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컨피덴셜

이 여름의 끝은 언제나 집집마다의 부엌!

여자들의 머리칼이 수세미처럼 흩어지고 아이들의 송곳니 아래서 살찐 암소들이 누운 벌판이 뼈를 발리는 곳 이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붉은 뺨은 얇게 저며져서 설탕이 끓는 침 속을 떨어지고 포도송이처럼 심해의 눈알들이 혓볕 아래 익어가는 곳 이곳이 차마

여자는 굴 껍데기 속에

굴처럼 미끈거리는 집을 지었습니다

집은 굴처럼 쉽게 상하고

입속에서 미끈미끈 씹혔습니다

집에서 나온 것들은 잘 갈라졌습니다

심장은 네 등분하기 좋았습니다

결국 저 입 벌린 굴의 입맛에 맞도록

침샘에서 물이 솟도록

배 속의 새끼 돼지 한 마리 잠들도록

엄마는 입속에다 아기를 길렀습니다

아기는 엄마를 아껴서 파먹었습니다

아기아 여물어갔습니다

엄마! 세상에서 제일 먼 곳이 어디야

먹을 게 없는 데지! 나는 대답했습니다

강가에 이빨들이 주욱 늘어서고

목구멍이 태양을 삼켰습니다

저 새는 삼키지 마

저 물새는 깨물지 마

강이 내 이빨에게 속삭이며 흘러갔습니다

접시는깨지고 기름은튀고 간장은쏟아지고 나는피곤하고 팔목을데고 프라이팬에눌어붙고 겉은타고속은안익고 앞치마는더럽고 수돗물은끊기고 시궁창은막히고 옷에서 냄새나고 손님은다시오고 유리잔은뿌옇고 설탕은쏟아지고 담뱃재는튀고 생선비늘이손등에박히고 컬럼비아호는폭발하고 기름에불붙고 냄비는시커멓고 칼은무디고 세무서와보건위생국은달려오고 음식물쓰레기는넘치고 오븐속의칠면조는타오르고

새끼는 하루 종일 먹을 거 먹을 거 하고

나는 아는데 내 배 속의 끼룩끼룩 늘 배고픈 돼지는 모르는 것

그것은 나의 끝

썩은 굴처럼 문드러질 나의 목젖

갈매기 한 마리 떨어진 제 눈알을 쪼아 먹고 있네

엄마의 가슴이 아이스크림처럼 폭폭 떠 먹히고 실밥이 풀린 손들이 너덜너덜 국냄비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곳 이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서쪽 하늘을 숟가락으로 닥닥 긁어 먹는 달의 뼈를 고아 뽀얀 국물을 만들고 거기에 땅속 시신들의 육즙을 곁들여 마시는 곳 이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결국 이 가을의 끝은 언제나 집집마다의 부엌!

파란 칼 아래 끓는 강물 속 이빨들이 정렬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