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02> 그 시절 그 영화

뚜버기
2016-07-23 01:49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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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02]

시절영화






글 : 뚜버기


 






얼떨결에 <시네마천국> 원고 청탁을 수락하고 약간 후회 했지만, 덕분에 기억 저편의 그때 그 영화들을 떠올려보는 추억의 시간을 가졌다.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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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나는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는 타입이 아니었다. 주말 밤의 건전한 명작 영화 혹은 학교단체관람 영화만 보던 순진한 여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입학하고 한 달 남짓 되었을까 같은 서클 남학생과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연히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서로 알게 되고 의기투합하여 동네 극장엘 간 것이다. 간판 분위기가 좀 묘하다 싶은 외화였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그 남학생과 나는 별 생각 없이 입장했다....그런데 상당히 낯이 뜨거웠고 속이 메슥거렸던 기억만 나는 야한 영화였다. 그 충격에 나는 이후로 길에서 만나도 그 학생을 기피하게 되었고 영문을 모르는 그 애는 머쓱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그 영화가 뭐였는지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검색을 해보았다. <레이디 인 블랙>이라는 1985년 작 이탈리아 영화였고 아니나 다를까 19금에, 일부 네티즌들은 최고의 에로틱한 영화라는 평을 남기고 있었다.


 


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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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도 역시 찾아서 영화를 보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기가 찾아 왔다. 때는 2000년대 초반, 세상살이는 뜻대로 풀리지 않고 사는 게 참 힘들었다. 그 무렵 분당에 당시로서는 생소하던 대형 비디오 대여점이 생겼는데, 동네 비디오 가게와는 달리 깔끔한 인테리어에 도서관 마냥 빽빽하게 꽂혀있던 비디오와 DVD 타이틀들이 멋져 보였다. 처음엔 영화 보는 시간에라도 세상사의 시름을 잊어버리는 게 좋았고 나중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 그 영화들로 나의 베스트 영화란을 채워본다. 다섯 개만 고르는 것은 무리.




[뚜버기의  베스트 9 무비]




1.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 지긋지긋하게 짠한 그들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감독의 시선이 나를 위로하는 듯한. 보고 또 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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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 - 세상에 선빵을 날리는 폭력의 카타르시스. 빵씨가 나오는 영화 가운데 유2하게 좋아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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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간도1> - 정체성을 잃어버린 유덕화와 진영인의 중간 어디쯤에 내가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두 배우의 연기력이 압도적.






4. 허샤오시엔의 <비정성시> - 주연이 양조위라길래 봤다. 시대배경도 모르고 봤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던 영화.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었다. 몸이 기억하는 영화.





5. <빌리 엘리어트> - 모든 장면과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이 다 좋은 영화.





6. 존 카메론 미첼의 <헤드윅> - 그냥 음악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코멘터리 필름보고 깜짝 놀랐다. 존 카메론 미첼 혼자 다 해먹은...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7. 주성치의 영화들 뻔한 게 매력인, 뻔해야 제 맛인, 웃음 속의 허접함과 페이소스가 위로가 됐었던.




8. 왕가위의 영화들 아비정전에서 화양연화까지. 유일하게 극장가서 본 <2046>이후로 왕가위의 신작은 보지 않는다.






9. 영화는 아니지만, 안도 히데아키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 나약하고 소심하고 애정결핍인 소년 이카리 신지의 성장담에 감정이입한 30대 아줌마라서 민망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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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다] 설문 응답





1. 언제 영화관에 가세요? 문탁에 발 담근 뒤로 극장과 멀어지고 있다. 



2.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독창적이거나, 리얼리티가 살아있거나






(ps) 이렇게 셀프로 올리는 것인가요? 편집을 기대하면서 당황스럽지만 올립니다....

댓글 8
  • 2016-07-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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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23 09:06

    파이트클럽 딸이 추천했을 때는 미심쩍었는데

    뚜버기님이 좋다하시니 믿고 보겠습니다~

    • 2016-07-25 14:25

      파이크 클럽은 나중에 반전이 강한 영화죠...답은 포스터에 다 있어요...강추....

  • 2016-07-23 21:07

    비정성시는 이번에 처음 봤고...

    빌리엘리어트, 왕가위 감독 영화 몇 빼곤 안겹치네요. ㅋ

    삶이 달랐겠죠? 

  • 2016-07-25 14:02

    아주 숨찬 영화래...ㅋㅋㅋ.... 스무살 때 남자동기랑 본 "아주 숨찬 영화!"

    나라도 잊지 못할 듯^^

  • 2016-07-25 14:23

    와이키키 브라더스....무간도....파이트클럽....주성치......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을 때....세미나는 같이 하진 않아도...왠지 그럴 것 같은 공감대가....ㅋㅋ

    영화가 갖는 힘이죠....

    전 대부분 많이 겹치네요...에반게리온까지....ㅋㅋ

    언젠가 주성치를 특집으로 해도 될 듯....

    • 2016-07-25 14:50

      뭥미? 난 주성치 영화 하나도 안 본 것 같은디... 재밌나? 음...

  • 2016-07-26 00:56

    와이키키브라더스- 가수를 꿈꿨던 학생들이 커서 다 찌질한 삶을 살던,,, 마지막쯤인가 표정없이 전라로 기타를 치던 모습이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주성치-완존 좋아요 나 이코드 참 좋아하는데.... 특히 소림 축구...생각만해도 웃음이 히히

    빌리 엘리엇트- 전 이 영화에서 빌리가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경계태세? 를 하고 있는데 그 방패를 벽처럼 막대기로 긁고 가는 장면이 압권이라 생각이 들어요

    왕가위- 20살 초반에 이 감독 영화에 나오는 머리짧은 여주인공? 을 따라하느라 완존 짧은 커트머리를 한적이....ㅜㅜ

    써놓고 보니 제가 뚜버기 쌤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고만요.... ㅋㅋ 감동적인 영화들도 많이 비슷하고요... 기분이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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