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영화인문학 시즌1> 내.신.평.가.#2 <잠수종과 나비>

청량리
2024-04-16 00:38
71

 

내.신.평.가. #2

<잠수종과 나비>(2007) | 줄리앙 슈나벨 감독 | 마티유 아말릭, 에마뉘엘 세니에르 주연 | 112분

 

내.신 : 51:40 ~ 

평.가 : 카메라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장도'를 미끄러지듯 비추다가 서서히 클로즈업 된다.

그러면서 '장도'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는데, 코 위에 '콩장' 같은 게 묻어있다. 도대체 뭘 비추려는 걸까...

'장도'의 콧구멍이 동굴처럼 커질 정도로 익스트림 클로즈업 하자, 아....그게 '파리'였다는 걸 알았다.

"머리를 흔들어도 딱 붙어있는" 시커먼 파리.

그러나 그 파리 덕분에 '장도'는 "머리를 움직이"는 '기적'을 일으켰다. 

물론 이 내용도 장 도미니크 보비의 동명 회고록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아마 영화 러닝타임 중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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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15개월 동안 무려 20만 번의 깜박임으로 130쪽 분량의 책을 완성,

잘 나가던 패션잡지 편집장의 감동실화, 이 영화를 수식하는 말들은 모두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당연하게도 <씨 인사이드>(2004)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잠수종과 나비>가 삶을 이야기한다면, <씨 인사이드>는 죽음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려웠다.

내용이 난해하기 보다는 주인공 '장도'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듯했다.

죽을 만큼, 그 말로도 부족할만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장도'는 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만큼 '장도'가 병원에 오기 전 삶이 오버랩이 되면서, 화면 속의 그를 자꾸 밀쳐내는 것 같았다.

아이 셋을 엄마 혼자 키우고 있지만 그는 애인과 따로 산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살갑게 면도를 해 주지만, 자의식이 강한 '엘르' 편집장이다. 

그의 몸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어떤 판단이 좋은 쪽으로만 편향되지 않는다.

회상과 현재의 장면을 볼 때마다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켰다.

 

그런데, 마지막에 빙하가 녹는 장면을 다시 돌려 엔딩으로 쓴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

 

 

---

p.s.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댓글 4
  • 2024-04-18 11:37

    내가 고른 신 - 장도의 애인 이네스에게 전화가 왔을 때, 1시간 28분 즈음 부터
    - 나를 가르쳤던 글쓰기 선생님께서 글쓰는 사람이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투적인 모든 것이라고 했다. 상투적인 단어, 상투적인 문장, 상투적인 감정 등등.. 하지만 자신을 돌봐주는 '애들 엄마'앞에서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애인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장도의 모습에 온갖 상투적인 것들이 입 밖으로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어!
    마음을 가라 앉히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도대체 왜 나는 그 장면에서 화가 났을까? 단지 '조강지처'를 앞에 놔두고 애인에게 말한 사랑 고백 때문이었을까?
    장도는 여자들과의 관계에 얽매여 정작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순간조차 장도의 욕망은 여전하다. 예전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다는 애인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장도. 그 순간 장도에게 자신의 몸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의 쓸모 없음을 되뇌이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장도는 책이 출판 된 뒤 불과 열흘 뒤에 죽었기 때문에 영화는 그의 자서전보다 더 압축하여 그의 잠수종 시절을 보여줄테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의 정신을 '나비'에 비유하는 것은 어쩐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의 정신은 자유로웠을까?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해보니 죽을때까지 꽃에 끌려다니는 나비같은 존재. 나비는 바로 장도 그 자체였을지도.

  • 2024-04-18 23:51

    time_1:35:56 ~ 1:38:02

    <잠수종과 나비> 는 1인칭 시점으로 연출되는 장면들에 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보비의 마음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보비가 도움을 받아서 ‘다신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겠다.’ 라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일어나는 책을 써내리는 것, 가상세계에서 욕망을 드러내는 것, 신체 회복을 조금씩이나마 노력하는 것 등. 몸이 불편한 이들은 자신의 내부 속으로 끊임없이 잠수하게 된다는 것을, 어쩌면 잠수종이 된 건 살고 싶다는 희망에서 시작된 일일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 쪽 눈에 의지하는 삶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와 멀쩡히 생각할 수 있는 머리는 그야말로 몸에 갇혀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생각 속에서 날아다니는 보비는 살고자 하는 잠수종과 동시에 살아내는 날개가 두 쪽 다 달린 날 수 있는 나비에 가까워 보였다.
    보비가 말을 한다는 희망을 보이는 듯했지만 이내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슬퍼졌다. 슬펐던 이유는 약 1시간 30분 만에 그가 친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친구가 죽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영화의 몰입도가 높다는 건 내가 그 영화에 깊게 빠져들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 2024-04-19 00:49

