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변신

자누리
2011-12-22 02:02
1394

오늘 화장품생산 작업을 했습니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지 몹시 피곤하군요

흠..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몸과 달리 맘은 따라 주고 있는걸까요?

 

화장품 생산 과정이 그렇게 녹녹치는 않습니다.

무얼 생산할까 정하고 나면 지금님이 홈피에 홍보물을 올립니다.

작업일 약 3일전에 주문수량을 확인하고 레시피를 꼼꼼이 짭니다.

가급적 4팀 모두 각 품목을 한번 이상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량을 할당합니다.

그러니 몇 사람이 각 품목을 몇 번씩 작업해야 하는지 매번 계산합니다.

그 다음 재료 주문에 들어갑니다. 아직은 작업장이 없어서 보관되는 재료의 양을

줄이느라 가급적 딱 맞게 주문하려고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닙니다.

괜찮은 재료를 적정 가격에 사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다양하지 않아서 용량과 디자인을 맞추어 사는게 어렵습니다.

레시피 짜고 재료주문 하는데 보통 이틀은 걸립니다. 물론 다른 일도 하면서 말이죠.

작업 당일 뚜버기는 주문 리스트를 만들어 옵니다.

작업이 끝난 후 리스트에 맞추어 생산물을 제대로 나누어 주느라 마지막까지

뚜버기는 진땀을 흘립니다. 힘들 법도 한데 싫은 기색 한 번 없습니다.

이전 화장품팀이었던 노라와 달팽이, 요요님까지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왜 마땅한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오늘 작업하러 여러 사람이 왔습니다.

여울아님은 다른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그리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심지어 딸 은우를 데려왔는데 작업에 방해될까봐 작업실에 못들어오게 합니다.

우리는 괜찮다고 누누이 말해도 여울아님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까 저어합니다.

어린왕자님은 벌써 여러 번 작업에 참여해서 아주 잘하십니다. 저는 이분의 웃음에

맘이 편안해지는걸 느낍니다.

안그래도 마른 몸에 검은 옷을 입은 푸딩님은 어린이들과 재밌는 일을 많이

해봤나봅니다. 어린이들 얘기를 할 때 눈 가에 푸근함이 감도는 걸 감출 수가 없습니다.

발걸음조차 사브작사브작 조용한 모모님과 우렁생이님은 재료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듯

신중합니다. 마치 망나니 오빠 넷에 유일한 여자로 집안의 대소사를 척척 책임지는

그런 누이같은 믿음직스런 기운이 풍깁니다.

저는 이들과 만나는 이 장면들이 참 좋습니다.

이들과의 이런 만남은 도대체 어떤 인연에서 오는걸까요?

 

 

정제되지 못한 용어들이 머리 속을 떠다닙니다.

마을, 마을경제, 사회속에 묻어 들어간 경제, 살림살이 경제와 돈벌이 경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이 용어들에 미안함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애초부터 정해진 자기 자리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문득 마을작업장에 필요한 사람은 이 용어들을 질문하는 이들일 거 같습니다.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아니라.

갈 길이 멉니다....

 

 

(마을작업장에서 화장품 사업의 컨셉을 올리라는 숙제를 생각하다가

엉뚱한 길로 가버렸네요. 숙제는 내일에~)

댓글 11
  • 2011-12-22 10:17

    FTA에 대처하는 우리의 선택은

    "자누리화장품"

    잘 만들어주셔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 2011-12-22 10:18

    자누리님~~

    무한변신하시느라 어제 작업은 좀 더 강도가 있었을거라 짐작됩니다.

    팥죽 만들기까지 겹쳐 새로운 일꾼도 많았고 해서..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는 자누리님의 따뜻한 시선에 뭉클해지네요.

    자꾸만 헷갈려 소중히 할 것이 뭔지 잊어버리게 되는데 때맞춰 알려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숙제도 꼭 올려주세요~~~ㅎㅎㅎㅎ

  • 2011-12-22 10:24

    저랑 "화장의 역사" 공부해보실래요? ㅋ

  • 2011-12-22 11:03

    궁금했어요. 화장품을 만드는 자누리님은 어떤 분이실까?

    내공 가득한 목소리와 포스가 일단은 보통분은 아니시구나! 

    역시 문탁에서 무엇인가 하시는 분들은 뭔가 달라~~

     

    집에서 가끔 간단한 비누는 만들어서 쓰는데, 그놈의 영점저울이 비싸서 화장품은 엄두를 못 냈었죠.

