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원정대 4 - 넷째날

느티나무
2023-11-10 12:26
260

아쉽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침부터 모든 것이 수월했습니다.  호텔의 휼륭한 조식부터 젠틀한 택시기사(노라에게 말을 걸지 않기 때문)와 막히지 않는 도로...

서호로 가는 길이 '우락부락한 택시 기사가 침을 튀겨가며 막무가내로 중간에 내리라더니 돈을 더 주기로 하고 겨우 목적지 근처까지 갈 수 이었던, 꽉 막힌 도로에 교통 체증이 심했던 (주말인데다 서호 축제 기간이어서라고 함)' 어어제와는사뭇 달랐습니다. 

어제 왔던 서호의 반대편입니다.

우리는 한가롭게 소동파가 쌓았다는 재방을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호수가에 버드나무가 드러워져 있고  인도에는  플라타나스 낙엽이 바스락됩니다.

북경의 가로수  회화나무와 착각했었는데 알고보니 항주시의 시목인 향장나무는 가는 곳마다 멋짐 폭발입니다. 

향이 아주 좋아서 봄이 끝날 무렵에 잎을 주워 향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항저우는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호에도 우리나라의 코끼리 열차와 비슷한 이동차량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다니는 길이 바로 인도입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은 있지만

인도는 코끼리 차에게 양보해야 하나 봅니다.

차가 오면 사람이 옆으로 비켜 서야 하는데 인도를 가득 채운 차 때문에 여차하면 바퀴가 발등 위로 지나갈 것 같습니다.

하물며 두 대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서는 바라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쫄렸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한가로운 산책을 하고 경치에 취해있을 때 그 문제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잠시 풍광을 보고 쉬면서 전날 봉옥샘이 산 이름모를 과일을 먹었습니다.

그때 봉옥샘이 단체사진을 찍자고 지나가던 사람을 불러 세웠고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호수를 배경으로 모였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봉옥샘이.....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이 호수가 깊지 않고 물속의 돌이 발을 받쳐주어서 한쪽 다리만 빠졌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사진을 찍어 주려 던 젊은 부부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서호의 소제 39번 돌을 기념하면서... 후에 혹 누군가 가신다면 39번 돌,  봉옥바위를 찾아보세요. 

그래도 끝내 단체사진은 찍었답니다.  자신이 더 놀랐을 터인데 걱정하지 말라며  오리려 우리를 진정 시키는 봉옥샘  리스팩입니다.

이상 넷째 날까지 이어진 사건사고 현장이었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고  천천히 걸어서 매봉탑을 보러 갔습니다.

항주의 낮은 아직 햇살이 따갑고 땀이 나는 날씨입니다. 매봉탑에 도착하니 벌써 힘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 봉옥샘은 층층이 다 돌아보고 다니셨습니다. 

겉으로 매우 큰 탑인 매봉탑은 실은 모두 무너져 내려 그 흔적만 남아있었습니다.

대신 그 위를 덮어 새로 높게 탑을 쌓아두었더라고요. 택시 기사의 설명에 의하면

서호로 오는 길에 만난 육화탐이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된 탑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어쨋건 매봉탑 위에서 내려다 본 서호의 모습은 절경이었습니다.

우리는 항주박물관을 가기 위해 서둘러 시내로 나와

백화점 안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동파육과 퓨전 요리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너무 느긋하게 먹었는지 아니면 백화점에서 선물과 참기름 등등을 사느라 시간을 너무 쓴 탓인지

그것도 아님 박물관이 4시에 문을 닫아서인지...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어서인지.... 

아무튼 항주박물관은 가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대신 걸어서 어제 밤에 슬쩍 보다만 청나라 거리를 다시 가보았지만 입구에서 요렇게 사진만 찍고 돌아왔지요.

가이드인 노라도 처음 가본다는 항주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불빛과 높은 빌딩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샤오싱에서는 야구시합이 있었는데 그 변한 모습을 본 노라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곳곳에서 루쉰이  너무나 부각되고 있었습니다. 

루쉰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루쉰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루쉰이 후지노 선생의 사진을 걸어두고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했던 것처럼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은 모습입니다. 

 

 

 

 

댓글 4
  • 2023-11-10 13:37

    ㅋㅋ 39번 봉옥바위!

    봉옥샘이 가는 곳엔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요ㅡ조심해야 함 ㅋㅋ

    루쉰의 글에도 나오는 뇌봉탑!
    탑의 실체는 내부에 있고 ㅡ실체가 그 모습일지는 아주 상상 밖이었음!
    외부는 다시 지은 것이에요.

    사진으로 보니 아주 많이 다닌듯 하나 정말 느긋하게 다닌 여행이었음다.

    몸도아프신데 ㅠ 후기까지 ㅠ
    빨리 나으세요. 느티샘

  • 2023-11-10 13:45

    단체사진! 엄청난 미션이다~~

  • 2023-11-12 06:58

    느티샘, 직접 얼굴 뵙고 싶어요.
    얼른 쾌차해서 컴백해주세요^^

    사진 속 모습은 다들 건강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ㅎ

  • 2023-11-12 11:17

    즐거운 여행 중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모두 무사히 돌아오셔서 기쁩니다.ㅎㅎ
    여행 다녀온 후 아직 얼굴 못뵌 느티샘과 봉옥샘, 곧 밝은 모습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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