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아웃오브패션 후기

띠우
2017-02-05 19:59
482

작업장 월든에서 준비한 영화 아웃오브패션이 금요일에 파지사유에서 상영되었다.

원래 영화제 진행을 하기로 했다가 아무래도 울렁증이 심해서 달팽이님께 진행을 맡아달라고 떼를 쓰고 그 대신 후기를 적겠다고 타협을 보았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울렁증을 자꾸 벗어내야만 하건만... 꺼이꺼이... 아무튼...


IMG_7202.JPG

 

에스토니아의 패션 디자이너 레트는 패스트 패션에 저항하며, 버려진 천을 업사이클링하여 예술성과 실용성을 갖는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업사이클링이란 새로운 디지안을 통해 재료에 새 가치를 주는 일이다. 5년간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패스트 패션의 하청 섬유산업 단지가 있는 방글라데시와 목화솜 생산지, 그리고 뉴욕과 영국, 덴마크등의 나라를 다니며, 패스트 패션의 현주소를 낱낱이 고발한다. 값싼 상품을 만들며 사용된 독성물질, 착취된 노동력, 오염된 자연 환경이 보여진다. 영화에는 소비자의 눈 뒤에서 벌어지는 패션산업안에 자리잡은 자본주의적 착취구조와 인간소외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업사이클링의 대량생산을 위해 레트는 계속해서 도전하는데 과연 업사이클링의 대량화가 이 모든 구조의 대안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적 패션산업에 틈을 내려는 레트의 시도는 월든 활동과 맞물려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은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이고, 소모되는 에너지는 세탁기를 최대치로 24시간동안 돌렸을 때 들어가는 양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정도의 물과 전기를 써서 청바지 한 벌을 만들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이런 물과 에너지를 90프로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레트는 그것을 줄이기 위해 오늘도 도전한다고 말한다.

 

IMG_7205.JPG

상영시간이 1시간이 안 되다보니 8시 조금 넘어서 영화는 끝났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통해 먹는 것을 이야기할 자리가 마련되었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는 입는 것에 대한 고민?

월든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사이클링, 물건의 순환이란 엄청나게 미미한 활동일수 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활동하는 월든 매니저들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에 삶의 기쁨, 즐거움을 느낀다. 혹시나 월든이 없어져야한다면? 우리끼리라도ㅋㅋ 공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계속되는 월든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월든에 가죽을 갖다주시는 노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2017년 신상품인 가죽배낭을 선물했다. 가죽으로 물건을 만들 때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지만 가져다주시는 가죽은 정말 감사하게 잘 쓰고 있다. 다음에는 따따루님이 쓰실 수 있는 것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와중에 문탁샘은 업사이클링으로 청조끼를 만들자는 말씀을 다시 하셨다. 저렇게 자꾸 말하시는데 어떻게든 만들어 드려야 하는게 아닐까...

토용님은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셨다.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즐겁지 않다. 필요없는 물품을 만들지 않는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부터 소비에 대해 생각하면서 월든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작게는 각자 자기 집에서 필요한 생활물품들을 만드는 것에서 월든이 있는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월든에 있는 천을 이용하여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에 문탁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다시 조끼 이야기로 돌아갔다. 조끼라는 형태만 알 수있도록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는 나비행진을 위해 만들고 있는 꽃이야기로 이어졌다. 나비행진을 위해 꽃을 만들라는 히말라야님의 한마디에 너무 신이난 달팽이님이 만든 꽃은 예뻤다. 여여님, 콩땅님, 기연님의 꽃도 예뻤다. 사람들은 꽃을 머리에도 달아보고 가슴에도 달아보고...

그리고 기억교실에 다녀와서 방석을 만들게 된 이야기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다. 문탁 사람들이 가능하면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 해서 4.16을 다시 한 번 함께 생각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연하게 이름으로만 접했던 아이들이 실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기억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녹색당 모임에서 영화제를 알게 된 두 분이 함께 해주셨는데 다음 담쟁이베이커리에서 준비하는 영화에도 오시면 좋겠다.