    학창시절 실험실에서  실험을 핑계로 짜장면 시켜먹고 소주 마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무엇보다 몸을 써서 노동을 한다는게 좋았고, 아무 생각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여러 사람과 함께 해서 더 즐거웠고,  전 과정을 경험하고 알 수 있기에 더욱 소중했구요.

    페브리즈에 어떤 것들이 들어갔는지 알고 있으니 맘 놓고  마구마구 뿌렸어요.생선 구워먹고 뿌려놓으니 쾌적,상쾌해요.

    에구~ 아껴 써야지.이러다 며칠 못 가고 다 써버리겠다.

     

    마이너스 복이 많아서 복 벌어 갚아야지 하고 갔는데, 문탁에서 일하면 돈도 주고 복도 주네요.

    근 2년만에 제가 일해서 만원을 벌었어요. 복으로 받을까?  잠시 주저하다가 그냥 돈으로 받아서 페브리즈 구입하고

    천원 보태서 팥죽 2인분 샀어요. 내가 일해 번 돈으로 물건 값을 치르니 정말 뿌듯했어요. 만원의 행복!

    집에 돌아오면서 콧노래가 흥얼흥얼~ 아, 행복해!

     

     

     

     

  • 2011-12-22 11:28

    본문도 댓글도 읽는 내내 맘이 따뜻하네요.

  • 2011-12-22 14:51

    팥죽 쑤면서도

    프레쉬 우먼들이 화장품 잘 만들고 있나.. 마음이 쓰이던데

    자누리님 글과 댓글들을 읽고 나니.. ㅎㅎ 괜한 걱정을 했군요!

    새롭게 마을생산팀에 합류한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앞으로 같이 잘해봐요~~

    어제 FTA 강의 들으니까 화장품!  정말 중요한 아이템이더군요. ㅋㅋㅋ

  • 2011-12-23 13:43

    자누리님

    갈 길이 멀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미 길을 가고 있잖아요 ^^

    emoticon

  • 2011-12-24 02:23

    화장품 만들기 너무 재미 있었어요...꼭 학교다닐 때 노래 시험 앞둔 것처럼 떨렸어요..다음에 할 때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옆에 어린 왕자님이 계셔 너무 든든했어요 ㅎㅎ 자누리님의 시원시원함...멋지십니다...

  • 2011-12-26 13:31

    자누리님의 시원함은 익히 느끼고 있습니다.

    잠시 식용유의 문제점을 얘기했더니 이미 알고 계시고...

    우리가 그럼 기계로 기름을 짜서 먹자는(?) 제안을 하시는 걸 먹고...

    ㅋㅋㅋ

    그저 소극적으로 '먹지 말아야쥐~'하고 있는데,

    대안을 찾아 실행하자는 말씀을 듣고 그 패기와 거침없음이

    아마도 오늘의 자누리화장품을 만들어왔다싶더라구요.^^

    아무튼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명민한 포스'작렬입니당. 

  • 2011-12-30 02:03

    그리 기대하지 않고 우연히 써본 자누리화장품...

    풋밤, 립밤을 써보고 넘 좋아서 슬그머니 피죤과 스킨, 로션, 탄력크림을 사봤는데

    넘넘 좋아서 쓰던 화장품을 두고 걍 일단 자누리를 쓰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선언했어요.

    나 이제 화장품 자누리루 다 바꿀꺼야..

    전에도 자연화장품을 몇번 써봤는데 겉돌고 유분도 적어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서

    이번에도 별 기대없이, 그저 향기가 좋아서 신청해본건데 대```박!!!

    거기다가 피죤두 넘 좋아서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 뿌려댑니다.

    만드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미안하고...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작업에 동참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혹 아이크림이나 에센스 등은 만드실 계획이 없으신가요? ㅋㅋ^^

    남성용 스킨과 로션은?

    넘 욕심이 많죠?

    천연향도 좋고, 용기를 재활용할 수도 있어서 좋고, 싸서 좋고,

    믿을 수 있어서 좋고....

    다른 분들도 글은 일일이 안올려도 다들 저와 같은 마음이실거에요.

    그러니... 자누리님...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화장품 만들어주세요!!!

     

     

  • 2011-12-30 10:17

    후기를 보니 이번에 못써본게 몹시 아쉽네요

    담번에 제작할때 저도 꼭 써보고 싶어요. 주위에 강매!해 볼터이니

    힘내시고 많-이  생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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