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여덟 번째 정기상영작 <뷰티풀 보이> 후기

청량리
2022-11-20 11:12
252

필름이다 11월 정기상영 후기 <뷰티풀 보이>

 

티모시 살라메가 연기한 ‘닉’은 누가 봐도 ‘뷰티풀 보이’였다. 솔직히 인정한다. 티모시 살라메여서 더 안쓰러웠다고.

그를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 미소년 같은, 천상 배우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처럼.

영화는 그가 왜 중독됐는지 보다는, 다소 ‘공익영화’ 같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자신과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에 집중한다.

“우리 프란시스가 약물과용으로 죽었어요. 애도하던 중 뭔가를 깨달았어요. 저는 몇 년 전부터 애도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 애는 살아있을 때도 세상에 없었으니까요. 산 사람을 애도하는 삶은 너무도 괴로운 삶이에요”

영화 후반부, 다큐멘터리처럼 들어간 중독자를 둔 부모모임 장면, 한 어머니의 고백이자 이 영화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대사였다.

 

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사운드였다.

처음에는 오디오 설정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어디 컴퓨터에서 다른 노래가 흘러나오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사운드의 과잉, 장면과 미스매치된 음악으로,

그것이 상영 설정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영화에 집중하질 못했다.

한 평론가는 사운드가 영화의 흐름을 끌고 간다고 했는데,

노랫 속 가사 내용이 장면과 일치하더라도, 가사만으로 노래를 선택하는 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주연배우, 스티브 카렐과 티모시 살라메의 연기는 훌륭했다.

아들의 절박한 도움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아빠.

감정을 속으로 삭이며 흐느끼는 스티브 카렐의 모습은 영화 중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였다.

어떤 영화든 등장만으로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는 배우가 있다. 티모시 살라메가 그러하다.

그는 <듄>의 ‘폴’ 보다 어쩌면 ‘닉’에 더 적합해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뒷풀이 토크는 다소 산만하게, 끊이지 않고, 여러 방면의 주제들을 다루며 이뤄졌다.

화가 많아 보이는 한 관객은 앞서 이야기했던 영화의 노래와 사운드가 맘에 안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헌데 다른 관객은 그것이 바로 연출의 의도였다며, 주인공의 상태를 나타내는 적합한 태도였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의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기사들,

최근 젊은 친구들 사이로 번지는 마약의 일상화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번 빠지면 절대, 절대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사례들도 공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시 뭔가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드라마에, 일에, 운동에, 돈벌이에 중독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다음 달, 올해 마지막 B급 영화 상영작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직 미정이지만, 날짜는 12월17일 토요일로 일단 정해졌다.

B급 장르는 특성상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로 가능하다. B급+호러, B급+코미디, B급+드라마...

다음 달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이날의 토크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댓글 3
  • 2022-11-20 15:45

    후기 잘 읽었습니다. 화가 난 관객분께는 사과드립니다.
    다음달 영화를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티모시 살레메의 새 영화 '본즈 앤 올'이 곧 개봉되더군요.
    '돈 룩 업'에서 인상적이었던 피터회장(마크 라이런스)도 나오네요.
    (꼭 봐야지ㅋㅋ)

  • 2022-11-20 16:06

    화난 관객이 누구일까?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서 ㅡㅡㅡ

  • 2022-11-20 19:40

    지연샘 처음 참여하셔서 좋았어요. 저도 음악은 몰입방해 요소였다는데 한표. 티모시 살라메에게도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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