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루쉰, 혁명의 문학’ 에세이 발표 후기

블랙커피
2023-11-03 15:49
241

지난 11월 1일(수)에는 에코프로젝트Ⅰ 세 번째 시즌 ‘루쉰, 혁명의 문학’의 에세이 발표가 있었습니다.

8월 23일부터 에코프로젝트Ⅰ팀은 루쉰의 『외침』, 『방황』, 『조화석습』, 『들풀』을 읽었는데요.

전통사회에서 근대로 바뀌는 격변기에 서 있었던 중국의 지식인 루쉰.

루쉰의 소설과 산문, 시들은 루쉰이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글들입니다.

에코프로젝트 세미나원들은 루쉰의 글에서 어떤 것들을 길어 올리셨는지 에세이를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봉옥샘은 <루쉰 읽기의 불편함>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써오셨습니다.

봉옥샘은 “유가의 사상과 이념이 담긴 사서는 살면서 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恥(부끄러움)를 알게 해 주었고 거기에는 신독이나 반구저기, 과즉물탄개 같은 훌륭한 개념이 있었다. 그런 유가의 지고의 가치인 인의가 뭐가 나쁜가? 루쉰은 왜 그렇게 생각한건가.”라는 물음 속에서 루쉰의 소설 중 <광인일기>, <축복>, <죽음을 애도하며>를 분석하신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셨습니다.

“‘광인일기’의 광인은 … 이 소설들의 배경에는 중국 역사에 4천년이나 유지해 온 지배층의 전유물인 인의와 도덕을 앞세운 유가라는 봉건질서가 있다. 그러나 인의와 도덕의 유가가 배제된 피지배층은 억압과 불평등과 유린의 대상이 되고 이런 시스템으로 봉건사회는 점차 경직되어 식인의 사회에 이르게 되는 것을 루쉰은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봉옥샘은 루쉰의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를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난감함을 느낀다”로 자신의 말로 바꾸는 재치도 보여주셨습니다.

 

새봄샘은 <우리 삶의 참호전>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써주셨습니다.

새봄샘은 루쉰의 소설 <고독자>와 산문 <판아이눙>에서 당시 지식인의 좌절과 스러짐을 느끼면서,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셨습니다.

새봄샘은 일터에서 문탁의 연대기금을 흉내내어 사내복지기금을 만들었는데요.

예기치 못하게 직원 H로부터 수당에 대한 항의를 들어야했고, 결국 여러 과정을 거친 후 새봄샘은 공부와 일터에서의 삶을 분리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루쉰의 <이러한 전사>라는 시와 루쉰의 참호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 등을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으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쉽게 기대하지 않고 쉽게 좌절하지 않고 일상을 담담하게 지켜내는 것이 혁명이라면 내 시도는 실패가 아니라, 피드백 시간 샘의 말처럼 어쩌면 나는 ‘방황’ 중일 지도 모른다.”

 

참샘은 루쉰의 소설 <흰빛>을 중심으로 <홀리고 홀리기>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써오셨습니다.

참샘은 “천스청의 어리석음은 [외침]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흰빛]의 기괴한 분위기와 인물의 신경증적 모습은 조금 특별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에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력과 우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스청이 홀리고 사로잡힌 흰빛에 대한 감각은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눈들이 겪는 관점의 불일치로부터 시작된다. 흰빛은 초점이 나간 프레임 안에서 길을 잃고 자신을 놓아버리거나, 물먹은 솜처럼 한없이 무거워진 삶의 무게들에 대한 감각들이다”라고 천스청과 흰빛에 주목해 분석해주셨습니다.

이어서 참샘은 “<빗돌글>의 ‘독이빨로 제 몸을 물고 죽은 뱀’에게서 나는 2023년의 우리들을 보”시는데요.

이는 “나는 천스청이고 아Q고 빗돌글에서 줄달음 치던 자”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셨습니다.

“철방에 갇혀 흰빛에 홀린 자들, 철방을 떠나 흰빛을 따른 자들, 혹은 그들을 본 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본다. 루쉰은 죽음으로 이어진 홀림을 통해 삶을 향한 홀림을 전한다. 일상에서 나는 죽음으로 이어진 홀림을 지나 삶을 향한 홀림으로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다만 미~~~세하게 경로를 옮기면서 말이다.”

 

유샘은 남편이 대구에 직장이 있어, 주말부부 7년차인 지금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민들을 루쉰의 소설과 시를 읽으며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얘기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라는 제목의 글로 써오셨습니다.

“공부는 혹은 문학은 혹은 루쉰의 글은 이런 불편함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사상의 구습은 이어져 오고 있기에 여성들이 삶을 주체적으로 도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남성들 또한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겠다며 힘들게 살겠지만 자신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좀 더 주체적으로 도모할 수는 있지 않은가? 2023년도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슬퍼하며]를 읽으며 쯔쥔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래서 문학을 읽게 되는 것일까? …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 희망이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늘을 좀 더 충실히 살 수 있는 것 같다. 인간 세상에서 오늘을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절망을 절망으로 껴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느티나무샘은 <희망하지 말고 절망에 저항하라>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써오셨습니다.

느티나무샘은 루쉰의 시<길손>을 통해 루쉰의 절망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조금이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단했던 경험, 어머니의 삶을 통해 루쉰의 절망에의 저항을 읽어내고자 하셨는데요.

이는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감히 어찌 루쉰의 삶과 비교하냐고 하겠지만 언젠가 죽게 될 자명한 사실 앞에서 현재를 살아가야만 한다는 점에서는 루쉰도 어머니도 나도 모두가 같다.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길손이었다. 루쉰은 내게 어머니의 삶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내 삶에는 어머니가 남겨 준 절반이 못 되는 성공도 있고 되물림 된 실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루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전사가 되는 법을 알려주었다. 희망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 절망에 저항하는 전사 말이다.”

 

10주의 기간동안 열심히 읽고, 자신의 삶과 루쉰의 글을 연결하려는 샘들의 노력이 느껴진 에세이 잘 읽고, 잘 들었습니다.

에세이 쓰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댓글 3
  • 2023-11-06 13:06

    가보고 싶었는데.... ㅠㅠ
    여행도 좋으셨죠?

    • 2023-11-06 13:34

      여행 후기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ㅋㅋ

  • 2023-11-06 13:34

    블랙커피님 후기 감사합니다 ㅋㅋ

    이렇게 또 한 시즌이 지나가네요
    에세이 발표와 와주신 분들 감사하구요
    ㅡ약속대로 선물 사왔습니다ㅋㅋ
    심지어 유님 막내딸 기현이꺼까지
    간식협찬 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엉성한 초안을 놀랍게도 훌륭하게? 마무리하신 세미나원들께 제일 감사드립니다요 ㅋㅋ

    수요일 녹색평론 읽기 모임과
    목요일 주워가게에 오셔서
    선물 받아가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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