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정치론 6-12장 발제와 후기

Oh영
2014-11-27 21:15
1271

신학정치론의 두 번째 시간으로 6장에서 12장까지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시간 토론의 핵심이었던 신법과 성서의 예언자들이 말하는 신의 말씀과의 관계가 오늘 이야기

나눈 내용들을 통해 좀더 분명해졌다. 


12장까지 읽는 동안 '신' 혹은 '신성함'에 대한 기존의 선입관이 계속 개입을 하는 바람에 스피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어려서 기독교를 접한 이후 비록 성실한 신앙인으로서 산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여전히 내게  '신' 이라는 말은 

곧 기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의 표상에 다름이 아니었다. 천주교의 경우 개신교보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신'

개념을 허용하기 때문에 우주 질서나 자연 속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신성의 모습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과는 거리가 있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아마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떠오르는 ^^) 신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스피노자는 대중들이 쉽게 현혹되는 '기적'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뭔가 비범한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올바른 자연 지식이 결여된 예언자들이 지금으로서는 설명가능한 자연 현상을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전후 맥락이나 수반되는 사항들을 누락시킴으로써 대중들에게 신앙을 잘 주입하는 방식으로

기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늘 방황하는 대중들을 현혹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유용한 방식으로 쓰인 것이 구약 성서라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내용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후에 성서가 지닌 애매하고 불확실한 부분들과 오류들에도

불구하고, 성서의 신성함과 권위는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늘 토론과정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과연 스피노자가 말한 성서의 신성함과 권위가 무엇이냐? 과연 무엇으로 그 신성함과 권위를 인정받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스피노자의 말은 얼핏 이해하기에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성서와 계시의 신성함과 권위를 온전히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그가 하는 논증과 맥락을 깊이 들여다 보면 그저 세부적인 사항에 불과하다고 그가 지칭한 것들을

제외하고 성서가 지닌 명석 판명한 보편적인 가르침이란 논어, 맹자나 불경, 코란, 혹은 그에 버금가는 다양한

텍스트들이 지닌  정도의 신성함과 권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스피노자가 인정한 성서의 신성함과 권위는 기독교가 내세우는 신성함과 권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고 따라서 성서의 신성함과 권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부정한것과 다름이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논어, 맹자, 성서 혹은 우리가 읽고 있는 신학정치론과도 같은 책들의 권위란 어떻게

부여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책들을 직접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인정받는 권위는 과연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하는 요요샘의 문제 제기에 대해, 너무 뜬금없는 문제 제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고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역사성이 아니겠느냐 하는 반응들도 있었다.

요요샘은 본인의 문제 제기와 토론의 과정에서 스스로 분명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으나 다른 사람들은 샘의

맥락을 따르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다만 스피노자가 그 당대의 정치와 종교에 의해 억압되고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중들의 무지를 지적하고 이성의 힘으로 변화가 필요함을, 당대 가장 핵심적인 권위와 권력을 지녔던 성서를

대상으로 논증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우리 인간은 결국 정념에 의해 휘둘리는 존재에 다름없지 않느냐는

요요샘의 지적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성에 의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부분들도 사실은 정념에 가장 크게 영향받은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점이  신학정치론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해진다는 요요샘의 말씀을 끝으로 세미나를 마쳤다.


다음 시간에는 달팽이의 발제로 13장부터 마지막 장 20장까지 읽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다소 미진한 듯 보이는 스피노자의 비판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오늘까지 사알짝 헷갈렸지만

이제 스피노자의 문체와 방식에도 익숙해지면서 다음 시간에는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우리 모두 더욱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도록 전원 메모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으나

혹시 돌이 날아들까봐 걱정이다. 여러분, 돌을 던지실 건가요?

댓글 2
  • 2014-11-28 08:24

    다음 시간 나의 발제인가 했는데

    달팽이에게 양보할까나?? ㅋ

    명령이 주어지면 마구 달리는 달팽이에게..

     

    스피노자  그는 우리가 보통 성서, 유일신에게 가지는 의문점들을

    또박또박 알려줍니다. 그는 성서를 까려는건가 했더니

    자연법으로서의 신법을 자기의 이성으로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제 베이커리 주방에 모인 6명중에서 5명이나 세례명이 있었습니다.

    이건 뭔가요??

    모두 지금은 다니고 있지 않구요..

    모두가 갸우뚱하는 의문을 공유지세미나에서 풀어갑니다. ~~~

    • 2014-11-29 12:00

      오마나,

      달팽이가 아닌 달래냉이샘이 발제시구먼요. ^^

      제 정신이 잠시 마실나갔었나봐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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