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3강 후기

코난
2024-03-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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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의 철학> 세 번째 강의는 자누리 탐정님이 해주셨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파해치는 자누리 탐정님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추론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과연 두 번째강의(띠우샘)에서 논란이 되었던 “분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분해의 철학>을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니, 이해한 듯했지만 ‘땅과 미생물의 순환이 중요하다’ 정도였다. 한편 ‘생태학적 언설에는 나치즘의 덫이 숨어 있다’는 말은 생소할뿐더러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이 둘은 상반되는 면이 있다. 2002년 이후로 생태학 이념의 이면에 홀로코스트가 있다는 식으로 강도 높게 비판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의미의 분해란 ‘하나의 존재가 나누어지는 것’이며 생태학적인 분해는 ‘속성을 모두 상실하여 다른 어떤 것과 결합-부활하기 쉬워지는 것’이라 한다. 전자는 개체가 부서지는 이미지라면, 후자는 부서질뿐더러 부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두가지 뉘앙스를 혼재해서 쓰니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네그리 ‘제국’의 ‘부패력’과 자연의 ‘부패력’은 다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혼재해서 쓰는 걸까?

책 전체에 걸쳐 새롭게 명명되는 용어나 완전히 새로 창조되는 개념은 없다. “분해를 새로운 시선으로, 철학으로 이끌긴 하겠지만, 신품을 생산하기보다는 있는 거 재활용할게요”, 이런 느낌이다.

 

<생태계의 사전적 정의>

“생물 군집과 무기적 환경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물질계. 동의어는 holocoen. 생물적 구성요소는 생산자(producer), 소비자(consumer), 분해자(decomposer)로 무지적 환경의 구성요소는 대기, 물, 토양, 빛 등으로 나뉜다. .•••계 내에서는 무기물→유기물→무기물의 흐름으로 물질대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에너지 또는 물질이 순환한다.”(p256)

 

다음으로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개념을 보자. 저자는 이 경제학적 모델링은 생태계 개념의 한계로 본다.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순환하는 것은 물질과 에너지인데 이는 시장의 화폐와 유사하다. 화폐가 사용가치를 제거하듯이 물질과 에너지 대사는 먹기의 구체적 관계성들을 제거한다. 그런데도 저자가 굳이 이 개념을 가져오는 이유는 있다. 다른 어디에도 보기 어려운 ‘분해자’가 당당히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둥!!)

 

분해자는 인간의 시장경제에서는 없는 개념인데, 생태계 개념에서 굳이 넣은 이유는 무얼까.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이 질량보존이나 열역학 법칙에 맞으려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해자 개념에서 물질-에너지는 경제학 모델의 인간사회를 벗어나는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드디어 분해자에 가까이 왔다.

<분해자와 분해작용>

생태계 개념에서 ‘분해’란 유기화합물을 더 간단한 구성물인 이산화탄소, 물, 암모니아로 바꾸는 것이다. 즉 유지물을 무기물로 분해한다. 그런데 동물도 분해를 행하지만 분해자란 용어는 미생물에 국한해서 사용한다. ‘동물도 분해를 행한다’는 표현에서는 분해를 일련의 총체적 과정으로 보는 걸 알수 있다.

두 종류의 분해자 용어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환원자(reducer)였다가 분해자(decomposer)로 바뀌었다는, 환원자 용어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동일 생태학자 아우구스트 티네만이다. 생태계 개념(1935년)이 나오기 전인 1926년, 군집이론의 관점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제 분해자는 decomposer의 이름으로 생산 중심, 유기체적 생명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리사이클링으로 부활할 날을 기다리는 독립 요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리사이클링과 사이클링>

이제 마지막으로 리사이클의 재생과 순환의 개념을 더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생산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광합성에 의한 생산과 리사이클링의(재)생산, 전자는 사이클의 순환으로 후자의 리사이클과 구분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하나를 착취하면 둘 착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간 세계에서 무수한 착취, 그 뻔뻔함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후지하라 다쓰시가 분해의 철학, 그 분해-리사이클의 재생산을 주목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동시적이든, 공간적으로 내부와 외부의 공존이든, 분해는 생산과 직접 연결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분해와 생산의 간극은 크지 않다. 역으로 재생되지 않는 분해는 이책에서 사유하는 분해가 아니다.

 

 

햐....분해라는 녀석 아주 만만하지 않습니다.

분해와 부패, 생산과 분해, 미묘하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강의를 듣는 저는 강의가 진행될 때 마다 음... 분해 알았어!! 모야 분해야? 생산이야? 아직 나름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분해의 철학의 샘들과 천천히 알아가고 싶습니다.