 

집안일로 불참하신 깨알님, 접촉사고로 아직 회복이 안 되어 함께 하지 못한 향기님, 몸살에 걸린 봄날님이 안 계셔서 아쉬웠다. 얼른 건강해지시기를... 

댓글 5
  • 2017-02-05 22:02

    월든 매니저님들과 그 분들을 응원하는 친구분들이 많이 오신걸 보고...참 부러웠습니다!

    마지막주 녹색다방의 친구들은 얼마나 오실까... 기대와 걱정이..ㅎㅎ

    저는 월든에서 조끼 납품하는거 반대합니다.

    영화에서...업싸이클링을 대량생산하는 거랑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우리의 생산은...공부든 작업장이든...예술을 하는 공방이 되어야지...

    대량생산과 판매위주의 공장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방석과 퍼레이드 꽃만들기..이런 것들을 더욱 지지합니다!! ^.^

    월든 적자로 문닫아야 한다고 하면...저도 돈을 좀 낼께용...홍홍홍!

    • 2017-02-05 23:12

      도대체 월든에서 조끼를 몇장이나 만들 수 있다 생각하셈?

      좌우지간 단순해. 찬성 아니면 반대? ㅋㅋㅋ

       

      노파심에서 사족을 붙여야 하겠군.

      내가 말하는 조끼는 '조끼'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조끼는 '쪼~~우~~~끼~~~'다.

      그래도...또 노파심에서 사족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간디의 물레는 '물레'가 아니다. 그건 '무~~~~울~~~~~레~~~~'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라나....^^)

  • 2017-02-05 23:15

    월든팀에서 후기가 안 올라오길래...아....필름이다에서 올려야 하나부다....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더니

    띠우의 후기가, 반갑게도, 올라와있네요^^

    전 사진 몇장 첨부할게요.

    (그리고 이 후기는 [필름이다]로 옮깁니다)

  • 2017-02-05 23:33

    layout 2017-2-5.jpg

  • 2017-02-06 10:21

    영화도 점핑, 이야기도 점핑..  앝았지만 두루 다루었다고 정신승리해봅니다.. ㅎㅎ

    다음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면 송곳같은 영화로 우물같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겠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쪼~~우~~끼~~ 만들어 보지요.

    문탁의 월든이 간디의 물레 비슷한 것이라도 되는 날까지

    뭐든 만들어 보겠습니다.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신 친구님들 고맙습니다.

    기억 손작업 초대에도 즐겁게 와주실 거죠???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4
<神 2탄 후기> 존엄사.... 어렵습니다. (3)
진달래 | 2017.04.14 | 조회 431
진달래 2017.04.14 431
73
<神1탄 리뷰> 신은 이웃에 살지 않고 내 안에 산다 (스포 가득^^) (7)
문탁 | 2017.04.10 | 조회 629
문탁 2017.04.10 629
72
[다큐제작-문탁인물열전] 4월의 인물_뚜버기 (5)
청량리 | 2017.03.25 | 조회 938
청량리 2017.03.25 938
71
<2017 4월 기획전> - 神 (7)
청량리 | 2017.03.14 | 조회 1180
청량리 2017.03.14 1180
70
<필름이다> 구로사와 아끼라의 '꿈' 후기 (4)
작은물방울 | 2017.02.27 | 조회 393
작은물방울 2017.02.27 393
69
[필름이다]<바베트의 만찬> 후기 (4)
자작나무 | 2017.02.20 | 조회 594
자작나무 2017.02.20 594
68
〔필름이다〕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후기 (3)
| 2017.02.11 | 조회 463
2017.02.11 463
67
[필름이다] 아웃오브패션 후기 (5)
띠우 | 2017.02.05 | 조회 482
띠우 2017.02.05 482
66
<2017 오프닝 특별전> 문탁 X 문탁
관리자 | 2017.01.22 | 조회 921
관리자 2017.01.22 921
65
[필름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3)
싸장 | 2017.01.02 | 조회 497
싸장 2017.01.02 497
64
<히로시마 내사랑>을 추천합니다
이다 | 2016.12.28 | 조회 499
이다 2016.12.28 499
63
<글루미 선데이> 후기 (2)
라라 | 2016.12.28 | 조회 500
라라 2016.12.28 50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