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 게릴라 세미나 후기

히말라야
2016-10-16 00:53
464

아침에 맑스 세미나, 점심 먹고 수행난생토론 후 

다들 지쳐서 어디론가 사라진 오후 4시에 

<동물해방> 세미나는 무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인 히말라야와 건달바 외에 

참석해 주신분은 의리의 요요, 여여, 인디언, 달팽이 샘 

그리고, 축준위 회의까지 마치고도 와주신 씀샘 참석!

모두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발제자는 장장

10페이지 분량의 발제지를 읽으며 설명도 간혹 덧붙였습니다.

자세하게 발췌를 한 이유는 

모두들 책을 안읽어올 것이라는 예상때문이었는데

예상대로 다들 책을 안읽으셨더랬지요~ 

그럼에도...지친 친구분들께...좀 더...

요점만 간단히 해 드리지 못한점이 송구했습니다.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싱어의 기본논리는

"각 존재의 고통/즐거움을 동등하게 고려하자"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사소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이 아닌 동물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과학기술을 위한 실험실의 동물들과

공장식 축산 속에서 '음식'으로서만 존재하는 동물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들에 대해서 항의하는 것과 동시에 개인 각자는 

'채식'을 통해 이러한 산업들에 보이콧을 하여 

이러한 세상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자고 합니다.

서구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떠해 왔는가를 살펴보는데

다윈 이전에는 늘 동물은 인간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해 왔더군요.

저자는 다윈 이후 그것이 아님을 알았음에도(인식)

인간의 실천에는 변화가 없음을 깨닫자고 합니다.

인식과 실천을 일치시키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결론적으로

'인간이 우선'이라는 것은 이데올로기라고

이것을 그는 '종차별주의'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는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동안의 철학자들은 모두 

인간에 대해서는 굉장히 진보적이었던 반면

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 말할 때 만은 

'전제'를 문제삼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종차별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결국 지금에 이르러서는,

인간아닌 동물과 인간도 평등하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인간들의 평등을 말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피터 싱어의 논지에 푹 빠져있던 두명의 발제자와 달리

다른 분들은 그의 '공리주의' 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가 동물에 대해서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우리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점을 말해주는 것은 공감하지만

'이익'-고통과 즐거움-의 관점에서 윤리를 논하는 것

그런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동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을 착취하는 현실을 만들어 낸 역사와 사회구조가 아니라

왜 하필이면, 그런 역사와 사회구조가 절단되어 버린 '고통과 즐거움'인가

특히나, 그가 주장하는

"인간의 사소한 미각의 크기"와 "동물의 치명적인 고통의 크기"의 비교와

"동물 해방 운동은 다른 어떤 해방 운동보다도 인간 편의 훨씬 큰 이타적 태도를 요구한다."

와 같은 말을 잘 속의 인간이 더 '이타적'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발상들이

이것 역시 인간을 동물보다 더 나은 존재, 뭔가 양보해야 하는 존재,

동물은 해방시켜줘야 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겠나..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죠.

그런 지적을 들으면서 저는...

사실 공리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제가 굉장히 공리주의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탈핵시위용 찌라시를 만들면서 

늘 그런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왜 핵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나...역사와 사회구조적 모순보다

당장 핵발전소가 사람들에게 주는 공포와 효용등으로 먼저 다가서지요.

제가, 산업주의과 기술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폐기합시다!라고 말할 수 없고

핵발전소를 폐기합시다! 해야하는 것처럼, 피터싱어 역시

산업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폐기합시다! 라고 말하지 않고

동물실험과 공장식 축산을 폐지합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a

그래서 저는...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도...뭔가 껄쩍찌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타심 운운하는 것이 물론 인간이 더 잘났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렇다고 해서 맑스가 프롤레타리아트보고 자기해방하라고 하듯

동물들에게도 자기가 각성해서 알아서들 해방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물론 인간해방이 되면, 동물도 해방되겠지요...

피터싱어는 거꾸로 동물해방이 인간해방이라고 말하고 있고요.

하여간 무척 헛갈리고 더 공부해야 할 일이긴 한 것 같습니다.