댓글 7
  • 2024-03-24 12:47

    후기 감사합니다.
    리사이클링에서 착취 얘기가 나오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가 직접 말한 건 아니고 제 해석이지만요.
    시장경제와 생태계 이론을 비교하면, 시장경제론에는 분해자가 없어요.
    생산자-소비자 도식에서 분해작용이 빠지고, 그로 인해 생산자에게 원료를 공급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시장경제를 자급자족의 시스템으로 보면 그 내부에 분해자가 없는 건 심각한 결함인거 같아요.
    원료는 외부인 자연에서 가져와야 하고,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이건 착취이지요.
    착취가 이론상 내재해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어요.
    자본주의에 착취가 내재하므로 이 착취는 다른 차원의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원초적 착취라고나 할까요?
    비인간으로 확장하는 생태계 관점에서 착취를 설명할 수 있는 게 흥미로운거 같아요.

    분해작용은 리사이클링이고, 리사이클링은 (재)생산의 계기를 내포하고 있어서
    생산-분해(재생산)의 도식으로도 경제 순환은 충분히 가능할텐데요,
    이런 구도로 경제를 재설계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더라구요.
    하나의 물건을 만들더라도 망가졌을 때 얼마나 잘 분해해서 재생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면
    아주 많은 것이 바뀔 거 같은데요,
    이걸로 상상의 이야기를 쓰면 재밌을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이 책에서 분해와 부패는 같은 개념이고요
    분해와 생산 관계는 이렇게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식물에 의한 광합성 생산과 분해에 의한 비광합성 생산이 있어요.
    비식물의 비광합성 생산은 분해작용으로부터 나오는 거니 이런 생산은 분해작용과 간극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눈여결 볼 지점은 이겁니다.
    분해로 인한 생산이 불러올 감각, 흥분과 쾌락, 무아지경 등은 일종의 부산물로 발효의 향기 같다는 거요.
    식물이 아닌 우리가 눈여겨 볼 생산의 형식이라, 이 또한 매우 흥미롭습니다. ㅎㅎ

  • 2024-03-24 13:52

    저자와 자누리조수님? 의 안내로 떠난 탐구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나치의 덫이란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의 덫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이에는 언제나 무한한 잠재성이 있는데 이분법이 자리잡고 나면 거기에 갇혀 다른 것을 담을 수 없게 되죠. 저자가 분해라는 개념의 역사를 찾아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분명해지더군요.
    '분해작용'은 그 덫에 빠지지 않고도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었어요. 분해가 일어나는 조건은 매우 다양하지만 어떤 조건(분해자나 분해대상 등의 명시 없이도)이냐를 특정하지 않고도 그 활동, 작용을 알 수 있으니까요.

    서로 간극이 없는 분해와 생산에 대한 질문을 계속 이어가보겠습니다~ 아직은 어렵지만 어떤 에너지가 생기는 질문인 거 같아요^^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3-25 14:34

    이렇게 빼곡하고 정성스런 후기를 읽으니 코난님의 진심이 완전 전해집니다. 감사합니다 ~~~
    저는 이번 강의에서 "분해가 자신이 누군가와 합성의 가능성(재생)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는 ,
    그래서 "재생의 유효성이 있는 삶이란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으로 일종의 무아지경에 행해진다"는
    자누리 샘의 강의가 오래 남았습니다. 예전 잠시 고전을 공부할 때 배운 '성(誠)'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이외의 것들이 들어올 조금의 틈도 없이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데
    우리의 삶이 이런 분해의 삶이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일어나면 이미 무아지경이 아니겠지요. ㅋㅋㅋㅋㅋ

  • 2024-03-26 07:55

    예전에 귀동냥으로 <논어>, <맹자>, <사기>, <장자> 들었는데, 이번엔 <분해의 정원> 듣고 갑니다. 세 분의 강사샘이 내용을 꼭꼭 씹어주셔 받아먹기만 했네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주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빠지는 게 아쉽네요. 다음에도 이런 강좌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코난님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정리 잘하시네요^^

  • 2024-03-26 23:00

    전에 세미나할 때와는 또다른 풍성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셔서 매회 <분해의 철학>의 매력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강의 들을 땐 끄덕끄덕 이해가 되는 것 같다가도 막상 정리하려면 참... 안되던데, 코난님 덕분에 또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당!

  • 2024-03-28 20:22

    분해의 철학을 해체해서 다시 부활시킨 자누리샘 강의 참 좋았음다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읽고 또 읽으며 쓴 강의안
    멋진 강의선물 고맙습니다~
    저자 후지하라님이 새로운 개념어를 만들지않고 이미 사용되는 언어를 가져다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분해의 철학을 하는 방식이 단어선택에서도 드러나는구나 싶어서 재밌었네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강의, 참님의 예술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 2024-03-28 20:26

    자누리쌤이 차근차근 후지하라 다쓰시 의 분해에 대해 짚어가시는 강의를 들으며 분해라는 개념은 굉장히 유연한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난님의 후기를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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