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인문학> 내.신.평.가.#6 <폴리스 스토리3>

띠우
2023-11-07 23:33
244

1시간 27분 정도

 

 

나는 10대 후반부터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홍콩영화도 한 자리를 차지했고, 성룡도 <프로젝트A>나 <오복성> 등으로 입문해서 중고딩 시절에 개봉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극장에서 보았다. 그러다 <미라클>이나 <쌍룡회>를 기점으로 그의 영화에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이번에 본 <폴리스 스토리3>는 1992년 개봉작인데, 극장에서 본 기억은 없고, 아마도 남아있는 정으로 비디오를 본 모양이다.

 

내가 좋아했던 성룡 영화들을 들춰보다 보니, 대부분은 그 자신이 감독까지 겸했던 작품들이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성룡은 자기작품의 감독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이게 내가 그의 영화에서 멀어진 이유와 어떤 관계가 있으려나... 이번에 <폴리스 스토리 3>에서 내가 뽑은 장면은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 보너스(NG)컷이다.

 

번호만 알면 돈을 찾을 수 있어요. 누구라도 상관없죠.
나도 갖고 싶지만 그건 홍콩 정부의 재산입니다.
천만에요. 중국 인민의 재산이죠.
그럼 홍콩 정부가 관리하다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 인민이 차지하면 되겠네요.
웃기지 말아요, 어디 가요?

 

악당 시패의 아내가 은행번호를 알려주고 나서 성룡과 양자경이 나누는 대화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영화가 재미없어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 대사가 걸린다. 만약에 1997년 홍콩반환이 없었다면, 현재 홍콩영화는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당시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의 불안을 다룬 <중경삼림>과 같은 영화들도 있긴 했는데 성룡 영화에서 그런 분위기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를 성룡이라고 피할 수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도 은근슬쩍 중국본토 경찰과 홍콩경찰이 힘을 합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현재는 망해버린 홍콩영화의 미래를 나는 이때부터 어떤 식으로든 감지했던 게 아니었을까ㅋㅋ.

 

아무튼 성룡은 연기파 배우라기보다는 확실히 액션영화 배우다. 이번 영화 속에서도 액션장면은 성룡이든 양자경이든 멋지다. 그러나 나는 카메라가 그의 눈이 되어 보여주는 액션영화를 더 좋아하나 보다. 보너스컷은 성룡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다시 봐도 액션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져서 좋다. 겸사겸사 장만옥은 언제 봐도 좋고.

댓글 5
  • 2023-11-09 21:38

    어릴적, 가족들이 모여 점심을 먹던 명절 낮에 티비를 켜면 항상 그의 영화가 나오곤 했다. 슬랩스틱같은 그의 액션 장면을 보면서 친척들과 함께 웃은 기억은 있지만 그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각잡고 본 적은 없었다. 사실 그의 영화를 진지하게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기억속 액션 배우들은 요즘말로 엄근진한 (엄격,근엄,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고 상대하기 벅찬 적들에 맞서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명절날이 아닌 보통의 때에 오랜만에 만난 성룡의 얼굴은 그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중요한 임무를 전달 받을 때에도, 절체 절명의 순간에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 기공훈련이라며 세상 심각한 얼굴로 몸을 단련하는 사람에겐 도대체 맞는 법을 왜 배우냐고 말하는 성룡. 성룡의 영화가 주는 특별함은 이런 대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 시종일관 엄격한 얼굴의 공안 양자경과 여유로운 홍콩경찰 성룡. 영화에서 이 둘의 대비는 제법 명확하다. 이 둘의 대비를 보면서 반환을 앞둔 홍콩사람들이 두려워 했던 건, '조국의 이름'아래 웃음의 여유가 사라진 엄근진한 홍콩의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31109_211623459.jpg

  • 2023-11-10 01:30

    폴리스 스토리 3:초급경찰

    1:19:00~1:21:58
    호송차량에 매달려가는 양자경 장면.

    사실 성룡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다. 나는 주성치가 좋다. 견자단이랑. 그리고 톰 크루즈를 좋아한다. 왠지 모르겠는데 배우한테 ‘액션스타‘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면 그 때부터 묘한 친근함이 든다. 그리고 영화에서 엄청 진지하게 싸우고 있어도 그냥 너무 웃기다. 배우가 된 내 친구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참하게 된다. 너무 웃기고.. 웃겨서 좋은 것 같다. 이번에 본 폴리스 스토리 3의 성룡은 각잡고 빡세게 액션도 해주고 각잡고 빡세게 웃긴 연기도 해줘서 좋았다. 다음에 다른 성룡 영화를 몰아볼까 싶기도 하다.
    내 씬으로 뽑은 양자경의 장면을 보고 있으니 그저 감탄만 나온다. 에에올을 보면서도 몸이 너무 날쌔서 일부로 빨리 돌린 게 아닌지 의심했었다. 그런데 이 때의 양자경은 말 그대로 날라 다니고 있었다.. 도망치는 호송차량에 날다람쥐처럼 달라붙어서 몸이 휙 휙 흔들리는데도 두 손은 꽉 붙잡고 있다. 다양한 공간, 다양한 교통수단을 사용한 장면, 멋진 무술과 총격 액션장면들이 나오지만 나에게는 이 장면에서 가장 날 것의 느낌이 느껴진다. 무모하게 차에 냅다 달려드는 거에서 웃움이 터졌지만 마지막까지 악당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양자경 캐릭터의 의지가 느껴져서 고르게 되었다.
    이 영화 전에 가장 최근에 본 액션 영화가 미션임파서블: 데드레코닝(가장 최근 시리즈)였다. 미션임파서블.. 사실 팬이다.. 그런데 영화가 진짜 너무 재미없어서 너무 실망했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톰 크루즈 말고는 웃긴 장면도 별로 없었다. 이렇게 가성비 만족도 떨어지는 액션영화가 다 있나.. 하지만.. 폴리스 스토리3는.. ‘진짜‘ 재밌었다...!! 1시간 반동안 타격감 좋은 소리와 화려한 액션을 즐겼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단헌트(톰크루즈)가 이제는 너무 할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에.. 친근감이 떨어져서 그런걸까... 많이 하셨는데 이제 미션 좀 그만 하시길..
    ...사실 내신평가로 쓸 말이 별로 없네요. 그냥 아~! 진짜진짜진짜 재밌고...! 그 장면에서 성룡이..! 짱이고..! 양자경이..! 지존이고..!! 이런 말만 쓰게 됩니다.. 지금 장면을 틀어놓고 엔딩 크레딧 노래를 들으면서 쓰고 있는데 저절로 흥분해서 손이 흥건해졌어요. 그만큼 재밌었다는 것..^.^