    17:50 ~ 장도가 병원에 온 후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

    세상에 저게 누구야? 나야?
    이건 무슨, 돌연변이 괴물 같잖아
    못 봐주겠군

    진열장 유리에 비친 그 사나이의 모습은 마치 석탄독에 빠졌던 것처럼 거무튀튀했다. 입은 비뚤어지고, 코는 울퉁불퉁한데다가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곤두섰고, 시선마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한쪽 눈은 꿰매져 있었고, 나머지 눈은 흡사 카인의 눈처럼 커다랗게 열려 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이 가엾은 피후견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뚫어져라 그를 응시했다. - 책 <잠수종과 나비> 중에서 -

    에코프로젝트 세미나에서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저자는 수나우라 테일러인데 ‘관절굽음증’을 지닌 장애인이다. 테일러는 자신의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불구’인 몸을 통해 세상과 더 감각적이고 창의적으로 소통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장애 해방과 동물 해방 운동에 적극적이다. 테일러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의 상징인 ‘고통’ 역시 제거해야 할 무언가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의 ‘삶의 질’도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테일러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장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각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역시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자신이 변한 모습을 ‘돌연변이 괴물’로 표현하는 주인공.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장도의 상황에 테일러의 생각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감사하는 장도는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는 촬영 방식의 독특함으로 내용에 푹 빠져들게 한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그의 눈과 뇌로 들어간 기분이 들게 만든다. 얼마나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을지, 삶의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지, 보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 책이 발간된 지 열흘 만에 장도가 죽었다는 걸 보면 그가 자신의 생각을 남기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두 달 정도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다. 처음엔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오른쪽 팔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이런저런 다행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겪는 모든 불편함은 자아를 순식간에 우울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두 달 동안 양쪽 팔이 모두 자유로웠던 순간을 그리워했고, 별일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존재에게는 자신만의 서사가 있다. 몸에 대한 서사든, 기억에 대한 서사든. 장도는 마비된 몸에서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는 삶을 꿈꾸다가 생을 마무리했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가 있는 몸으로 더 많은 감각을 느끼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고정된 기준으로 세상을 읽는 것은 위험하다. 역시 공부엔 끝이 없다.

    KakaoTalk_20240418_222922485.jpg

  • 2024-04-19 19:07

    내가 고른씬? 없음?
    헷갈리는 장면? 빙하가 무너지는 장면. 나비가 태어나는 장면. 비행기 장면 바로 앞.

    <변신>의 잠자는 아침에 깨어나 보니 뜻밖에도 벌레가 되어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리고 가족들과 회사상사 등으로 부터 혐오의 말과 시선을 겪다가 죽는다. 슬프지만 꽤 현실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잠수종과 나비>의 장도미니크 보비도 벌레로 변한 잠자와 비슷하게 갑자기, 이유도 없이 전신불구의 몸이 된다. 몸의 능력을 상실하고 더이상 돈을 벌 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잠자와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그를 치료하는 미녀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대필작가, 착한 아내, 친구같은 아버지, 세 아이, 친구, 여친....문득 나는 쓸쓸하게 죽어간 잠자의 마음이 되어 그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이런! 다 가진 남자 같으니!!!

    아무튼 주변의 사랑과 돌봄으로 무너졌던 그의 빙하는 회복되었고, 나비는 날아갔다. 매우 감동스럽게도. 책도 출판하고.
    다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이것이 실화라고 하니....내가 너무 차가운 마음을 갖고 사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감동 스토리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의 남편에게 저런 일이 닥친다면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할까? 인내심을 갖고 가나다라마사바를 수없이 읊으면서 남편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을까? 아니, 입장을 바꿔 내가 하루 아침에 장도처럼 마비된다면? 나의 가족은 나를 위해 어떻게 따뜻하고 인내심있게 대해줄까? 귀찮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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