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세미나]야생의 사고 1,2장 후기

뚜버기와 달팽이
2022-02-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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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두께의 <슬픈 열대>에 이어 우리가 시작한 책은 <야생의 사고>.  모처럼 부지런히 읽어보자 싶어서...가뿐한 무게의 책을 가볍게 펼쳤는데... 읽어도 읽어도 머리에 접수가 되지를 않아서...책을 덮고 나면 읽은 게 다 휘발되고 마니 다음에 펴면 또 다시 그 자리에서 맴맴...도통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았다. 르꾸쌤 이야기처럼 한 자리에서 내쳐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초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책이었다. 언희쌤은 설연휴 담날이라 당연히 세미나가 없을 줄로 아셨는데 역시 설연휴 바로 다음날의 세미나는 무리한 일정이었을 수도 있겠다.

<야생의 사고>는 도대체 이런 어려운 책을 왜 읽어야 될까? 전문 연구자도 아닌데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사회에대한 비판의식으로 타자의 사회로부터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부류가 있다고한다. 나 역시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을 계속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 책은 아직 막연하다.  문득 그렇게 읽는 것이 자기계발서적 독서와 뭐가 다른가라는 반성도 한다. 암튼 독서의 즐거움이 바로바로 안 오다 보니 여러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우리를 괴롭히는 복잡한 다양한 논거들을 제시면서 그가 발견하려는 것은 인간사회의 구조적 보편성인 듯하다. 세미나 중에도 <슬픈 열대>에서 경험한 바를 더 많은 사회의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이론화하여 보편성을 주장하려는 것이 읽힌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라는 구절 역시 브라질 원주민 부족들에서 본 복잡한 체계와 질서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모든 존재와 사물이 자신의 위치를 이탈할 때 우주의 질서는 무너진다는 원주민의 사고는 수많은 원주민부족들의 슬픈 역사로 증명되고 있다.

과학적 사고는 우주의 질서를 기본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질서를 찾고 완성하려는 지성이다. 서구문명이 점점 똑똑해저서 과학적 사고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고 레비스트로스는 주장한다. 서구인이 아닌 우리로서는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지만, 우리 역시 마치 서구에서 발전해왔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나마 지금은 서구의 자문화중심주의가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문화를 벗어나 사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1960년대 초반에 서구사회에서 이를 강력하게 주장한 레비스트로스는 대단한 분이다 싶다. 어쩌면 레비스트로스가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 서구중심적 시각에 균열이 발생한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질서를 추구하고 그 질서에 대한 지적 욕망에서 출발한 것이 모든 사회에 공통적인 과학적 사고인데 그 방법론에 있어서 서구근대과학과 원주민들의 ‘구체의 과학’이 달랐다는 것이 제1장 구체의 과학에서의 주장이다. 재하는 이 지점에서 현대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질서의 추구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의 제시했다. 양자역학적 사고가 질서, 분류와 대립적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든다.

근대과학이 개념(필연성)으로부터 사건(우연성)들을 설명하려 한다면, 구체의 과학은 사건들의 집합(우연성)을 이래저래 배치하여 구조(필연성)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여기에 기반이 되는 사고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의례를 만들어 내는 사고이기도 하며 손재주꾼(브리꼴레르)의 사고이다. (근대)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기술자의 일에는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이 정확히 전제된다. 반면에 브리꼴뢰르는 주변의 이런 저런 것들을 모아서 만들어낸다. 손재주꾼의 머릿속에서 그린 것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는 만들어지며 (작업자의 인생을 담은) 무엇인가를 나타낸다.

레비스트로스는 과학적인식과 신화적 사고의 중간에 있는 것이 예술이라 말한다. 이 예를 드는 이유는 필연적 과정과 우연성의 조화로운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일까? (계속된 실용주의적 사고...) 암튼 필연성과 우연성의 조화가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과 의례를 비교하면서 다시 한번 필연성과 우연성, 구조와 사건의 배치, 과학적 사고와 신화적 사고의 차이들을 알려주며 1장은 마무리된다.

구조적 체계 안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라는 부정적인 느낌도 들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가져왔던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자연과 우주 안에서 얼마나 겸허해져야 하는 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구조가 뭔지는 흐린 안개 속이다. (이상 뚜버기)


야생의 사고 2장에서 저자는 원시인들이 근대인들과 다르지만
근대인처럼 지적능력을 가지고 고도의 사유활동을 하는 존재들임을
여러 가지 예를 들며 보여주고 있다.
도곤족의 식물분류법, 나바호족 인디언들의 생물분류법,
에스키모족의 연어조각에서 보이는 섬세함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원시인은 단순하고 거칠다는 편견을 깨뜨리고자 한다.
볼리비아 고원에 사는 아이마라 인디언들은 음식물 보존에 있어
2차대전 중 미군들의 선생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식량인 가지의 분류에 있어서는 250종의 변종을 알고 있을 정도로
구체의 과학을 몸에 익히고 있는 존재들이다.
원시인들의 토템신앙이나 의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물들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미개하다고 판단하면 안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들이 그들이 사물과 맺어오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원시인 자신도 잘 모르는 전통만이 남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의 분류법은 조직적이고 견고한 체계의 이론적 지식에 의거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면에서도 오늘날의 동물학, 식물학과 유사하다.
저자는 분류하기는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여 삶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인간이 지닌 자연스런 속성이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분류하고 그것들 사이에 관계의 질서인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분류의 기준이 다르고, 주목하는 사물이 다르고,
사물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관계맺는가 하는 부분들은 달라지겠지만
항상 어떤 질서를 찾는다는 면에서는 달라지지 않는다.
원시인들은 우리처럼 사물들을 인간의 필요에 맞추어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풍요가 어떻게 인간의 풍요와 연결되는지를 탐구했다는 면에서 더 고상한 지혜의 소유자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조는 결국 요소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관계의 질이 달라지면 구조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 우주 속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
결국 우리에게 남는 질문이다. (이상 달팽이)

댓글 2
  • 2022-02-09 12:14

    관계의 질이 달라지면 구조가 달라진다^^ 

  • 2022-02-10 22:00

    이 책의 난점은 낑낑대며 겨우 읽었다 싶었는데, 책을 덮고 나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것입니다.ㅋㅋ

    두 분 샘의 후기마저 없었다면 암흑 속에서 다시 출발선에 섰을 뻔 했네요. 

    레비스트로스는  같은 해에 출판한 <오늘날의 토테미즘>을  <야생의 사고>에 대한 "역사적,비평적 소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미 그 책에서 충분히 설명된 개념, 정의, 사실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넘나 진입과 구동이 어려운 텍스트입니다.  

    역자의 고통에 급공감되는  1,2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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