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국을 향하여> 를 보다

담쟁이
2016-04-11 01:56
710

<천국을 향하여>

어느 날 갑자기 이스라엘에 자살폭탄 테러 임무를 받은 팔레스타인 두 청년 자이드와 할레드.

 이스라엘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도시 곳곳에 이스라엘 군인의 통제를 받으며 숨죽이며 사는 그들에게 삶은 ‘지옥’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옥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라 믿으며 몸에 폭탄띠를 두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갈등 속에서  가진 게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몸뚱아리 뿐인 자살테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살테러라 불리는 ‘순교’의  길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테러작전이 실패하고 도망치다가 헤어진 자이드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폭력과 테러는 희생이 아닌 복수이며  보복과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말하는 수하에게 할레드는 끔찍한 선택을 하는 건 더 끔찍한 대안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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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수하처럼 폭력과 테러에  대한 옳고 그름을 이 영화에게 감히 묻지 못한다.

약자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이스라엘의 통제와 감시. 차별 속에서 지옥같은 삶 뿐이었다. 그 속에서 그들이 왜 테러를 선택해야 했는지 따져 물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그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나를 물어야 할 것 같다.

작전이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자이드는 순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 “존엄성을 잃은 삶은 가치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테러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그것밖에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남은 게 없었던 건 아닐까. 비록 그 결과가 또 다른 절망을 가져온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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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며 봄내음이 가득하던 주말 오후 영화는 묵직하고 ,흐리고........... 슬펐다.

댓글 6
  • 2016-04-11 07:31

    담쟁이님 고맙습니다. 꾸벅!

     

    영화 속에서 할레드가 자살테러 마지막 메세지를 남기는 영상을 '비장하게' 찍다가,  장비가 고장나서 다시 찍게 됩니다. 다시 찍는데 또 작동을 안해요. 숭고한 이념은 간데 없고, 순간적으로 열받고 욕나오게 되죠.  그리고 다시 찍습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적혀진 메세지를 읽다가 우리의 주인공이 갑자기 자기  엄마한테 "필터는 000가서 사세요"라고 말하는  '웃픈' 장면이 나옵니다.

    담쟁이님은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죠? 저도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절망 가득한 그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쉴곳이 있다면, 혹시라도 희망이라고 말할 곳이 있다면, 전 그 장면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마치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하는 그들의 최후의 만찬, 그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어디에 계신걸까요? 혹은 쿼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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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들도 어제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대사나 장면을 댓글로 달아주시면....어제 영화의 여운을 모두 함께 조금 더 길게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016-04-11 08:04

    어제 상영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멀리 서울서 오신 치과선생님(저의 주치의),  중등인문팀의 학부모님 특히 감사합니다. (다음주도 꼭 오세요. 다음주 영화도 놓치면 안되는 영화입니다)  과일도 고맙고, 2주째 연속 관람해주신 자룡도 고맙습니다. 남편을 교묘하게 따돌리고 오신 안사장과 러스크를 구우러 왔다가 눌러 앉아 영화를 보신 담쟁이님도 감사합니다.

    [필름이다]의 단골관객인 봄날,  인디언, 게으르니도 새삼 감사합니다.

    다시 살아나신 자누리샘도 반가와요^^

     

    이제 슬슬...문탁의 영화광들이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ㅋㅋㅋ

    (하늘이 아빠, 담주 꼭 오세요^^)

     

    layout 2016-4-11 (2).jpg

  • 2016-04-11 09:05

    담쟁이님의 영화사랑은 이미 알고 있는 바, 오랜만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좋았습니다...ㅋㅋ

    헌데, 댓글이 릴레이가 된다면 게으르니님을 지목해 봅니다. 일본의 마이너한 영화들을 서로 이야기할때는 초롱했던 눈빛이 그날은 허공을 헤매더군요.. 흠...영화의 주제가 무겁긴 했지만, 그래도 할레드 덕분에 잠시 미소가 살아나기도 했었지요.

    자이드의 마지막 장면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지만, 끌리는 것은 할레드입니다. 뭔가 변화 다양하고 자신에게 솔직한 듯...

    그에 비해 자이드는 시종일관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더군요..

    그날 게으르니님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네요...자이드의 눈빛처럼 막막했던 마음이 읽혀지곤 했습니다. 

    다음 주, 스미스씨 덕분에 엄청난 크기의 동상으로 접했던 링컨을 영화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게 기대됩니다.

  • 2016-04-13 09:32

    16년의 공부는 어쩌다보니 혁명 일색입니다.

     

    가장 가까이는 루쉰의 혁명과 씨름하고 있는데

    현재 '모기 물리는 작은 일'을 쓸 수밖에 없는 루쉰을 목도하고 있으며

    고전공방에서 읽고 있는 <대학>은 자신의 몸을 닦아 천하를 平하게 한다니

    이또한 일상을 혁명하라는 전언이며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는 <중용>은 스스로 誠을 固執하여

    우주 만물을 化育케 하라니 우주로 살라는 전언이겠지요....

    그리고 16년 정치의 계절에 과연 혁명은 가능한지를 묻는 영화를 연속 보고 있군요^^

     

    혁명? 혁명..... 혁명!

  • 2016-04-15 00:11

    처음에 전 이 영화가 자살폭탄테러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스라엘을 욕하는 만큼 팔레스타인도 욕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온 후에도 계속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느낀 건 

    이스라엘의 자본까지 떡하니 받아서 만든 이 영화가 아주 객관적으로 여기도 저기도 욕하고, 수하의 이성적, 인도주의적 말 속에서(중립적인 장치속에서) 자이드와 할레드가 대표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자살폭탄테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묵인하게 하는 이스라엘의 자본의 위력과 미국이 또 느껴지더군요.

    '마지막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은 유대교, 이슬람교와 같은 곳에서 태어난 그리스도교에 대한 비판일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와 영합한 그리스도교...어쩌면 그리스도교 국가들 특히 미국에 대한 비판일 것도 같구요.

    사실 예수님이 태어난 곳 베들레헴은 지금 팔레스타인 땅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가르침은 어디에서도 행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 2016-04-15 23:34

    저는 엔딩장면이 오래 남았어요.

    청량리는 할레드에 꽂히는 것 같지만...

    자이드는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단단해 보이지만

    그도 할레드처럼 매순간 방황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의 몸은 어떤 정해진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해요. 

    한없이 가여운 마음과 몸의 부조화....마지막에서야 그는 그것을 통일하고 자유로워집니다.

    죽은 체 게바라의 푸른 눈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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