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시즌2 한형모 감독의 <돼지꿈(1961)> 후기

띠우
2021-07-2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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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시즌2> 공통에세이 영화 ; 한형모 감독의 <돼지꿈(1961)>

 

 

“요즘 세상엔 체면이고 양심이고, 돈이 있어야 살아.”

 

1960년대는 온 국민이 못 살던 시절이었다. 1961년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85달러였다고 한다. 먹을 것은 늘 모자랐고 월급은 받자마자 다음달 월급을 기다려야 했던 시기다. 5.16 군사정변으로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산업화는 가속화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어두웠다. <돼지꿈>은 이렇게 가난하고 정치적 과도기인 시절의 작품으로 영화에서 나왔던 저 문장이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사실 한형모(1917~1999) 감독은 예술성을 추구하는 작가주의 감독은 아니었다. 그는 영화의 오락성에 치중한 상업영화 감독이었다. 알려진 영화는 스릴러 <운명의 손(1959)>과 교수부인의 일탈을 소재로 한 <자유부인(1956)>이지만 우리는 이번에 <돼지꿈(1961)>을 보았다. 영화는 막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후죽순으로 지어졌던 판자촌과 새로 지어지는 똑같은 형태의 주택이 공존한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코미디영화처럼 보이지만 집을 둘러싼 욕망에 의해 한 가정이 무너지는 내용을 감고 있다.

 

 

영화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 관련된 서민들의 삶과 미국의 영향 속에 퍼지기 시작한 자본주의적 욕망을 함께 보여준다. 이때 서울은 전쟁이후 밀어닥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 중산층이 물질문명에 현혹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을 어기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타협한다. 돼지꿈을 앞세워 소시민의 욕심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에는 그 가치의 허무맹랑함을 깨닫게 한다. 그로 인해 관객들을 계몽하는 느낌을 받는다. ‘태양 앞에 떳떳하라’고 주장하려고 결말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진다. <신과 함께>란 영화를 보았을 때 굳이 엄마를 앞세워 눈물샘을 자극하던 장면이 겹쳐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갑론을박하는 와중에 에세이 주제를 잡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나온 이야기들을 돌이켜보니, 우선 왜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사기를 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누가 봐도 사기꾼임에 분명한 찰리홍의 등장, 여기저기서 돈을 있는 대로 긁어모으는 주인공 부부에 대한 안타까움, 마지막에 이르러 사기꾼을 잡으러 뛰어나간 아들의 모습까지 기가 막힌 전개다. 누가, 무엇이,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인물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위법행위를 하면서까지 이루려고 한다. 교사월급에 맞춰 살지 않고 남편에게 계속 바가지를 긁는 부인의 인물됨됨이는 왜 저렇게 그려졌을까. 어떤 주장도 먼저 하지 않고 아내의 요구에 끌려가던 남편이 결국 아내의 뺨을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돼지꿈이란 소재와 인물들이 욕망하는 꿈 사이에 대한 이야기, 2021년 현재의 집에 대한 대한민국 전체의 열망은 1960년대에도 이미 있었다는 것까지...

 

 

집, 사기, 꿈, 가족...

에세이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7월 30일은 시즌2의 마지막 시간, 에세이 데이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된다. 어수선한 코로나 상황에도 다들 방역에 신경쓰면서 마지막까지 왔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하는 멤버쉽이랄까. 청량리님의 유머는 이제 하늘을 찌를 기세고, 토토로님의 툭 터뜨리는 한마디는 청량 음료같은 느낌이고, 재하는 ~인 것 같아요를 조금씩 줄여갈 정도로 편안해지고,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것이 많아보이던 수수님이 하나 둘씩 그것들을 내놓는 순간을 함께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공부와 함께 삶을 공유하는 친구들, 그것이 삶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시도하게 하는 힘인 것 같다. 이 친구들 덕분에 나는 그렇다.

 

댓글 1
  • 2021-07-30 06:24

    영화 <돼지꿈> 에세이 올립니다.

    근데, 결국 돼지꿈을 꾸지는 못 했네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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