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아가씨> 4단락 단상

다다
2016-06-07 15:27
484

박찬욱 <아가씨>

 

난 권위에 별로 쫄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엔 누구에게라도 가르침을 받는다. 

요지가 뭐냐구? 영화를 고르거나, 영화를 보고 헷갈릴 때, 난 기꺼이 전문가 '평(점)'을 본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가씨>를 보고 나서 당황스러웠다. "박찬욱은 뭘 찍으려 했던 거야?" "이 영화가 왜 칸에 간거야?" 그래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전문가들의 평을 찾아봤다. 가장 쉬운 방법인 <다음>의 평점보기. 일반관객 5.86 대 전문가 7.50 .

보통 이런 경우는 이 영화가 작가주의 영화 혹은 예술영화라는 의미이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르다. <아가씨>는 완전무결하게 상업영화다. 그런데도 일반관객의 평가는 낮고 전문가의 평가는 높다. 이거 뭐지? 그리고 전문가, 그들은, 내가 못 보고 놓친 어떤 것을 본 것일까?

 

3.jpg

 

그러나 12명이나 되는 전문가들의 평(점)을 보고 나서 나는 두번째로 당황했다. 비록 한 줄 평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난 이들 전문가들이 뭘 이야기하는 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랑 같이 영화를 본 딸내미는 이 영화가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 관객들은 아직 레즈비언 섹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라는 그 또래다운 진취적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난 동의가 되지 않았다.

 

영화는 내러티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스타일리쉬한 감독들을 좋아한다. 박찬욱이 '한 스타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박찬욱의 스타일이 오히려 화가 된 느낌이다. 박찬욱의 스타일은 박찬욱의 안일한 여성주의를 구원하지 못했다. 아니 박찬욱의 스타일에 대한 강박은 오히려 이 영화를 포르노그래피로 만들어버렸다. 난 박찬욱에게도 실망했고, 그의 영화에 한결같이 높은 점수를 준 전문가들에게도 실망했다. 그들은 그들이 사는 세상에 갇혀버렸다. 

댓글 1
  • 2016-06-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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