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 책읽기> 숲은 생각한다 2장 후기

느티나무
2022-01-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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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을 마무리하는 문단에서 저자는 “이제까지 나는 우리가 보통 차이 혹은 유사성으로서 인식하는 그 무엇에 앞서는 어떤 과정, 즉 혼동이라는 형식에 의존하는 과정을 탐구해왔다. 살아있는 사고에서 혼동이 맡은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혼동은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일종의 망각'을 뜻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의 혼동이다. 아빌라 마을의 개들이 자신들의 사냥감인 황갈색의 붉은 마자마 사슴과 퓨마를 혼동하여 도리어 퓨마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여기서 혼동은 위험하다.

두 번째는 진드기의 혼동이다. 진드기는 자신이 피를 빨아 먹는 포유류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여 모든 포유류에게서 피를 얻는다. 그들의 혼동은 단순하게 포유류냐 아니냐를 부류 짓고 그것을 이용하여 기생충은 숙주를 찾고 전염시킨다.

세 번째는 루나-푸마의 혼동이다. 루나-푸마는 혼동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재규어가 자신들을 포식자로 혼동하도록 한다. 재규어에게는 혼동이지만 루나-푸마를 혼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루나-푸마들이 재규어를 혼동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포식자가 되어 재규어와 눈을 마주 보아야한다. 이럴 때 루나-푸마들은 스스로 혼동의 주체가 재규어가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네 번째 개들의 죽음을 두고 그들의 울음소리를 통해 개들의 행동을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콘은 ‘우리가 우리와 관계하는 다른 살아있는 자기들의 사고를 어떻게 해서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쥐나 진드기나 개나 재규어는 우리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결코 그들의 자기성을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음은 본래적인 자기-유사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여기서 자기-유사성은 아이콘적인 차이를 전재로 한 유사성이기 보다는 우리가 ‘벌레의 눈’, 개의 눈, 재규어의 눈을 장착하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는 유사성이다. 그리고 이것은 관계하기이다.

 이렇게 혼동을 통해 서로에게 자기가 되고 자기들의 사고를 추측할 수 있다. 또 이것은 연합과 분류를 통해 살아있는 사고를 창출한다. 

루나족은 실용적인 차원에서 숲의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스스로 혼동하는 행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이 해석이 맞는 것인지...) 다만 이것은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주술화이며 그들의 애니미즘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잉꼬의 퍼스펙티브, 가위개미와 그것을 둘러 싼 숲의 퍼스펙티브, 재규어의 퍼스팩티브로의 혼동은 다양한 연합이며 관계하기이다.

아빌라 사람들에게는 전해져 오는 한 편의 신화가 있다.

한 영웅이 지붕 위에서 보수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잡아먹는 제규어가 가까이 오자 재규어에게 말했다. “사위여, 초가지붕의 뚫린 구멍에 막대기를 끼어 넣어 내가 구멍을 찾게 도와주라” 그가 이렇게 말하며 재규어를 집 안으로 불러들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붕에 뚫린 구멍을 보수하자면 집 안에서 보아야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초가지붕의 벌어진 구멍을 찾아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멍을 찾더라도 초가지붕은 매우 높기 때문에 집 안에서 그것을 보수하기란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지붕 위에 있는 자는 구멍을 쉽게 막을 수 있지만 찾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지붕을 보수할 때에는 집 안에 있는 자에게 구멍을 막대기에 끼어 넣으라고 부탁해야만 한다. 때문에 영웅은 재규어를 사위로 “보면서” 불러들였다. 그렇게 불린 재규어는 이 역할에 맞게 일을 수행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낀다. 재규어가 집 내부에 들어선 순간 영웅은 문을 철컹 닫아버리고 그 구조물은 돌연 재규어를 가두는 돌감옥이 된다.

이 신화에는 아빌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드러나있다. 이들의 살아있는 사고는 혼동이라는 형식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숲의 존재들과 함께 숲의 일부분으로서 살아간다. 그러기위해서 필요한 것이 살아있는 사고이다. 이들의 살아있는 사고는 샤먼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즉 내부와 외부의 퍼스펙티브 뿐아니라 그것의 전체를 보고 해석하는 해석자로서, 영웅과 같은 샤먼의 퍼스펙티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살아있는 사고는 혼동이라는 형식에 의존하고 있다.

 

<숲은 생각한다>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실감한다. 

댓글 1
  • 2022-01-20 16:20

    후기를 쓰기위해 책을 여러번 뒤적거렸을게 그려지네요. 덕분에 복습을 하니 좋습니다.

    텍스트에 충실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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