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로마 2018
문탁
2018-12-23 20:13
489
Prologue
사장 : 청실장, 내년 필름이다는 어떡할거야?
청실장 : 글쎄요. 어떡하죠?
사장 : 평가서와 기획서를 들고 와.
Roma(2018)
작년 이 맘 때 영화 <1987>이 개봉되었다.
난 그것에 대한 짧은 리뷰를 이곳에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찾아보니 "저는 어땠냐구요? 음...글쎄요...노래로 치면 윤도현이나 양희은 같았고, 야구로 치면 정직하고 힘있는 직구 같았습니다. 그것의 미덕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죠. 하지만 전 맘이 좀 복잡했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평점으로 치면 난 6~7점 정도를 주고 싶었나보다. (만약 6점이라면 그건 순 강동원, 복면을 벗으면서 쓰~윽 등장하는 강동원의 만화적 캐릭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후 멕시코 판 <1987>일 수도 있는 - 그러나 전혀 다른 문법으로 만들어진 - <Roma>를 보았다. 그리고 난 이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흑백 필름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이, 개인과 시대를 촘촘히 엮어내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서사가, 그렇게 이루어낸 시네마적 성취가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진심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감사한다.
<Roma>는 만약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1971, 멕시코> 정도가 될것이다. (로마는 유럽의 로마가 아니라 멕시코시티의 한 동네 이름이다)
멕시코 1971년. 알다시피 이반 일리치가 <CIDOC>10년간의 활동을 통해 길어올린 사유를 정리해 <학교없는사회>를 출판한 해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듯이 멕시코 1971년은 학생시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그리고 CIA가) 학생들을 총으로 쏴죽인 알코나소(Halconazo)학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학생 120명 정도가 죽었다). 그 즈음 이반 일리치는 그와 그가 몸담은 <CIDOC>의 구성원들이 종종 “쇠사슬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위 '더러운 전쟁'(Guerra sucia/dirty war)의 시대, 학생과 민주시민, 게릴라, 원주민들에 대한 체포, 구금, 고문, 살해 등이 무차별로 벌어진 시대였다.
10년 후쯤 사파티스타가 조직(1983)된다. 다시 10년쯤 후인 1994년 1월1일에 사파티스타 봉기가 일어난다. 그러나 반동, 또 다시 투쟁, 또 다시 반동, 투쟁과 반동, 투쟁과 반동, 투쟁과 반동, 투쟁과 반동의 슬픈 멕시코 현대사! 이제 그 멕시코에서 태어나 자란 한 영화감독이 자신의 조국을, 구체적으로는 1971년 멕시코시티의 로마에서 살아간 한 가족의 삶을 그려낸다. 담담하게 그리고 유려하게. 리얼하게 또한 상징적으로.
이 영화의 리뷰는 넘치고 넘친다.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말을 보태는 건 의미가 없어 생략한다. 다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시라는 이야기를.
소수자를 이야기했다면, 페미니즘을 이야기했다면, 연대를 이야기했다면, 일상을 이야기했다면 그 말이 공허해지지 않도록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잘 갈무리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건 넷플리스의 자본으로 만들어졌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Epilogue
올해 나는 정말 영화를 많이 봤다. 엄마땜시 집을 탈출하고 싶을 때,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혹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도저히 (이 영화는) 포기가 안되어서, 극장엘 갔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극장에 많이 간 이유는 필름이다에서 영화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아니었을까?
내년엔 어떨까? 내년에도 올해처럼 오리cgv에 돈을 갖다 바쳐야 할까? 음...
그러나저러나 청실장은 올해 영화 많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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