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2탄 후기> 존엄사.... 어렵습니다.

진달래
2017-04-14 00:12
432

씨 인사이드 (The Sea Inside / Mar Adentro,2004)


20살 중반의 젊은 청년이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다. 

그 후 27년 간 침대에 누워있던 그는 자기의 존엄한 죽음을 인정해 달라고 국가에 소송을 낸다. 

사실 전신마비 환자가 안락사를 요구하는 것이 그다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나 가족들을 보면 또 왜 그렇게 죽고 싶은지 딱히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자꾸 죽고 싶다고 하는 주인공, 라몬에게 자기도 노예였다며, 

과수원이나 일구고 살고 싶었던 아니라고 화를 내던 그의 형을 보면서 

27년간 침대에 묶여있던 사람은 주인공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역시 모두 자기의 침대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모두 하나의 상징처럼 보인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할아버지, 조카, 형, 그리고 형수

라몬을 위해서 일하는 즈네, 변호사인 훌리아, 그리고 로사 등등

그리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질문한다. 그들의 삶의 모습으로 

존엄사에 대한 질문은 사실 어렵다. 

라몬과 함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했던 훌리아도 마지막에 마음을 바꾸는 것을 보면

정말 자기의 완전한 선택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을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질문만 무성해지는.....

그런데 과연 죽음이 선택 가능할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고민하는 것이고 

라몬이 자기의 죽음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삶에 대한 그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가끔 내가 죽고 싶을 때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고수들처럼.....

하지만 10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보면서 죽음을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스피노자를 공부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피노자를 몰라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웹진을 닫으면서 마지막 회식이었는데....

너무 어려운 영화를 함께 본 것 같다. 

댓글 3
  • 2017-04-14 16:46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는 죽음을 원한 것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존엄한 삶에의 선택이 그의 상황에서는 죽음이었던 것이지요.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기에 선택한 것이 죽음이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가족들의 마지막 이별 장면...

    '사랑한다면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 뭐 이런 의미의 대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반에 나오는 이 대사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의견이나 상실감보다는 그의 선택을 우선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끝내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라몬이 어디에선가 '네순 도르마' 음악과 함께

    빙긋이 웃으며 비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동안 라몬의 ‘네순 도르마’에 빠져 지낼 것 같네요.

    p.s.

    댓글을 넘 자주 달아서...

    혹시 댓글 알바로 오해하실까봐...

    저는 싸장님과 별 관계(?) 없는 사람입니다.^^

    영화들 넘 좋습니다. 보러들 오세요

  • 2017-04-14 20:56

    우리들의 실장님, 청실장님은 두번째 영화를 홍보하면서

    에티카 2부를 인용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스피노자팬들은 신법과 인간법, 주권과 자연권을 떠올리곤

    이 영화는 신학정치론을 위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에티카2부면 어떻고, 신학정치론이면 어떠랴!

    참 좋은 영화를 골라준 청실장이 고맙기만 하다.

    thank you!~ 청실장!!

  • 2017-04-16 20:14

    저도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신 뒤에...그 영화를 보니

    잘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졸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난뒤에 안락사나 죽음보다는 이게 궁금해졌습니다.

    "친구란 무엇일까...진정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나를 불쌍히 여기지도 마세요!" 

    ...설득하려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은 친구가 ...아닌걸까요?

    친구일수도 있고, 그런 질문을 통해 친구가 될 수 도 있고,

    어쩌면 서로 잘 모르던 것을 새롭게 서로를 통해 잘 알게 될 수도 있을텐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87
10월 기획전 - 청년예술 3인3색 (5)
청량리 | 2017.10.14 | 조회 688
청량리 2017.10.14 688
86
[다큐제작-문탁인물열전] 10월의 인물_진달래
청량리 | 2017.08.27 | 조회 553
청량리 2017.08.27 553
85
[필름이다] 스타워즈 데이 후기 (4)
뚜버기 | 2017.08.13 | 조회 419
뚜버기 2017.08.13 419
84
8월기획전 - StarWars 데이!! (5)
관리자 | 2017.07.12 | 조회 771
관리자 2017.07.12 771
83
6월 기획전 '영화, 독립의 조건' 후기 (1)
청량리 | 2017.06.25 | 조회 372
청량리 2017.06.25 372
82
6월 기획전 두번째 영화 <아버지 없는 삶> 후기 (3)
청량리 | 2017.06.21 | 조회 426
청량리 2017.06.21 426
81
특강- 영화, 독립의 조건 (1)
필름이다 | 2017.06.19 | 조회 747
필름이다 2017.06.19 747
80
<올 리브 올리브>, 몰입하기 힘든 영화 (5)
새털 | 2017.06.11 | 조회 495
새털 2017.06.11 495
79
[다큐제작-문탁인물열전] 6월의 인물_오~영(Oh~young!!) (6)
청량리 | 2017.06.10 | 조회 761
청량리 2017.06.10 761
78
수정공지 -6월 기획전 시작시간 7시입니다
관리자 | 2017.06.08 | 조회 356
관리자 2017.06.08 356
77
6월기획전 - 영화, 독립의 조건! (2)
관리자 | 2017.06.02 | 조회 1040
관리자 2017.06.02 1040
76
[필름이다] E.T in Concert (3)
문탁 | 2017.05.15 | 조회 450
문탁 2017.05.15 45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