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인문학> 내.신.평.가. #3 <이니셰린의 밴시>

띠우
2023-10-19 07:37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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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2023-10-19 09:15

    와... 이니셰린의 밴시이닷^^

  • 2023-10-19 19:56

    정직한 구도의 명증함과 두려움

    [화면 시간 : 처음]
    인간들이 왜 전쟁을 벌이는지 알 것 같다.
    이익이나 권력의 수준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면 말이다.
    너무 정직해서 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면의 구도는 정직하다.
    안개가 걷히면서 나타나는 해안가 씨줄날줄들이 자아내는 딱딱함은
    영화 전체 분위기를 선점한다.
    어떤 시퀀스에서도 비틀거나 과도한 클로즈업을 사용하지 않는다.
    풀샷으로 잡아내는 모든 장면은 수평 또는 수직이다.
    처음에는 시원시원함이 기분좋았으나..
    시간 순서마저 너무 직선적이다.
    기억을 더듬거나, 얘네의 원인은 뭐라는 설명 하나 없는 불친절은
    배경장면을 점차 두렵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 자연적인, 이런 의식이 시간적, 장소적 두려움에 얹어져
    불편함을 참을 수 없게 한다.
    역으로 그런 것을 어느 정도 무화시킬 줄 아는 인간들의 사회에 대해 만세라도 불러야 할까?
    어쩌면 영화가 펼쳐내는 정직한 흐름에 내가 압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의미나 해석 등을 덧붙이고 싶지 않을걸 보니.

    KakaoTalk_20231019_193827116.jpg

  • 2023-10-19 22:30

    - 다정하게 말하려는게 아니야, 정확하게 말하려는 거지 (46분 30초)

    영화에서는 'nice'를 다정함으로 번역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정함과 영화에서 등장하는 'nice'는 조금 결이 다른 듯 하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나이스'함은 개인의 욕망의 차이를 무화시키고, 일단 겉보기에 불편함 없이 지내는 것이다. 비록 이니셰린은 평화로울지라도 본토에서는 늘 총성이 멈추지 않듯, '나이스'함에 가려져 있을 뿐, 욕망은 저 아래에서 늘 들끓고 있다. 먼저 나이스 함을 벗어던지고, 길이 남을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이야기 했던 콜름. 그러나 '나이스함'에 길들여져 자신의 욕망엔 소홀했던 파우릭 에게 콜름의 정직성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콜름으로 인해 파우릭은 소유하고자 했던 자신의 욕망, 자신을 떠나버린 그들에 대한 미움을 정확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결국 파우릭의 욕망으로 인해 콜름의 집을 불태워 버린 그 자리에서 콜름과 파우릭의 관계는 새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다정한 말보다는 정확한 말. 맥켄지 부인의 한마디가 이 영화 속의 관계들을 관통하고 있는 듯 하다.

  • 2023-10-19 22:48

    -영화 초반부 벽난로 앞에서 동생 시오반과 오빠 파우릭과 대화씬-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동생에게 오빠가 묻는다.
    무슨 책을 읽니?
    슬픈책.
    슬픈 걸 왜 보니..
    그리고는 동생의 절망어린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오빠는 휙 나가버린다.

    책을 좋아하고, 지적이고, 새로운 걸 꿈꾸는 동생에게 이니셰린은 절망의 땅이다.
    본토에서는 내전으로 포탄소리가 터지고 있지만 이니셰린에선 아무런 일이 없다.

    이니셰린이 오죽 심심하고 답답하면 잡화점 여주인은 남의 편지를 몰래 뜯어볼까.
    오죽 이야깃 거리가 없으면 경찰은 사형식에 참관가는 것에 기대를 걸까.
    달력에 x표시를 해야 날짜가 변하는 것을 알 수있는 곳이 이니셰린이다.
    벤시(저승사자)에게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듯이, 영화는 줄곧 무덤과 무덤의 표석을 보여준다.

