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찬방 잡채 50인분 생산 후기

다라락
2012-01-09 16:26
2607

후기는 원래 바로 써야하는데....저질체력에 또 한번의 기침감기로 골골 앓느라 지금 올려요.

 

잡채 맛나게 만드시기로 소문났다는 빠꼼이님과 함께 할 일꾼을 구한다는 공고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발도르프세미나 ot가 생각보다 늦어져 조금 늦게 주방에 가보니 벌써 각종 야채의 밑 손질이 끝나가고 있다. 인디언님, 바람꽃님, 빠꼼이님께서 장 봐온 야채를 깨끗이 손질해서 채 썰고 계신다. 어설프게 당근 채썰기, 표고버섯 채썰기에 동참하며 기웃기웃 맛있는 잡채 만드는 비결에 대해 염탐을 시작한다. 칼을 들고서도 영 자신감 없는 내게 인디언님은 친절하게도 당근 길이 가늠을 해주신다. 요리수업이 아니니 알아서 썰면 된다고 말해주신 바람꽃님의 말에 많은 위안이 된다. 맞아! 수업이 아니니 부담없이게다가 간 보는 일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부담 없어 좋다. 이순간 주방은 힘겨운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흥겨운 이야기와 재미로 가득한 공간이다.

 

역쉬~ 비장의 소스는 존재했다! 빠꼼이님께서 집에서 따로 만든 간장을 유리병에 담아오신 것이 그것. 양조간장에 각종 과일과 야채를 넣고 끓여낸 달콤한 맛간장이란다. “만들기 참 쉽다고 정말 쉬운 듯한 표정과 진실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니 거기에 홀랑 넘어가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각종 야채를 한번씩 살짝 볶아내고 당면을 삶을 차례가 오자 빠꼼이님이 핸드폰 스톱워치 기능을 틀며 정확히 “6이라고 강조해서 모두 오오~한다. 뭔가 쉐프다운 포스가 또 한번 나오는 순간이다.

 

당면을 두 번에 걸쳐 나눠 삶느라 첫번째 삶아낸 당면이 그새 조금씩 불어가는 것을 몰랐으니……. 살짝 불어서 덩어리가 진 당면을 팬에 넣고 볶아가며 풀어내느라 진땀 흘렸다. 이때 쓰윽 나선 인디언님이 마법처럼 당면을 스르륵 풀어가며 잘 볶아내신다. 마지막엔 장갑을 낀 매서운 손끝으로 당면 머리채를 휘어잡아 매끄럽게 평정하셨다. 쓰고 계신 멋진 베레모가 탑쉐프의 모자로 보였다. ^^ 양이 얼마나 될까과연 성공적으로 50인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커다란 양푼 다라이에서 만난 당면과 야채들이 맛깔스럽게 어울려가고 있다. 오오드디어 잡채스러운 모냥이 잡히는 것 같다. 참기름, 참깨 듬뿍 치고 살살 버무려주니 음……침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데노라찬방 너무 짜다고 한마디 하시는 분들께 미안했지만…50인 분량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예약의 압박에 간 맞는지 보느라 집어 먹는 한 젓가락도 떨렸다.

모두에게 한 생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 뿐인데 어쩐지 문탁 식구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군 샘이 되어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저울로 신중하게 생산된 잡채 총량을 재서 2인분씩, 3인분씩 나눠 담으니 정말로 한 젓가락도 남는 군더더기 없이 성공적으로 배분이 끝났다. 노라님은 숙달된 솜씨로 비용정산을 하며 너무 넉넉히 담은 것 아니냐고 한 말씀 하시면서도 가격 책정의 단계에서는 조금이라도 싸게, 덜 남기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천연덕스럽게 딱 맞춰 담았다고 잡아떼시는 빠꼼이님의 모습도... 나중에 봄날님이 자기 몫을 기꺼이 풀어 여럿이 맛을 봤다는 훈훈한 얘기도 전해진다. ^^

 

노라찬방의 쉐프들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을 덜어주고 싶어하고, 때로는 개인적으로 조달해 온 양념도 넉넉히...마지막으로 쉐프들에게 지급되는 복도 손사래를 치며 '안 받아도 된다'고하는 기 현상을 보인다.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충분히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받았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결국에는 복도 받는다^^) 여러면에서 자본의 논리와 거꾸로 가는  품앗이 생산이다. 생산을 거듭해 가며 재료와 양 배분의 노하우가 쌓이더라도 변치 않는 노라찬방만의 매력으로 남길...

 

도우미로 참여해보니 아....이젠 다른 곳에서 반찬 사먹기 어려울 것 같다.

좀 더 싼 재료에, 조미료로 좀 더 쉽게 맛을 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팔아 이윤을 남기고 픈 욕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것인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댓글 3
  • 2012-01-09 18:06

    ㅋㅋㅋ...

    "마지막엔 장갑을 낀 매서운 손끝으로 당면 머리채를 휘어잡아 매끄럽게 평정하셨"다는 표현...멋지네요^^

    그 장면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잡채, 맛있게 먹었습니다. 땡큐^^

  • 2012-01-09 19:07

    헐...

    졸지에 머리채 휘어잡은...ㅋㅋㅋ

    음식은 양조절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빠꼼이님 맛간장 나도 한번 해봐야하는데....언제 해보나...ㅎㅎ

  • 2012-01-11 20:54

    잡채만들기가 너무 재밌다고 하신 다라락님 !!

     

    글 재밌게 읽었어요

    웹진에 실어도 아깝지 않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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