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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184호 읽기 1차 세미나 후기

오영
2024-01-22 10:29
206

지난 토요일 저녁 모두 9명의 사람들이 줌으로 녹생평론 2023 겨울호의 전반부를 읽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다보니 줌이기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분들이 많네요. 한편으로는 토요일 저녁이라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많을 것 같아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는 무척 오랜 만에 함께 읽는 녹평이라 반가우면서도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는 실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니 냉소적 허무주의가 또 불쑥 올라오더군요. 도대체 왜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과의 공생이 아닌 잔혹한 인종청소를 감행하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상황을 알수록 해결책이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어요.

그 무력감의 정체는 타자를 배제하는 울타리를 치고 외부로부터 침투하는 불편한 감정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마음이었어요.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의 아픔보다 그 고통을 목도할 때 생기는 내 감정에 먼저 반응하는 이기심이 먼저 작동한 탓이었어요. 그렇게 이웃의 현실을 냉담하게 외면하게 되면 점점 더 해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겠죠.

 

책의 서두에서 김정현 샘은 그런 외면, 무관심, 냉담함이 우리 모두가 본질적으로 실향민, 즉 땅에서 뿌리가 뽑힌 유랑민, 난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말씀하시네요. 모두가 난민이 되어 떠도는 상황에서 공생이 아닌 경쟁논리는 폭력과 배제, 착취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척 공감이 되었어요.

이렇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떠돌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은 300년이 넘는 기간 지속되고 있는 착취와 폭력으로 점철된 시스템의 위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전쟁(폭력)의 논리는 이 위기를 그 근원에서부터 탐구하고 통찰하는 방식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여전히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장악한 세상은 증상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을 남김없이 적을 섬멸하는 전쟁 논리와 전술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으로 밀어붙입니다. 거기에 공포에 휩싸인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며 전 세계적으로 파시즘의 기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녹평 겨울호에 담긴 글들은 이러한 전체 맥락과 함께 우리가 처한 내·외부의 상황과 서로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세를 다양한 지점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덕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극적인 역사와 현 상황을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답답하기는 합니다만 이스라엘을 절대악이나 괴물, 팔레스타인은 무고한 희생양이라는 구도에 넣고 비난하고 분노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역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는 ‘손쉬운 해법’, 전쟁의 논리와 다름 없으니까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그 기원에 관하여>라는 글만 따로 놓고 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글의 앞뒤에 배치되어 있는 다른 글들의 맥락과 연결하여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다음 글인 <서구는 어떻게 테러리즘을 만들어냈는가>가 인상적입니다.

안드레 블첵이라는 저자 이름과 선동적인 문장들이 인상적이면서도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 예전에도 녹색평론에서 만났던 분이더군요. 이어 나희덕 시인이 만난 벨라루스 출신의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접근으로는 파악되지 않던 사람들, 이웃들의 삶이. 그들의 고통이 보였어요.

 

덕분에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진정한 원인, 즉 생태적 질서가 교란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해충이나 잡초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마운 지표가 될 것이다.”라는 김정현샘의 말씀이 새삼 다가왔습니다. 지금 세계를 압도하고 전쟁의 논리와 문화, 증오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 자신과 이웃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씀이었죠.

 

저마다 가망 없는 현실 속에서, 불만과 절망, 분노와 적개심, 비탄에 빠져버리면 결국 손쉬운 해결책을 내세우는 전쟁의 논리에 말려들고 말테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지 않고 세계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방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이 있을까요? 정답을 찾는다면, 무엇보다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찾는다면 그 답은 영영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답이 없으니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테구요.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는 김정현 샘이 쓰신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답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가 아니라 노을공원시민모임 사람들이 보여준 긴 호흡과 낙관을 배우는 것이고 무엇보다 “용기”라는 김정현샘의 말에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그 문장들에 밑줄을 쳤습니다. 아주 굵게, 여러번! “용기”라는 말에도 동그라미를 그리고 색칠도 했답니다. 제 마음에 새겨지도록 말입니다. 

 

이제 있는 그대로를 잘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감이 옵니다. 그나마 녹색평론을 읽는 것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고 싶은 대로 판단하는 손쉬운 해결책 대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고 말하는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것이 우리 시대의 모든 징후들이 파멸을 향한 질주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지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겸손한 태도를 우직하게 해나가고 있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힘”이 아직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환멸과 비탄에 매몰되지 않고 힘을 보태야겠지요. 쓰레기더미 위에 숲을 만드는 쓸모없어 보이는 일들에 말입니다. 

 

다음 주 토요일 27일 7시 반에 각자 친구들을 한 명 씩 데려와 함께 녹색평론을 읽는 일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2회차 읽기에 참여해주세요. 함께 남은 부분(P.113 ~) 읽어보시죠.

댓글 5
  • 2024-01-22 12:50

    녹색평론읽기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곡진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수행 아닐까요?
    이번 호를 읽으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 - 많이 배운다. 그리고 많이 슬프다 -이 들었습니다.
    절망은 힘이 없는데, 슬픔은 힘이 있어요.
    전 슬픔의 힘을 믿을래요.

    오영샘, 후기 감사해유~~

  • 2024-01-22 13:47

    오영샘~재빠른 후기 짱^^ 저는 녹색평론을 읽으면 늘 제가 몰랐던 세계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됩니다, 남은 부분에서는 또 어떤 면을 만나게 될까요? 기대하게 됩니다요

  • 2024-01-22 14:24

    저도 이번호를 읽으면서 새삼....
    모르면 무기력하고, 겉으로만 접하면 더 무기력하고 절망적이지만
    조금 이라도 앎을 시작하면 거기엔 힘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지만, 녹평을 시작하면 되려 무기력함은 사라지는 거 같아요. 진짜 슬픔의 힘이 있나봐요.

  • 2024-01-22 19:00

    이렇게 좋은 녹평 읽기,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 2024-01-23 10:22

    오영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제가 참가하고 있는 일본어강독에서 앞으로 읽을 예정인『세카이(世界)』1월호 '두 개의 전쟁, 하나의 세계'란 특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들의 피난처인 학교나 병원을 폭격한다면, 혹은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봉쇄하고 물과 식량과 연료를 끊는다면,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국제형사재판소는 당장 현지로 들어가서 조사를 개시하고, 푸틴이나 시진핑을 전쟁범죄자로 인정할 것이다."라는 글을 읽고, 우리가 한쪽으로 치우치고 한정된 뉴스(정보)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함께 『녹색평론』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나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그간의 봉쇄로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을, 이번 포격으로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물과 식량도 없이 피난길에서 헤매고 있을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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