    6주차02.png

  • 2023-11-10 12:50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고르는 걸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내신평가를 봤다. 아, 정말 다르구나.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왜 액션 영화에 흥미를 못 느끼는지 이 기회에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본 액션 영화는 정말 몇 안 된다. 누군가의 간절한 꼬드김이 있거나,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면 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차피 다른 영화들도 ‘가상’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전제는 동일한데 말이다.

    액션 영화에 붙는 수식어를 생각해 보면 ‘화려한 볼거리’,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등등이다. 어쩌면 내가 시각적인 감각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볼거리가 우선이 아니고, 눈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아마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몸싸움’에 대한 거부감과 영화 속 액션들의 비현실성 때문인 것 같다. 영화에서 액션 장면이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생각은 영화 속에서 튕겨져 나온다. 어차피 주인공은 칼을 맞아도 소생하고 총알도 뚫고 수백 명 수천 명과 싸워도 이긴다. 나쁜 놈들은 죽거나 다치거나 잡혀간다. 그래서 긴장보다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물론 모든 연기의 속성이 그렇지만). 어쩌면 ‘뻔한 결말’을 멍하니 보고 있기 싫은지도 모르겠다. 또 그 싸움들 속에서 무수히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을 보는 게 불편하기도 하다. 한 명의 영웅을 위해서, 통념적 정의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모된다. 인간성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도 박수를 치기가 어렵다.

    ‘TMI’지만, 몸싸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다가 어린 시절 한 장면이 불쑥 올라왔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제일 쎈 여자 아이가 어느 날 방과 후에 나에게 남으라고 했다. 두려움에 떨며 친구 두 명과 함께 갔다. 그 아이도 두 명을 대동했다. 추적추적한 운동장 한 구석에서 영화 ‘써니’의 한 장면처럼 3:3 싸움이 시작됐다. 그 애가 내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이상하게 끝은 잘 생각이 안 난다. 머리끄댕이를 잡거나 얼굴을 때리진 않았지만, 아마 싸움과는 거리가 먼 내가 좀 당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 한동안 학교 가기 무서워 떨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친구에게 그때 일을 물어보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몸으로 하는 싸움이 무섭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들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가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명하는 기분이 들까? ㅋㅋ

  • 2023-11-10 15:41

    59분

    성룡식 액션은 묘하다. 캡쳐사진에서 처럼 상당히 많은 장면에 코믹이 가미된다.
    코믹적 연출이 주는 불협화음이 있다.
    마약욍과 코믹이라니..일단 소재나 배경이 껄끄럽다
    하지만 웃자고 하는데 진지하면 너무 눈치없는 짓이니 요건 패쓰하자.
    엔딩 후 성룡이 고공으로 헬기를 타고 오르는 등 각종 장치를 이용하는 비하인드 장면이 나온다.
    코믹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짜릿함이 즐길거리라 생각하는데,
    장치를 이용하는 것은 그 감격을 파식시킨다.
    취향 차이겠으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고 말해야겠지.
    요즘 눈으로 보아서 그런걸까?
    아닐 것이다. 언젠가 성룡이 나오면서 무협영화의 판도를 바꾸어놓았을때부터 그러했다.
    중국 특유의 얼렁뚱땅, 우연과 몸의 감각이 빚어내는 매력 포인트가 사그라들었다고 여겨져서
    잘 보지 않았던거 같다.
    강호의 상상력이 근대적 상상력으로 바뀐 느낌이다.
    양자경은 예쁘다.

    IMG_1660.jpeg

  • 2023-11-10 19:20

    청청패션에 덥수룩한 머리. 순박해 보이는 표정에 배시시한 웃음. 목숨이 날아갈수 있는 상황에서도 코믹한 얼굴과 몸짓. 성룡의 젊음과 유머가 빛난다.

    갸름한 얼굴에 촌스런 머리. 각잡은 돌려차기. 빠른 몸동작. 맑은 눈동자. 에에올에서 세상 지치고 고단하고 찌든 표정을 짓고 있었던 양자경이었는데, 경찰제복을 입은 젊은 양자경이 빛난다.

    장만옥도 빛난다. 청순하고 수수한 얼굴. 첨밀밀에서의 그녀같다.

    젊은 그들이 빛난다.

    연애시절. 결혼식. 신혼여행을 즐기는 커플.
    며칠전 엄마와 아빠의 젊은시절 사진들을 발견해서 한참 들여다봤다.
    젊은 청춘 한쌍.
    흑백 사진속 그들도 빛나고 있었다.

    늙고 병들고 둔해지는걸 거부하는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젊었던 모두의 시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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