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왜 이러시나요?-가을 백일장 후기

관리쟈
2023-11-18 15:22
238

2023년 11월 9일, 가을 100일장이 열렸다.

 

1. 닭싸움

파지사유, 그 곳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선빵은 참이 날렸다. 그러나 봄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참은 얼마 전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완주했고, 봄날은 연골이 나가도록 탁구를 오래동안 하고 있다.

추측컨대 뼈나이로 참이 더 젊을 것 같고, 승자가 될 것 같았다. 닭싸움은 끝까지 한 발을 땅에 대지 않은 자가 승자이다.

하지만 참은 한 발만이 아니라 온 몸이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봄날의 완승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참이 연기한거라고 뒷 말을 나누었다.

그 당시 기록이 있어서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 환한 웃음, 연기일까 아니면 무안함일까?

어쨌든 최소한 10년은 회자될 명장면을 여기에 박제해둔 후, 지금이라도 묻고 싶다. 그대들 뼈들은 안녕하신지요?

치열하게 싸워서 얻은게 바로 이것이다. 명품백?인가?

 

 

2. 백일장: 선물 장터

이 곳은 문탁의 백일장 현장이다. 백일에 한 번씩 한다.

파지사유 곳곳에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번 백일장은 화폐 교환이 금지되고 오로지 선물만 가능한, 특이한 장터였다.

그래서 이름도 '주워가게'였다. (그런데도 수시로 사람들은 묻는다. 이거 얼마예요? ㅋㅋ)

선물을 하나 이상 내놓으면 입장권을 받는데, 머리에 꽂는 꽃핀이었다.

(사진의 머리를 유심히 보라)

예전에 마을마다 꼭 있었다는, 머리에 꽃 단 여자를 기억한다.

그들이 여기에 아주 많다. 이 곳은 매우 크~은 마을임이 분명하다.

꽃핀은 루쉰 세미나팀이 중국가서 사온 것이라고 한다. 꽃핀 하나에 참으로 많은 연결이 일어난다.

 

특별히 준비된 장인들의 선물은 특별한 감동이었다.

정말로, 오로지,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 준 장인들이 놀랍고 고마웠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고마움을 전하고 그들의 명예를 동네방네 알리기 위해 한 번 불러보자.

봄날의 약밥과 손제작가방, 둥글레의 보스턴 가방(?), 토용의 손제작 필통, 코난의 수제맥주, 아리(새봄 딸)가 만든 베이비 슈, 여울아의 치즈, 곰곰의 두유, 시소의 생강레몬청, 오영의 막거리, 자누리화장품의 핸드크림, 그 외 물건을 기억못하지만 유, 누룽지님의 선물

 

점심 식사때 반주로 오영의 바나나 막걸리가 선보였다.

 

 

직접 빚은 막거리에 아침에 갈아 넣은 바나나.

먹어본 사람들의 품평은 이러했다. “아주 독합니다~”

독한 술 먹여서 정신 놓게 만들려는 준비팀의 큰그림일까?

이어서 정신줄 놓은 사람들의 광기가 펼쳐진 걸로 보아 충분히 말이 된다!!

 

3. 경매: 광기

선물마다 그것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장터의 백미는 경쟁해서 쟁취하는 것이었다.

노라와 곰곰이 펼치는 손발 착착맞는 명품 사회!

 

 

옷 하나를 두고 펼치는 광인들의 한판 쇼쇼쇼! 닭싸움은 한 판만에 끝나고 패션쇼가 펼쳐졌다.

이 날의 수준 높은 광인은 둥글레였다.

 

 

처음 코트를 입고서 앞으로 돌고, 뒤로 돌고, 두 팔벌려 돌고 생쇼를 하였으나..

재빨리 옆에 있던 모자까지 코디해서 런웨이를 걷는 동천마을네트워크의 성윤수님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몇 차례 도전에도 번번히 져서 결국은 누군가가 포기해준 옷을, 눈물겨운 옷을 간신히 얻을 수 있었다.

둥글레는 인문약방 약사이다. 그는 약사 자격증을 가지고(돈을 꽤 벌 수 있을텐데)도 누군가가 입다가 내놓은 옷을 탐낸다. 둥글레는 왜 그러는 걸까?

 

 

그 뿐만이 아니다. 요요쌤의 바지 위에 바지입기 신공에 이어서 동은, 초희 초빈, 달팽이 등

많은 친구들이 광인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기 바빴다.

이들은 왜 이러는걸까?

 

동양예술을 전공하는 어떤 분 말이 광인은 동양에서 가장 수준높은 경지라고 한다.

초탈, 일탈로 표현되는 고차원에 놓이게 되는 광인들.

한마디로 광기는 이 세상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는 때에 찾아온다.

경매에 참여한 광인들은 그 순간에 진심일수록 그 자리는 빛나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쓰러진다.

진심에도 종류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백일장의  진심, 이런 진심이 허술한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워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왜 이러세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광기어린 진심이 잠재된 채 나타나지 않아서, 잊혀질까봐, 미친 심장 한 조각을 꺼내놓는거라고.

 

4. 수고하셨습니다

선물장터만이 아니라 백일장, 복장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환경제인 듯 아닌 듯한 순간들을 만들어내어 한번씩 미치도록 하는게 이 분들의 진심인 것 같다.

 

 

5. 공연 : 스타 보유 장터

언젠부터인가 백일장에 출현하는 유명 아티스트들이 있다.

이름하야 '크로와상'의 우현과 초빈, 그리고 형준이.

 

 

이들의 일정에 맞추느라 장터 날짜를 연기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각자 한 곡씩 불러주었는데, 형준은 컨셉에 맞추어 고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현은 새 자작곡 '공부방'을 불러서 공부방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었다.

그 내용이 재밌었는데, 가사는 기억이 안나니, 혹시 아시는 분 댓글로 부탁~

 

 

 

댓글 8
  • 2023-11-20 08:47

    주워가게~
    많은 분들의 수고로움이 묻었던 시간이었네요
    후기 보니 그날 일이 생생합니다
    또 만나요~^^

  • 2023-11-20 09:02

    곰곰님의 매끈함을 보장하는 흑설탕 스크럽.
    인디언님의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만능양념장.
    모로님의 아기자기한 비즈 팔찌.
    고맙습니다!

    스페셜 땡스
    코난님의 취향 저격 수제 맥주.

  • 2023-11-20 17:01

    ㅋㅋ 근데 그 꽃핀은 띠우님이 손수 만드신거에요. 잘라두었던 가죽 꽃을 재활용하여

    그날 재밌었는데 ㅋㅋ
    선물도 두둑히 챙기고

    • 2023-11-20 18:45

      띠우 미안, 지켜주지 못해서...기억이 뒤죽박죽이라..

  • 2023-11-22 10:51

    광인-백일장=광장?
    함께하면 ,
    백일에 한번이 아니라 백일동안도 기꺼이
    광인^^

  • 2023-11-29 07:58

    장터 후기가 이토록 감동적이어도 되나요? ㅜ

  • 2023-12-07 10:13

    후기장인의 명품후기 뒤늦게 읽으며 감동^^
    고맙습니다~~~

  • 2023-12-10 23:52

    나도 뒤늦게 읽으며 감동중~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둥글래의 예쁜 백을 얻은 것은 마라톤을 완주한 철벅지 참의 빅픽처인 걸로~
    (정말 한번 부딪쳤을 때 참의 강인함이 느껴졌었는데....그냥 나한테 준 거였구나~ )
    고마워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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