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상영작 <하녀> 후기

둥글레
2019-07-03 22:58
352


솔직히 김기영 감독이 누군지 봉준호 감독 땜에 알았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궁금했다.


시대에 비해 엄청 스타일리쉬한 작품을 내놨다는데...


정말 그랬다. 기괴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하녀’에 비하면 ‘기생충’이 덜 기괴하다.



가정부가 아닌 ‘하녀’라는 조선시대에나 나올 법한 단어를 쓴 것은 계급성의 강조였을까?


그런 하녀가 그 집안을 쥐락펴락하는데...  정말 징했다.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여자들이다.


공장에서 일하며 피아노를 배우는 여자, 


부業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가정주부, 


시골에서 상경해 대담하게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 


남자를 짝사랑하다 거절당하자 자살하는 여자. 



김기영 감독은 왜 여자들에게 집중했을까?


계급 얘기를 하려면 남자들 얘기였어도 괜찮았을 텐데...


남자들은 다 찌질할뿐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ㅋ



중산층이고 이층집에 살면서도 벌이가 시원찮은 남편 땜에 


하염없이 집안일에다 미싱을 돌리며 부業하는 가정 주부 아내.


심지어 그녀는 미싱위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그에 비해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고 


눈치 안보고 남의 집 음식을 먹는 간 큰 여자, 하녀.


그 가운데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남자.



사실 이들 모두는 다 중산층으로 부유하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떤 위치에 있건 말이다. 돈 앞에서 어떤 윤리도 사라진다.


산업 발달로 성장에 가속이 붙었던 시대의 욕망을 모두들 탑재하고 있다.



지금 중산층은 어떤 삶인가?


10억대 아파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중산층인가?


잘 모르겠다.


예전엔 스스로 중산층 쯤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난 확실히 아니다. 



지금은 흙수저 아님 금수저 시대다.


중산층은 더 얇아졌다. 중산층의 붕괴.


더 이상 흙수저는 금수저를 욕망하지 않는다.


기생충의 두 가족의 차이가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금수저를 욕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의 흙수저는 금수저와 마찬가지로 돈을 욕망한다.



흙수저는 금수저에 기생해야 살 수 있을 뿐인가?

아님 다수의 흙수저 속에 소수의 금수저가 기생하고 있는 것인가?

왜 공생하지 않고 기생해야 하는 걸까?

이것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간만에 무담샘, 여여샘이 모시고 온 육아휴직 중이신 처사님(이름이...?), 곰돌이님, 형섭 반가웠구요,

   매번 얼굴 내미시는 필통 회원님들 덕에 풍성한 영화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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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2019-07-03 23:11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인데...처음 보는 듯 강렬했다.

    흑백영화의 강렬함일까?

    결코 뻔하지 않은 전개에 계속 깜놀하면서 봤다.

    뻔한 건 없을 텐데...우리가 매사 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뻔하지 않게!

  • 2019-07-04 05:39

    여여님과 함께 오신 거사님(^^)은 미르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의 따님이 있다고 하십니다.

    미르님, 다음 상영 때도 뵈면 좋겠습니다. ^^

    • 2019-07-04 11:12

      ㅋㅋㅋㅋㅋ 그럼 처사님은 모야? 미치겠네...ㅋㅋ

  • 2019-07-04 07:59

    전, <화녀>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윤여정과 함께 무작정상경하여 여급이 된 윤여정 친구가, 자기 친구의 살해범으로 지목했던 주인집의 아줌마(주부=양계장 운영)를 끌어안고 함께 빗 속을 걸어가는 장면이예요.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이런 장면을 찍었다는 게 좀 인상적이었어요.

    777.jpg

    어쨌든 김기영감독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연구되는 것은 확실한 듯.

    이런 기사도 있네요. (재밌어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1710 

    • 2019-07-04 11:22

      긴 기사 잘 읽었습니다. ㅋ

      기사 내용을 보니 다른 영화들도 정말 궁금해지네요.

      기사 말미에 나오듯이

      저도 김기영 감독의 부인이 궁금하더라구요.

      그녀가 감독의 여성에 대한 관점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기도 하고...

      한날 한시에 비극적으로 두 분이 생을 마감하신 것도 참...

  • 2019-07-04 09:19

    영화는 좋았습니다^^ 질문은 그저 영글 때를 둔다치고^^

    저는 영화 안의 인물들이 입은 의상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그려

    주인공인 남자의 양복, 안주인의 한결 같은 모시한복, 하녀의 파격적(?)양장, 물론 엄앵란 등등의 양장도.

    그렇게 의상으로 인물들을 표현하는 스타일을 흑백으로 보니 더 강렬하달까...

    한 마디로 줄이자면 두루두루 '고루하지 않음'을 느껴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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