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누리주역강의 8월] 주역의 숨고(숨은 고수) 되기 후기!

경덕
2022-08-29 23:25
199
자누리주역강의 8월의 제목은 '주역의 숨고(숨은 고수) 되기' 였습니다!
 
8월은 뜨거움 아래 차가움이 숨죽이며 다가오고, '양'들의 행렬을 깨고 '음'이 자라기 시작한다는 소개글을 미리 읽었는데요, 처서를 지나 8월의 막바지가 되고 보니 저 말이 더 더 더 체감이 되고 있어요. 이번 시간에는 여섯 개의 괘를 보면서 상경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시작에 앞서 미리 접속하신 쌤들의 스몰 토크가 있었어요. (저는 접속하자마자 쌤들의 성원(?)에 힘입어 후기 담당이 되었고요..^^;) 천수송괘와 관련하여 쌤들께서 일상 속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 나누고 계셨어요. (주역으로 안부를 묻는 사이라니 저에게 놀라운 일!) 시작하기 직전에는 추사랑 머리를 하고 나타나신 기린쌤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열렬한 환호가!!ㅎㅎ
 
본격적인 강의는 천뢰무망괘로 시작하였습니다. 자누리쌤은 괘사에 나오는 无妄(무망)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것,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서 여러 시대적 정황 속에서의 무망의 쓰임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개입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두었을 때, 그 결과가 꼭 좋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 또한 감내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망하길 요구되는 대상으로 학부모의 경우는 어떠한지, 듣고 있던 학부모 쌤들을 지목하여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예고없는 호명으로 모두가 졸거나 딴짓을 할 수 없는 면학 분위기를 의도하셨다는 자누리쌤!) 
 
지목당한 쌤들께서는 당사자들(아이들)이 근처에 있어 말하기 곤란하다고 호소하셨어요ㅎ 무망에 있어 바르다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하셨습니다. 무망에 대한 해석이 열려 있고 확장적이다, 근데 개입하지 않는 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일관성을 가지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에 따른 일관성인지, 무망은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무망의 때'가 핵심이다, 등등 쌤들의 다양한 질문과 해석이 이어졌어요. 저는 문득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났어요. 호밀밭을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고 나는 멀리서 아이들을 지켜보지만 위험한 절벽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호밀밭 안에서의 작은 위험은 허용하는 그림이랄까요? (그럼 절벽의 기준은 또 어떻게 정할 수 있을지....?)
 
두 번째 괘는 산천대축괘입니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괘였는데요, 이전에 좌불안석 팀에서 진행했던 고품격! 주역 토크쇼! 마이동풍! '주역 상담소' 편에서 사연자가 뽑은(고은님이 대신 뽑은) 괘가 산천대축괘였기 때문이죠! 자누리쌤은 부드럽게 조금씩 축적하는 소축과는 대조적으로 대축은 크게 쌓아서 크게 써먹는다는 뜻이다, 소축은 물질적 부를 쌓고 대축은 인재를 기른다는 뜻으로 해석해주셨어요.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고 대중지성을 기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셨습니다. 그리고 문탁과 같은 서원이 많아져서 다수의 의병장, 인재를 길러내야 하지 않겠냐고, 생태적 가치를 실현시키고 기후위기에 적극 응답하고 있는 생태공방 쌤들에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생태공방에서의 활동은 사회학적이면서도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해왔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조금 뜸해졌다, 어떻게 더 큰 연대의 장에 같이 합류할 수 있을지, 집에서 밥 먹지 않고 파지사유에 가서 먹는다는 것, 더 넓게는 광화문에 가서 먹는다면? 좀 더 커다란 장에서 같이 밥을 먹는 네트워크에 대한 상상, 그리고 곧 있을 기후 정의 행진을 같이 가면 좋겠다! 다수의 의병장으로! 이렇게 물 흐르듯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이태원에서 있었던 서울동물권 행진을 다녀왔어요. 집회도 오랜만이고 행진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새롭고 신나고 뭉클한 경험이었어요. 각자 걸어가는데도 한 배를 타고 함께 물길을 만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산뢰이괘는 몸을 기르는 양생에 관한 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생팀 쌤들의 말씀이 이어졌고 남을 길러주는 게 일방이 아니고 남을 길러줘야 자기도 길러진다(둥글레쌤), 오행 중에서 상생과 상극의 관계가 있듯이 생하고 극하는 순환구조 속에서 생명력이 만들어진다(루틴쌤),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남은 세 개의 괘 중에서는 중수감괘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었어요. 위 아래로 물인 감괘가 겹쳐있는 중수감괘의 괘상은 빠지면 죽는 이미지,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장면이 연상되는 험한 괘라고 합니다. 자누리쌤은 이 어려움도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마음 속에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예사롭지 않은 괘인 만큼 중수감괘를 통과한 경험이 있거나 어려운 상황을 겪고 계신 쌤들께서 자신의 경험담도 들려주셨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쌤들 힘 냅시다!" (자누리쌤)
 
물에 빠졌을 때 지니고 있던 모든 물건을 지키려 하면 더 깊이 빠지게 된다, 내 몸뚱아리 하나만 남겨야 할 때가 있다는 자누리쌤의 해석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늪에 빠져 옴짝 달싹 못하는 기분이 들 때, 지금 꼭 필요한 것만 잘 챙기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한 세월 보낸다면, 또 새로운 괘를 만나게 되겠죠? 
댓글 3
  • 2022-08-31 11:04

    경덕님 브런치 글도 재밌고 좋았는데 후기도 역쉬~~

    후기를 읽으니 다시금 새롭네요.  더 지니려할수록 더 깊이 빠진다는거 꼭 기억하며~~

    • 2022-08-31 20:22

      앗..감사해요ㅎㅎ 스르륵쌤 중수감 남은 기간(?) 가볍게 지나가시길요!

  • 2022-09-11 23:35

    자세한 후기 감사해요

    경덕님은 참 우연하게, 다양하게  주역과 접속하였는데 느낌상 주역과 천생연분인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도 쭈욱 같이 공부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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