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애여성에게는 의존 역시 젠더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존과 돌봄의 상황은 언제나 관계의 문제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저는 정상성 규범의 성공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의사를 표현할 때도 실패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특강의 주제가 <장애여성의 독립과 섹슈얼리티>인 만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할 때는 장애여성의 성적권리라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진은선님은 섹슈얼리티는 섹스나 연애와 같은 제한된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전영역과 인간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을 생각할 때 무성적인 존재로 규정하려 하거나, 성적 욕망과 관심을 드러내면 문제시 하는 규범과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장애인들을 시설에 감금하고 보호라는 명목하에 그들의 욕망까지 통제하려는 시설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후기를 간단히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신청은 했지만 참석하지 못한 도라지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여, 도라지님과 또 궁금해 할 다른 친구들에게 응답하는 마음으로  좀 자세히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두시간 동안의 강의와 질의 응답을 통해 우리가 참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장애여성운동이라는 현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품어봅니다. 

 

내년에는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지지와 연대만이 아니라 장애여성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여러 활동에도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우리에게 연대기금이 있어서 참 좋군요!! 내년에도 연대기금이 활발한 연대활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연대기금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대기금 : 352-0621-1403-73 (농협) 권성희

세상을 좋은 쪽으로 움직이려는 외부활동을 지원하고 동참하는 일에 쓰입니다. 새로운 연대활동 제안과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댓글 8
  • 2023-11-28 21:08

    멋진 강의 후기 고맙습니다. 귀한 시간이였습니다.
    요즘은 일상에서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웃고, 짜증도 내고, 정치적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합니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된다지요~ 저는 똥을 좋아합니다. 방귀끼듯 이렇게 공부하고 만나다보면 언젠가 듬직한 똥이 되겠지요.
    고맙습니다~잘 읽었습니다!

  • 2023-11-28 23:52

    자세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석하지 못해 죄송했는데…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 부채감은 연대기금에 조금 보태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

  • 2023-11-29 08:11

    사르코마리투스, IL운동, 이중적 차별, 탈시설 등등 모두가 새로운 이야기였으나 무엇보다 장애여성의 '몸'을 다시 사유해보자는 논의가 제일 또렷하게 기억에 남을거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2023-11-29 09:41

    아 저도 밥 얘기에서 완전 공감했어요.
    장애남성에게는 묻지 않는 질문 '혼자서 밥은 할 줄 아는가?'
    나와도 교차되는 정체성에서 장애여성운동이 나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고심 끝에 강의 준비해주신 연대기금팀에 감사드리며
    연대기금 응원합니다!

  • 2023-11-29 10:29

    자세히 적어주셔서 그날의 기억이 그대로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올해 3번의 장애 특강을 모두 듣게 되었는데요. 세 분의 특강이 모두 큰 배움이 되고, 사유가 깊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전합니다.

    성을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을 동시에 '시설화'하는 사회의 구체적인 말, 몸에 대한 차별적 관념이 있음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성적욕망의 말을 근거로 탈시설 불가의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것, 무성적 존재로 인식하는 말들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활동보조제도 이야기도 길게 이어졌었는데, 장애여성 당사자의 사적인 연애할 권리, 섹스할 권리는 동시에 어떻게 보장하나? 몸의 고유한 감각의 문제와 직결된 장애의 문제를 사회 제도로 바꾸는 것은 얼마나 가능할까, 활동보조제도는 얼마나 유연할 수 있는가? 와 같은 문탁쌤 질문도 기억에 남습니다.

    50-60대 여성 활동지원사와 장애여성이 성을 금기시 하는 문화 속에서 나이 듦과 장애라는 주제로 내적 친밀감을 만든다는 것도 와닿았어요. 상호의존하는 두 주체가 함께 성을 중심으로 구체적 대화를 나누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의 활동들에 큰 응원을 보내고, 문탁과의 만남도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 2023-11-29 13:59

    제가 화면을 못켜고 참여하다보니 듬성듬성 못 들은 부분이 있었는데... 후기와 댓글 덕분에 많이 채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3-11-29 14:31

    저도 신청하고 못들었는데 자세히 써주셔서 감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요요샘 말처럼 내년에 장애여성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과 연대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3-11-29 15:33

    탈시설 문제가 단순히 물리적으로 시설을 나와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계의 문제, 관점의 전환의 문제가 사유되지 않으면 또 다른 시설화가 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탈시설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인가, 왜 장애 여성의 문제가 몸과 관련된 문제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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