    동생에게 이니셰린이 절망의 공간이었던 것처럼 콜름에게 파우릭과 시덥잖게 보내는 시간이 절망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살다가 어느순간 뒤돌아보니 이룬것이 없어 자신의 인생이 허무하게 느꼈졌을 콜름에게는 마냥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내는 파우릭이 절망의 대상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절망(despair)이 절교를,
    그 절망이 떠남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절망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파우릭은 왜 내게 이리 냉정하냐고, 왜 변했냐고, 왜 다정하지 않냐고 따지기만 할 뿐이었다.

    파우릭이 nice, kind라는 애매모호한 수식어 대신,
    타인의 감정을 좀더 세심하게 잘 읽었다면
    그렇게 까지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읉텐데.....
    (모든것이 파우릭때문 이란 말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절망을 눈치채지 못한 파우릭이 안타까운건 어쩔 수 없다.)

  • 2023-10-19 23:44

    이니셰린의 밴시.

    1:00:26 ~ 1:03:40

    -지루한 사람 하나?
    하나같이 지루하면서!
    다 거지같이 지루하다고요!

    잘린 손가락이 담긴 박스를 식탁에 올려둔 채, 파우릭과 시오반은 밥을 먹는다. 곧 돌려주러 갈 꺼라는 파우릭의 멍청한 발언에 계속 편을 들어주던 시오반마저 질렸다는 표정을 한다. 박스를 들고 일어난 시오반은 그대로 콜름의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바다 너머로 총성이 들려온다. 한참을 쳐다보는 시오반. 콜름의 집에서 마주한 콜름은 파우릭의 관계를 다시 전처럼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자 시오반은 파우릭만이 아니라 이니셰린의 사람들 전부 다 지루하다면서 참고 있던 화를 터뜨린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인믈들은 ‘이니셰린‘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사는지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영화 속 이니셰린은 정말 노잼 오브 노잼으로 보였다. 만약 내가 저 곳에서 살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금새 다 알게 되는 작은 섬에서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야한다고 상상하니 정말 끔찍하다.. 처음엔 손가락을 잘라 던진 콜름을 보고 경악했지만, 파우릭과 죽을 때까지 재미없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콜름의 심정도 바로 이해가 되었다. 시오반의 답답한 마음 역시 마찬가지로 공감이 된다.
    아... 이니셰린이 와이파이라도 터지는 곳이었더라면...
    이니셰린의 KT였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텐데.. 참 안타깝다...

    3주차02.png

  • 2023-10-20 11:35

    “내가 변했어” (26분쯤)

    지루하고 눈치 없는 친구를 오래 참아오다가 갑자기 관계를 단절하는 콜름. 성숙하고 지적인 친구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릴 수 없는 파우릭. 이들의 문제는 왜 생겼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변하고, 그런 개인들의 만남인 ‘관계’도 당연히 변한다. 그걸 이들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모든 변화에는 적응이 필요하고, 많은 경우 누군가 상처받게 된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파우릭의 눈치 없음에 화가 났다. 저렇게 싫다는데 그만 좀 하지. 왜 자기 입장에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고 고집할까. 친구가 손가락을 하나 자를 정도면 평생 말을 걸지 말아야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원한 음악을 남기고 싶어하는 콜름, ‘한 줌의 평온’을 원하는 그에게 격한 감정 이입이 됐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 ‘너랑 보낸 거의 모든 시간이 지루했어. 앞으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그러니 이제 절대 말도 걸지 마.’라고 말하는 절친을 둔 파우릭의 마음이 안쓰러워졌다. 지루하고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섬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을 친구와의 대화. 그 친구와의 교류가 사라진다면, 그리고 이전의 시간들조차 상대에게는 견디기 힘든 지루함이었다니.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파우릭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에 갑자기 확 공감이 되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화의 속도도 모두 다르다. 개인 간의 관계든, 더 큰 집단의 관계든. 속도의 차이는 많은 불행을 가져온다. 변화하는 자신을 타인들이 수용할 수 있게 꾸준히, 부단히 움직이고 침투해야 한다. 매일 상대의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단절과 통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열정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왜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닌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변화에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과거의 시간을 고집하는 친구라면? 그땐 자해가 아니라 과감한 결별을 했으면 한다.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건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오니까.

    KakaoTalk_20231019_22085967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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