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45년 후>를 추천합니다

청량리
2016-12-21 09:27
513

[필름이다]12월 러브전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01

 <45년 후>





_청량리

    








 

영화에서 두 가지 큰 사건이 축이 되어 전개된다. 하나는 제프에게 온 편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 둘의 결혼기념일 파티다. 편지를 받은 월요일부터 파티가 있는 토요일까지 시간 순서대로 영화는 케이트와 제프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편지가 과거의 일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사건이라면, 파티는 미래에 일어날 일이다. 그것이 현재 두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있는지, 그래서 45년을 살았던 노부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극적인 장면이나 볼거리가 없지만, 마지막 파티에서의 댄스장면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감독과 배우의 힘이다. 그 중에서 케이트 역을 맡은 샬롯 램플링은 배종옥이 말했던 것처럼 늙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여배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내가 개인적으로 램플링을 알게 된 것은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였다. 주연도 아닌 조연으로 나온 영화였지만, 젊고 신비한 매력을 가진 여주인공 멜라니 로랑에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에 램플링이 주연한 <45년 후>은 내용이나 평가와는 상관없이 꼭 챙겨보고 싶었다. 그녀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마지막 댄스장면의 눈빛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중요한 스포일러라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다). 제프 역을 맡은 톰 커트니도 70대 노인의 뱃살을 보여준 과감한 노출로이 영화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커트니와 램플링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조연으로 같이 출연했다는 사실.


영화 45년 후.jpg


주인공 케이트는 만약에 말이지..’로 시작하는 가정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편지를 받고 제프에게 묻는다. ‘만약에 말이야, 살아있었다면 그녀와 결혼할거야?’ 나도 묻고 싶은 게 있다. 만일 그 편지가 10년 전에, 아니 결혼 후 첫 결혼기념일에 도착했다면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프의 대답은 이미 짐작된다. 그러나 케이트는 어땠을까? 45년의 시간을 담기에 편지 한 장은 너무 가볍다. 그러나 제프는 그 편지 한 장으로 5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영화는 가벼운 종이 한 장으로도 45년의 시간을 칼로 베어버리듯 그 둘의 삶을 흔들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백년가약을 말하고 평생을 담보로 삼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가벼운 사건이나 종이 한 장으로 헝클어질 수 있다고. 그러한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결혼기념 파티는 아름답게, 축복 속에 열린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다. 바로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들이다. 비교적 영화음악이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감독은 중요한 장면에서 배우들의 대사 대신에 음악을 넣는다. 특히 토요일 파티 전에 혼자 연주하던 케이트의 피아노 곡, 그리고 램플링의 눈빛만으로 여우주연상을 줄만 했던 댄스장면의 배경음악. 이 두 곡은 영화를 보면서 꼭 챙겨듣기를 바란다. 클래식이나 팝을 몰라도 괜찮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가사나 작곡가를 몰라도 느낄 수 있으니 부담없이 챙겨 들으시길FIDA

 

 

댓글 2
  • 2016-12-21 16:40

    아...검색을 해보니 공식적 장르는 멜로인데...실제로는 '서스펜스'인 모양이네요.

    멜로보다는 서스펜스가 더 낫죠.

    삶은 늘 서스펜스니까~~

    꼭 보러갈게요.

  • 2016-12-21 17:08

    필름이다의 기획의도 적중입니다.

    보러 가고 싶네요~~ 45년후 기대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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