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세미나] <트러블과 함께하기> 두번째 시간 후기

느티나무
2023-02-09 02:31
245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마쳤다.

가끔 세미나에서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막 그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트러블과 함께 하기>가 그랬다. 어려웠지만 세미나를 하면서 함께 헤쳐나가니 그 또한 좋았다.

여기저기에 "헤러웨이가 그러는데 말이야"라며 막 들이대며 아는 채를 한다. 

 

헤러웨이는 자신의 이야기는 실뜨기라고 말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연구와 개념들을 가져와

서로 연결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개념을 만들어 이야기를 엮어간다.

때문에 생소한 단어와 개념어들이 많다. 

쑬루세, 홀로바이움, 공-산적, 공생발생적, 공영혼발생적 등등 처음 듣는 개념들에

'응답-능력' '안으로 말림' '근접성 없는 친밀' '퇴비의 아이들' 등의 그녀만의 표현들이 새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4장과 5장에서 들려주는 카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소설이라기에 우여곡절의 재미난 스토리를 예상했으나 아니었다.

 

'카밀'은

이자벨 스탕제르가 주관, 사변젓 몸짓들에 관한 콜로퀴움의 일부로 진행한 창작 워크숍에서 

"어떤 아기를 주인공으로 우화를 만들고, 어떻게든 다섯 세대를 이어가게 하라"는 조건의 SF 글쓰기를 통해 탄생했다.

 21세기 폐허가 된 지구를 치유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혁식적인 방식의 친척만들기다.

'퇴비 공동체'들은

지구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인구를 줄이고, 대량멸종의 시대에 인간과 비인간이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공생발생적 결합을 준비하고 시도하고 탄생시킨다.

그 첫번째 공생발생적 존재,  왕나비와 인간이 결합한 카밀이다. 

 2025년 카밀 1의 탄생을 시작으로 카밀 5에 이르기까지

공생발생적 존재가 서로를 배우고 알아가면서 마침내는 공영혼발생적 결합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예전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의 영혼을 넘나들던 신화의 세계처럼 

카밀의 이야기는 낯설지만 또 낯설지 않은

어딘가에 존재하거나 존재하게 될 세계의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댓글 2
  • 2023-02-09 17:12

    손상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복수종을 위한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과정은 여차저차 ‘카밀의 이야기’까지 도달했네요:)
    전 이번 세미나에서 ‘존재론적 혁명’을 부르짖는 해러웨이가 생물학과 스토리텔링 두가지에 집중해, 자신의 전문분야(‘확장진화종합설’, ‘에코이보디보 생물학’ 등)를 전면화함과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위해 자신의 친구들과 과학과 예술을 엮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미나가 진행될수록 후기도 점점 쏙쏙 읽힙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2023-02-10 13:07

    느티샘을 통과하면
    이야기의 온도가 늘 1도 즈음 올라가고
    노란 빛이 켜지는것 같아요.
    저는 근접성없는 친밀 개념이 신선했어요.
    그것은 무엇을 그릴수 있을까에서 ~
    어떤 존재와 연대할 수 있을까 까지 넓혀서 생각하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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