공리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느라고...

실제로 우리가 매일 먹는 동물들의 현실에 대해서 

동물..아니 우주만물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영화를 보면서 또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담주 영화는 더 논란거리가 많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는 공리주의와 더불어 

인종차별과 계몽주의의 냄새까지..생각만 해도 오싹하군요..ㅎㅎ

담주엔 많이들! 꼭들! 오셔서...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나는 어떤 동물인가를...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저는 피터싱어의 공리주의에 동의해서가 아니고!

식물을 먹는 편이 훨씬 더, 나와 같은 다른 존재를 착취하지 않는 삶이기에

축제기간 동안 채식수행을 해 보고자 합니다~~

누구 저와 함께 하실분 계신가요? ^0^

댓글 10
  • 2016-10-16 09:33

    저는 세미나 안들어가고 왔다갔다하면서 영 껄쩍지근했는데 자세한 후기 읽으니 약간 감이 오네요. 

    다음주 영화보고 좀 더 많은 이야기 듣고 생각할 시간 가져야겠습니다.

    요요샘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채식수행하신다니 걱정되는군요 ㅠㅠ  

    고기좋아하는 저도 동참해 보겠습니다. 

    • 2016-10-16 13:23

      아니? 저.. 채식수행 선언 안했어요~~ ㅋㅋ

      히말이 채식수행 선언했는데.. 저도 히말의 한 구성요소인가요?^^

      • 2016-10-16 15:24

        외상장부에 건달바를 여울아로 적으시던 뚜샘~ 

        이젠 히말 속에서 요요샘을 보시네요..ㅋㅋㅋㅋ

        요요샘~! 걍 제 안에 계신걸로! 어쩔 수 없어요~~

  • 2016-10-16 10:05

    채식수행레 딴지거는건 아니고요..식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지점이 있는게 아닐까해요.

    식물은 동물과 다른 선택을한거뿐이잖아요..

    이동하는대신 정주를 택했고 햇빛과 물과 공기를 직접 맞닿기를 원한거잖아요.

    그런데 자본주의 과잉생산으로 식물이 처한상황은 동물사육과 비슷하지 않나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야했고 유전자조작에 온갖 접붙이기에 식물원료용 대량생산에..

    동물이든 식물이든 비동물적이고 비식물적으로 사는 상황이라면,

    자연을 내 유기체로 여긴다면...

    질문이 더 깊어집니다. 

    저는 절식을 하렵니다...

    • 2016-10-16 12:35

      맞습니다...  근데 동물을 먹이기 위해서는 그냥 우리가 직접 먹는 것보다 열배이상의 식물이 더 필요하다네요 거기에 식물을 키울때보다 더 큰 환경파괴가 생기고요... ^^  절식 좋습니다!

  • 2016-10-16 14:06

    저도 절식^^

  • 2016-10-16 16:01

    글을 읽고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 개념으로 음식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육식을 한다, 채식을 한다를 넘어서 내가 먹고 있는것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동물 복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생산된 야채일까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긴 보다 과함을 비우는 절식에 저도 동참합니다.

    먹는 유혹에 엄청 약한 저로서 그저 의식하고 노력하면서 수행하렵니다......

  • 2016-10-16 16:29

    저는 잔(남은음식)식^^ 

    이건 많이 먹어도 되나??

    • 2016-10-16 16:32

      푸하하......

      버릴수는 없으니 남은 음식 먹어주는 보시~~~♡♡♡

  • 2016-10-17 01:17

    하하... 사장 출장 끝내고 귀국했시유.

    모두들 고생 많으시네요.

     

    전 피터싱어의 질문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무슨 재주로 동물을 해방시키겠어요? 내가 동물도 아닌데.ㅋㅋㅋ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질문 밖에 없어요.

     

    그리구 사슴이나 얼룩말 코끼리가 풀을 먹고, 딱따구리나 개두리나 고양이가 고기를 먹고, 인간이 풀도 먹고 고기도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 아닌가? ㅎㅎ

     

    어쨌든 쟁점이 많네요. 계속 핫하게 만들어서 영화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근데 홍보는 많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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