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글루미선데이>를 추천합니다

2016-12-22 21:52
451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02

 <글루미선데이>





_ 눈 

                                                    

글루미01.png

 

 

15년 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인상 깊게 본 <글루미 선데이>를 [필름이다 연말러브전]으로 상영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영화 볼 자유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지금과 달리 활기찬 청춘이던 그때의 나의 행적들과 그때의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단순히 예쁘다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우월하게 매력적인 여자가 동시에 두 남자를 품고 뿌듯한 표정을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쳤고, 영화전반에 흐르는 글루미 선데이음악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재생됐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음악이 그 제목으로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흐리다. 인상적인 몇 장면에 얽힌 내용과 음악이 묵직하게 울릴 뿐이다. <글루미 선데이>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들을 곱씹으며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과 답 없는 논쟁을 하기도 했다. 혼자만 사랑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은 마치 인간의 타고난 오신(誤信)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비교적 순순히 두 남자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길 선택한다. 포기하는 것보다 반쪽이라도 갖고 싶어 하는 헌신의 사랑에 놀랐고 그것을 순수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여자의 매력에 반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이내 불안하고 위태로워진다. 그것은 이 곡이 만들어지던 1930년대 헝가리의 당시 시대상과도 연결된다음악은 부다페스트라는 공간에서 독일이라는 폭력 앞에 더 서럽고 슬프고 음울한 느낌을 자아낸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자살로 잇게 만들어 금지곡으로 지정됐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화제가 된 이 음악은 특유의 음울함으로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데, 감독은 이 음악과 얽힌 실화를 소재로 한 바르코프의 소설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1988)’를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이 음악이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슬프면서 아름답다. 달콤하게 귀에 담기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글루미2.png



상대를 비교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여자, 상대의 자유로운 결정을 존중하는 남자, 서로를 속이지도 않는 합의하의 공공연한 삼각연애. 그리고 또 다른 남자의 그녀를 향한 일방적 사랑.. <글루미 선데이>에는 남녀 간의 사랑에서 나아가 생사를 가르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에 대한 예의, 신의를 깊이 있게, 때론 섬뜩한 반전의 형식으로 그려 재미를 더해 준 기억이다.



12월 [필름이다 연말러브전]의 테마는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이다. 마음에 드는 말이다. 사랑은 오로지 현재의 활동이며 우리는 누구와 어떤 형식으로든 사랑하고 있다이 영화로 인해 현재 사랑하고 있는 우리를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3
  • 2016-12-23 07:58

    눈님이 [필름이다]에 강림하시다. 만세!! ㅋㅋㅋ

    감사해요^^

    • 2016-12-23 08:01

      감독과의 인터뷰의 일부입니다.

      ==================

      영화의 주제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의 삶에 한 노래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사랑과 죽음, 우정 그리고 배신이 중요한 주제입니다.
      다큐멘터리보다도 생동감 넘치고 의미있는 작업이었죠.
      알다시피 전 다큐멘터리 영화 출신입니다.

      누가 아이 아버지죠?
      저도 누가 아버지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 추측하고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면 이렇게 대답하지요. ‘자보 아이지’,
      하지만 음악을 듣고 있거나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면 ‘안드라스가 아버지야’라고 말입니다.
      또 기분이 나쁠 때나 아주 속상할 때면 한스의 아이라고 하기도 하죠.

       

      영화 속의 복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의 엔딩은 충격적이지만 그 것이 ‘Happy End’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글루미 썬데이’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으신 게 언제죠?
      제가 17,18세 되던 해, 당시 아직 학생이었죠.
      슈트트가르트에서 개최된 국제 민속음악회를 방문했을 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여가수가 이 곡과 관련된 스토리를 얘기해 주고 이 곡이 ‘자살의 송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곡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매우 집중해서 이 곡을 감상하게 되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이 곡이 삽입된 레코드를 샀고 닉 바르코의 소설 ‘슬픈 일요일의 노래’를 읽은 후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촬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가 촬영을 위해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던 첫 날 어떤 여성이 우리를 Kisbuda라는 조그만 까페에 초대했습니다.
      거기에는 게사 보로스(Geza Boros)라는 바이올린 연주자와 페터 슈미트(Peter Schmidt)라는 피아니스트가 그 노래를 연주했죠.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첫 장면에 출연시켰죠.

  • 2016-12-23 11:06

    저는 한스가 아버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스토리가 운명적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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