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E.T in Concert

문탁
2017-05-15 02:50
448

E.T (1982) in 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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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2년,  애마부인

 

뉴욕입니다. 그리고 어제 링컨쎈터에서 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갑자기 1982년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떠올린 1982년!

광주 5.18 이후 2년이 흘렀고, 세상은 여전히 암울하고 혹독했으며,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났었죠. 아, 그리고 전두환 국보위시절 발표한 '졸업정원제'에 의거, 졸업 정원의 1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조국, 나경원, 원희룡, 이혜훈.. 뭐 이런 소위' 82학번'들이 대학생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전두환은 두발자율화 조치를 내리고, 야간통행금지를 폐지하고, 프로야구를 출범시킵니다. 영화판에서는 <애마부인>이 개봉되어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상영관이었던 서울극장의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답니다. <애마부인> 뿐만 아니라 <산딸기>, <속 영자의 전성시대>, <빨간앵두> 등 제목만 봐도 내용이 뻔~~한 B급 에로물이 줄줄이 개봉관에 걸립니다. 그 속에서 이동철의 소설을 영화화한 배창호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 정도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지요. 소위 말하는 3S 정책. 전두환 군부독재의 시절의 또 하나의 풍속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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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82년, 헐리웃 movie brats 

 

나라 밖의 사정은 좀 달랐습니다. 1982년 일본에서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걸작 <나라야마 부시코>가 개봉을 했고,  영국에서는 알란 파커의 <핑크플로이드의 The Wall>이 개봉을 했습니다. (알란 파커는 지난 달 [필름이다] 神展의 네번째 영화, <데이비드 게일>의 감독이기도 하죠. 그 때 말씀드렸던 그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이라는 파트. 학교비판이나 교육비판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영상. 혹시 못 보신 분들은 이번에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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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82년 E.T & 블레이드 러너

 

뉴욕 오기 며칠 전, 크크성 주인장인 해완과의 대화.

"선생님, 혹시 뉴욕필하모니 영화 공연 보실래요?"

"그게 모야? 영화야? 공연이야?"

" <E.T.>랑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상영하는데, 배경음악을 뉴욕 필하모닉이 라이브로 연주해요."

"와우, 무조건 콜!!"

전 작년에 뉴욕 와서도 일체의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뮤지컬도 오페라도 콘서트도 음악회도. 전혀 땡기지가 않더군요. 근데 이번에는 확~~ 땡겼습니다. 라이브로 영화를 틀다니. 그것도 뉴욕필이? 그건 도대체 뭐지? 

그리고 드뎌 어제, 비가 줄줄 내리는 음산한 날에 (음...여기 뉴욕의 5월은...사람들이 모두 파카를 입고 다닙니다...ㅋㅋㅋ) 전철과 택시를 번갈아타고 링컨쎈터에 도착해서 뉴욕의 수많은 남녀노소들과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E.T>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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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는 1982년 개봉한 스필버그의 SF입니다. 너무 큰 성공을 거둔 너무 유명한 영화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에 개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엄혹했던 시절, 전 <E.T> 따위를 보러 갈 여유는 없었습니다. 헐리웃키드의 욕망과 감수성을, 혹시라도 누가 알아챌까봐, 혹시 1%라도 새나갈까봐, 꼭꼭 동여매고 철저히 봉쇄해놓고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 도대체 언제 <E.T>를 봤을까요? 언젠가 비디오로? 아니면 명절 때 TV에서? 혹시 너무 많이 듣고 봐서 안 본 걸 봤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그 <E.T>를 뉴욕필의 ost 라이브 공연과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최근의 <컨택트(원제 Arrival)>까지 이어지는 휴머니즘적이고 낙관적인 SF 계보의 진정한 원조가 E.T.라는 것을. 

그런데 사실 1982년엔 <E.T>만 개봉한 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같은 시기에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도 개봉했습니다. 결과는? <블레이드 러너>의 대참패. 그러나 이후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불리면서 <E.T> 못지않게 아니 <E.T> 보다 더 높이 평가되곤 했습니다. 저 역시 애들같이 단순한 <E.T> 보다는 더 어둡고 복잡하지만 더 철학적인 <블레이드 러너>를 훨씬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E.T>는 좀 달랐습니다. 애들 영화가 맞기는 한데 애들 영화만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단순하고 명료한 이미지와 메세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는 힘이 있었습니다. 물론 뉴욕필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라이브 음악의 영향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 전후의 상황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강해진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이후 저는 매일 아침 7시에 JTBC의 저녁 8시 뉴스룸 생방송을 유투브를 통해 시청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매일 열심히 클릭 짓을 하면서 새로운 정권의 이미지들을 계속 소비하고 있습니다. 왜? 왜 이런 짓을 할까요? 뉴욕에 혼자 와 있어서? 뉴욕에서 만나는 크크성 멤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이건 요 몇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대중성'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좀 더 뻗대본다면, '다중'이나 '민주주의' 그런 것들과도 관련이 있겠죠. 요 몇 년 동안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 생각은 계속 엉키고 있었고, 이번 촛불정국과 장미대선을 경과하면서 더욱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E.T>조차 단순하게 즐길 수 없을 정도로. ㅋㅋ...

 

 각설하고 어쨌든 뉴욕필의 <E.T> 덕분으로 뉴욕에 온 기분을 제대로 누렸습니다. 여러분께도 <E.T>의 메인테마를 들려드립니다.  

 

                                               

 

 

댓글 3
  • 2017-05-15 07:24

    생각해보니 작년 뉴욕에 있을 때도 태평양 건너로 잔소리한 게 [필름이다]더군요. 왜 10월 동물권 기획전을 빨리 빨리 공지 하지 않느냐? 포스터는 왜 안 만드느냐? ........직원들을 달달 볶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군요. 도대체 6월 독립영화기획전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어떤지...으악.... 궁금하고 걱정됩니다. 청실장이 잘 하겠죠? 크하하핫.

    어쨌든 이런 포스팅을 통해 사장의 무언의 압력이 직원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 2017-05-15 08:41

    음... 판타스틱!!

  • 2017-05-15 11:29

    이티나 사장님의 압력보다는 다른 단어에 눈길이 가는군요..

    대중성과 다중과 민주주의....이번 주 네그리 발제와 관련이 있네요...의외로, 혹은 당연히 제가 읽은 책이 거의 없어 헤매고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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