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Ⅰ시즌 3 <루쉰, 혁명의 문학>1회차 후기

느티나무
2023-08-26 19:57
277

8월 23일 <루쉰, 혁명의 문학> 세미나가 시작됐다. 

루쉰 세미나를 함께 하는 분들은 새봄, 유, 봉옥, 느티, 블랙, 참, 토토로, 노라다.

오랜만에 봉옥샘을 세미나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함께 샤오싱을 가보고 싶어서, 혹은 루쉰을 다시 읽고 싶어서,

강의만 들은 지라 세미나도 해보고 싶어... 등등

세미나를 시작하는 이유가 각기 다르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유와 토토로의 메모로 문학작품에 대한 메모 쓰기는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첫 시간이라 루쉰 읽기의 인트로로 조금은 편하게 진행되었지만 시간이 언제 다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집중도가 높았다.

그만큼 재밌었다는 얘기다.

 

1918년에 쓴 <광인일기>에서 1920년의 <야단법석>까지를 읽었다.

토토로샘의 꼼곰한 공지와 노라샘이 연보와 작품을 연결한 설명은 루쉰 읽기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요즘 출간된 좋은 소설들도 많은데 읽기에 장애가 많음에도 굳이 이런 옛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루쉰이 갖는⁷ 중국 역사상의 포지션에 있다. 그는 청의 멸망과 근대 중국의 전환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쓴 사람이다. 그 시기에 왜 이런 글들을 썼을까를 생각해보고 루쉰의 인간을 꿰뜷는 통찰력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면 그와 그의 글이 주는 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루쉰은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는 철방에 갇힌 수많은 사람들을 깨워 가망없는  죽음의 고통을 맞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바꿨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야, 나는 이제 절박해서 어쩔 수없이 입을 열어야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지난 날 그 적막 어린 슬픔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 터, 그래서 어떤 때는 어쩔 수없이 몇 마디 고함을 내지르게 된다. 적막 속을 질주하는 용사들에게 거침없이 내달리 수 있도록 얼마간 위안이라도 주고 싶은 것이다."며 글이란 걸 한번 써 보겠노라고 했다. 

 그의 이 글을 읽으니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스쳐간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 또한 거대한 철방이고, 우리 또한 적막 속에 놓여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루쉰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쿵이지>에 대한 다른 해석을 했던 나는 좀 당황을 했다.

어라! 내가 잘못 읽었나? 

집에 와서 다시 읽어봐도 역시나 나는 좀 다르게 읽혔다.

그래서 나름의 <쿵이지> 속의 '쿵이지'에 대한 변론을 써봤다.

쿵이지가 <광인일기>나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구지식인이나 구습, 폐습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의견에 대해 나는 질문이 생긴다.

쿵이지는 평생 구학문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붙지 못했고 때문에 생계를 꾸릴 수 없었고 늘 궁핍하여 밥을 빌어먹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쿵이지는 가끔 셴헝주점에 나타날 때 비록 남루할지언정 반드시 장삼을 차려 입고 다녔다. 나는 이것이 그가 지키는 예의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품행이 반듯해서 남들에게 거친 말을 쓰지 않으며 외상을 미루지도 않는다. 간혹 외상을 하더라도 한 달을 넘기지 않고 갚는다. 이런 그는 주점의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 그리고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도 달리 대응하지 못하지만, 화자인 나에게 글을 가르치며 즐거워하는 순수함을 보인다.

소설 속에서 쿵이지의 이런 모습은 팩트다. 그러나 그가 도둑질을 했다거나 게으르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주점에 온 사람들의 추측에 의한 것일 뿐이다. 오히려 쿵이지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깨끗하고 떳떳함을 훼손하려 한다며 화를 낸다. 다만 책을 훔친 것에 대해서만은 ‘책을 훔친다는 건! 독서인의 업인저 어찌 절도라 할 수 있으리?’라며 인정하는 내용이 나올 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구습과 구학문에 대한 비판으로 쿵이지가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약자를 폄훼하고 업신여기는 주변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들은 경제적 무능을 비난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려하지 않는다. 구습이라해서 모두 악습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쿵이지는 구공동체가 파괴되고 신문화가 들어오는 전환기의 각박한 사회의 희생자이지 않을까? 나는 그 가운데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쿵이지가 오히려 더 빛나 보였다. 

남은 이야기는 다음 주 세미나에서 계속해보면 좋겠다.

 

다음주는 한 명이 한 작품을 맡아서 좀 더 깊게 읽어 오기로 했다.

고향-유, 아Q정전-봉옥과 토토로, 단오절-블랙, 흰 빛-느티,

토끼와 고양이-새봄, 오리의 희극-노라, 지신제 연극-참

노신 평전은 134p까지 읽어 오기.

 

 

 

 

 

 

 

 

 

댓글 4
  • 2023-08-27 13:33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ㅋㅋ
    고전 공부하신 분, 동의보감 읽으신분들과 공부하니 참 재밌습니다 ㅋㅋ
    쿵이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시는 느티샘 글도 재밌구요. 저도 다시 한번 읽어 봤는데, 다음주 <흰빛>과 같이 읽고 얘기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같이 공부하게 되어서 모두들 반가왔습니다

  • 2023-08-28 10:30

    사정이 있어 몇몇은 결석을 했고,
    참석하신 분들도 조금은 어쩔수 없이 신청하신거 알아요. 흑흑흑.

    그래도 우리 잘 해봐요.

    잘 읽고, 잘 새겨서,
    세미나 시즌이 마무리 된 후에도 가슴에 남는 문장, 혹은 루쉰으로 부터 배우고 싶은 어떤 태도.
    그런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꼭이요~~~

  • 2023-08-28 11:01

    느티샘의 쿵이지에 대한 변호(?) 재밌게 읽었어요. 루쉰에 대한 샘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저도 끝날때쯤에는 ❤️ 뿅뿅 눈이 되겠죠~

  • 2023-08-28 14:26

    후기 감사합니다~
    같은 책을 다른 동학들과 어떻게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되네료^^
    근데 느티샘이 ‘약자를 업신여기는 주변인’ 이라 하셨는데.. 이 주점 고객들의 다수는 막벌이꾼, 몽당옷의 날품팔이 등등인것같아요. 장삼을 걸친 축이나 되어야 내실로 들어간다 했는데… 그런 주변인들이 오히려 쿵이지를 놀리고 있네요.. 강자? 약자..? 라기 보다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조리돌림? 까지는 아니어도) 비웃는 처지들.. 이런 묘사가 외침의 소설들에는 많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받긴했는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다음 세미나 기대됩니다
    샘들의 새로운 시선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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