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09> 영화가 지루한 그대에게

2016-09-1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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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지루한 그대에게

 

                                            
                                                         





글쓴이 : 썰9352a60bbd8606a0785b8704213948db.jpg


 “영화를 사랑하는 그대에게 글을 청합니다....” 원고 청탁 파일을 열자마자 당황했다. 나는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은 커녕, 왠만한 영화들이 다 시큰둥한 요즘이다. "영화가 지루한 그대에게"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 무엇을 써야하나 고민하던 중 든 의문. 왜 나는 영화가 지루한가, 왜 나는 영화를 거부하며, 그나마 재미있는 영화는 무엇인가. 이러한 고민에 관한 글을 써도 되나 싶지만, 문탁 사람들은 다양한 수준과 의견을 포용해주리라 믿기에 용기를 내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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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닮아있는, 잔잔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어벤져스를 보면서도 졸았다. 남들이 좋다는 싸우는 신이 싫다. 시끄러운 갈등 상황, 쫓기는 듯한 긴장감도즐기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잔잔하게 일상을 그리는, 이렇다 할 큰 사건들이 없는, 하지만 소소한 웃음들과 정감 있는 일본 영화를 접하고 난 후, 비슷한 장르를 찾아 보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카모메 식당>, <안경>,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등. 

 가장 좋았던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실상 소재는 평범하지 않다. 재혼한 아버지의 이복동생을 받아들이는 세자매. 한 집에서 네 자매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장면 장면들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흔한 영화들의 억지러운 연결들도, 일본 특유의 과장된 웃음들도 없다.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소소한 웃음들이 존재한다. 빨래를 개며 대화를 나누다, 별거 아닌 일에 웃음이 터지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과 많이 닮아있다. 



# 내가 영화를 거부하는 이유

 킬링타임으로 영화를 보던 시절, 긴박감 넘치는 그리고 유쾌한 내용의 영화를 많이 봤다.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올 때면 허무할 떄가 많았다. 크게 기억 남는 것은 없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는, 멍하니 정신이 혼미한 상태. 

 일상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이따금 정신없이 하루가 지난간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때. 늦은 밤 일기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때. 마음과 정신이 빼앗긴 그런 날들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하며, 때론 허무함과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정신'과 '마음'이 빼앗긴 듯한 느낌. 거부하고 싶나보다. 정신과 마음을 붙잡으며 살고 싶다. 일상에서도, 영화에서도.

 

# 지루해서 다행이야


 나에게 영화보다 재밌는 것들이 많다. 여유시간을 주어진다면, 나는 사람을 만나겠다. 주변의 것들을 살펴보고, 천천히 걸으며 생각을 하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겠다. 영화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지인이 보러가자고 하지 않는 이상, 글쎄.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왜 영화가 지루한가'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난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너무 많아. 욕심이 많아, 진득하게 하나를 깊게 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좋아하는 게 줄어들었네, 다행이야.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겠어.'

 

[필름이다 Q&A]

1. 언제 영화관에 가세요?

  꼭 보고 싶다는 영화가 생기거나, 지인들이 보자고 할 때

2.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감각적인 장면들이 있는 영화 / 생각지 못한 지점의 질문들을 던져주는 영화. 


3. 나의 베스트 영화 3

  뷰티풀 마인드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 바닷마을 다이어리




























댓글 4
  • 2016-09-11 13:00

    이건.. 동네 배급사 필름이다를 긴장시키는 폭탄발언!

    '영화가 지루한 그대에게' 라니? ㅋㅋㅋ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많아! 라고 말하는, 쎈언니 썰님이 등장했군요.

    맞아요.. 모든 사람이 다 영화를 즐기는 건 아니니까.. ㅎㅎㅎ

    하하 근데.. 필름이다의 사장님과 직원들은 어떠실지?

    암튼.. 영화가 지루한 썰님과 함께 영화 같이 보고 싶군요.^^

    필름이다의 다음 상영회에 꼭 초대하고 싶어요~~

  • 2016-09-12 06:18

    저는 지루하고 싶어서 극장에 가나봅니다. 

    사람이 힘들 때,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적극 실천하는 소극적인 두시간!이랄까요~ㅎㅎ

    어벤져스도 바닷마을다이어리도... 자다가 보다가 그랬다죠.

    베스트영화목록으로 보여지는 쌤은 아마 잘은 몰라도 참 따뜻한 분인 듯 하네요.

    우리 열일곱친구들은 복받았네요~~~^^

  • 2016-09-12 10:16

    썰쌤.... 씨네마 천국좀 써주실래요?

    썰은 너무나 선선히.... 네, 그러죠....했다.

    그리고 반전!  영화가 지루하단다. ㅋㅋ....

     

    하지만 문맥을 잘 읽어야 한다. '영화'가 지루한게 아니라 더 이상 '스펙타클'이 피곤하다는 거다.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

    도대체 영화 한편을 천만명씩 보는게 정상인거야? 이거 진짜 이상한 거 아냐? ...라는^^

  • 2016-09-13 01:56

    아!!! 나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재미있게 봤는데..

    10년 넘은 매실주를 홀짝이던 자매들이 내년에 담을 매실주를 이야기하던 그 장면은 정말 찡~~~ 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했는데...

    썰님을 더 많이 알고 싶네요 .... 우리 나중에 커피 한잔 해요... 그리고 더 친해지면 매실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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