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마지막 후기 "마무리는 거리에서~~"

띠우
2023-08-14 06:06
319

상상력에 권력을!!

 

아, 또 일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에세이가 아닌 다른 방식의 공부 마무리라...

처음에는 수라를 가자는 의견들로 모아지는 듯했다. 한 달에 한 번이었던 ‘수라 갯벌에 들기’가 7월부터 횟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디어가 나올까 기다려보다가 주최 측에 8월 일정을 문의했는데 8월은 무더위와 태풍 등으로 ‘수라갯벌들기’가 쉬는 달이었다. 그러면서 새만금 잼버리 반대시위와 후쿠시마 방류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레이버가 우리에게 강하게 말했던 상상력.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거북이 꼭두각시’를 만들어 거리에 나서는데로 이끌었다. 솜씨 좋은 오늘님이 만들어주신 거북이 머리와 다리 덕분에 몸통 작업은 수월하게 이어졌다. 거북이 등은 모두가 앉아서 한 땀 한 땀ㅋㅋ 며칠동안 에코프로젝트1의 참여자뿐만 아니라 파지를 오가는 여러 사람들의 손이 합쳐졌다. 이런 활동이 불러일으키는 생동감은 처음 시작할 때와는 예상치 못한 에너지를 불러오며 다른 방식으로 뻗어나갔다.

 

 

이것이 예시적 정치의 모습이 아닐까. 직접행동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창조하고 싶은 자유로운 사회를 미리 보여준다는... 혁명적 행동은 미래에 올 자유로운 세계를 쟁취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비장한 헌신이나 자기희생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고 그레이버는 말한다. 혁명적 행동은 마치 자신이 이미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하기를 반항적으로 고집하는 것이라고.

 

 

거북이꼭두각시를 들고 시청으로 향했다. 거북이등의 색감은 주변 시선을 확 끌어모았다. 들자마자 말을 걸어오는 경찰들... 그들의 질문에 왜 그런걸 묻느냐고 질문으로 응대하자, 그냥 물어본다는 답과 강렬한 시선이 돌아왔다. 그들에 따르면, 우리는 시민의 이동권을 방해하는 존재들이었다. 그 이동권은 무엇을 위한 이동권일까. 인도를 따라 오가다 마주친 경찰들의 행동은 그레이버의 분석과 다르지 않았다. 거북이꼭두각시를 불편해하는 그들 무리를 바라보며, 기념 촬영을 남겨보았다.

 

 

“거대 꼭두각시는 기념물이라는 생각을, 그 기념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을 비웃는 것이다. 그것은 접근 불가능성을 비웃고, 단조로운 엄숙함을 비웃고, 무엇보다 영원함이라는 함의, 즉 국가가 자신의 원리와 역사를 영원한 진리로 만들려는 시도를 비웃는다.” <가능성들>중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것은 우리가 시위 내내 서로를 마주보며 주고받은 웃음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위계관계가 아닌 농담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들이 서로의 몸을 휘감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고마리, 오늘, 유, 낮달, 뚜버기, 달팽이, 띠우 그리고 (거북이등작업과 꼭두각시대를 지원해주신)새봄님까지 우리는 이렇게 에코프로젝트1의 시즌2를 마무리했다. 에세이 대신 거리에서 만나보니 이것도 좋은 공부구나 싶다~ 시즌을 같이 하신 분들의 아이디어 덕분입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덧붙여

 

봉옥, 겨울, 청량리, 곰도리, 느티나무, 참님 가족, 무사, 루틴, 기린, 자누리, 채원, 마호, 혜정, 금옥... 함께 한 모든 분들과의 시간도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이어진 뒷풀이도 열기가 넘쳐흘렀네요ㅋ

 

그리고 에코프로젝트1 시즌 3는 8월 23일에 시작합니다.

루쉰과 함께 또 어떤 길을 나설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아직 신청 안 하신 분들 서두르셔요~^^

 

 

댓글 6
  • 2023-08-14 08:20

    멋져요👏

  • 2023-08-14 09:29

    참, 신기하다.
    그레이버가 2000년대 초반 반세계화시위의 한 복판에서 느꼈던, 그 실천과정에서 관찰한 바를 쓴 <거대한 꼭두각시의 현상학>에서 주장한 내용이 정말 그랬던 것이 참 신기했다. 역시 멋진 분!
    꼭두각시는 국가 권력의 상징인 거대한 기념물을 조롱한다. 허접한 일시적인 재료를 써서 기이한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연출함으로서, 거대한 권력의 것인 것처럼 여겨지는 영원성과 화려한 스펙터클에 도전하는 것이다.
    게다가 거대한 꼭두각시는 자기조롱적이다. 그렇다고 우리 거북이 꼭두각시가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권력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인식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냥 시위에 참여해서 자리깔고 앉아서 구호를 따라 외치는 것 보다 훨씬 멋지고 저항의 힘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자기조롱을 하는 것이고, 이는 지금 주장되고 있는 것의 중요성이나 중대함을 진짜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비록 신들은 인간의 창조물이지만, 신은 신이며, 이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궁극적인 인식을 시사하는 데 의미가 있다.”(그레이버, <가능성들>)

    에코프로젝트 시즌2 함께 공부하는 기운이 무르익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묻고 답해가며 더듬더듬 공부해 나가는 우리의 공부과정 마저도 아나키즘적인 윤리적 실천이 아니었을까.
    잘 이끌어준 달팽이, 띠우 두분 튜터님과 동학님들 고마웠어요^^

  • 2023-08-15 12:00

    혼자 갈 용기가 없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미적대다가 드디어 거리에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불편한 침묵을 하지 않아도 돼서 행복했습니다! 그레이버의 가능성들,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 2023-08-21 23:06

      길에서 만나는 사이도 좋고~
      언젠가는 같이 공부할 기회가 있길~~

  • 2023-08-21 17:41

    그레이버, 꼭두각시, 농담관계, 혁명적 행동, 에코, 우리… 무언가 연결되는 느낌들이…
    함께한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 2023-08-21 23:08

      저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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