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영화가 더 잼나다 - 흑사회2

뿔옹
2016-06-29 12:13
595

토요명화가 없어진 지 너무 오래되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영화도 함께 모여 볼 때 더 잼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영화를 티비나 컴터,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속도 혹은 원하는 장면만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한 자리에서 '빨리돌리기'를 하지 않고

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된 것 같다.

"흑사회2" - 중국 삼합회는 2년마다 공식적인 절차를 걸쳐서 새로운 회장을 뽑는다.

주먹세계이지만 뭔가 합리적인 규칙과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가 이루어지기 전, 그 너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잔혹함이 전제되어 있다.

많은 분들이 "그 장면"에서 눈을 가렸다. '어떻게'라는 외마디 비명도 없었고 그 잔혹함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로 '그 장면'이야 말로 "흑사회"가 보여주는 '세상이 돌아가는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많은 분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인공 지미는 삼합회 회장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 

다만 사업을 하면서, 자식들이 변호사와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미는 이런 소박하고 가족애를 이유로 보통 주먹들조차

눈길을 돌리고, 구역질을 해대는 '짓'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못할 짓이 없어!"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함께 보는 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필름이다"의 자랑(?)인 영화를 보고 난 이후 함께 영화에 관한 글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너무나 문탁스럽다고 투덜댓지만, 자작나무님의 한 페이지 글을 읽고 나니

방금 본 영화가 새롭게 보였다. ^^;;;

함께 볼 수 있고, 새롭게 볼 수 있는 "필름이다"의 영화...좋았습니다.

이번 주 "스틸 라이프"도 많이 기대되네요.

늦은 후기...죄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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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6-06-29 16:46

    "함께 보는 영화가 더 잼나다" - 와우!  [필름이다]의 캐치플레이즈? !!

     

    사실 저도 요즘 새로운 체험을 합니다.

    영화에 대한 체험이 아니라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보는 체험을!

     

    늘 그렇듯이 시작은 단순하고 우연적이었어요.

    <파지사유> 2.0 시대! 파지사유가 공통식탁으로도 충분하지만(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기자기한 재미들을 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뭘까를 생각했고, 영화를 틀자고/보자고 생각한거죠.

     

    일단 즐거워요. 잠 자던 (혹은 깨날까봐 늘 조마조마해가면서 꾹꾹 눌러두었던) 영화에 대한 사랑, 감성이 막 솟구치고,  기획전을 궁리하면서 이리저리 영화에 대한 글도 찾아보고 영화에 대한 책도 주문하고 틈틈이 영화도 보고... 그러는게 너무 즐겁더라구요. (물론 후유증도 있어요. 문탁축제 첫해, 가족영화제 할 때, 그  때 영화 고르느라, 밤마다 침대에서 영화를 보면서 잤거든요. 요즘 쫌 그래요..ㅋㅋ) 그러면서 생각해요. 달팽이가 뭔가를 만들 때, 봄날이 뭔가를 박을 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호호호...

     

    어쨌든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했는데, 오히려 내 속에서 많은 질문이 생겨나더라구요.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같은 질문은...어떻게 보면 대답하기 쉬울지도 몰라요. '좋은 책'의 정의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겠죠.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문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 같더라구요.

    어쩌면 '세미나란 무엇일까'의 영화적 버전.

     

    필름이 디지털 파일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집에서 노트북으로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각자 영화를 보는 세상에서, 혹은 1000만명씩 떼거리로 같은 영화를 보는 이 요상한(=미친?^^) 세상에서, <시네마 드 파지>라는 변방의 작은 영화관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게 뭘까요?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는 거지? 너무 긴 영화는 정말 틀면 안될까? 오히려 그런 영화 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너무 낯설다고 생각하면 어떻하지?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어떻하지? 영화를 보고 난 후 합평은 어떻게 하는게 좋은걸까? 영화를 보는게 정말 능동적 활동이긴 한걸까? 기타 등등.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 저한테 [필름이다]는 처음 시작할 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거리를 계속 던져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필름이다]는 최소한 저한테는 진짜 '활동'이고 '실천'인 것 같더라구요...ㅋㅋㅋ...어쨌든  [필름이다] 만세?! ^^

     

  • 2016-06-30 11:49
    '흑사회' 상영이 있던 날, 뜻하지 않게 저도 뒷거래 현장에 있었습니다..
    두 달 째 준공을 못 내고 있는 어느 교수님이 설계한 집이 있는데, 
    준공을 내주는 건축사를 찾아갔더랬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은행에 들러서 봉투 몇 개를 준비했지요...
    그 사람이 하는 반응을 보면서 적절히 액수에 맞는 봉투를 주는.....
    참 구질구질한 일이지요...그런게 일상의 민낯이겠지요..
    청량리가 요즘에는 이런 일도 하고 다닙니다..ㅋㅋ
    오늘은 꼭 참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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