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담회 후기 - 우리 이대로 먹어도 좋을까?

여울아
2023-10-23 05:20
283

지난 금요일 오후 오붓하게 채담회가 열렸습니다.

 

 

채담회는 9월, 10월 주방지기 여울아, 블랙커피의 야심작... 이 아니고!! "우리 밥상이 불편한 사람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참님은 3년 전 채식모임에서부터 채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 채식자 중 가장 오랬동안 해왔기 때문일까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생활형 채식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습니다. 그중 압권은 눈물의 짜파게티 사건!! 참님이 채식을 시작하고나서 남편의 거부감이 한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남편이 짜파게티에 굳이 고기를 올려먹자고 했답니다.(아마도 기생충 영화 흉내를 내보고 싶었던 것?) 짜파게티에 웬 고기? 우리가 언제부터 짜파게티에 고기를 넣었다고? 참님은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는 남편이 야속해서 급기야 "나 안 먹어!"를 시전했고, 결국 온가족이 퉁퉁 불은 짜파게티를 울며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남편이 이제는 참님을 위해 먹거리를 먼저 챙겨주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반가워요~ 프리다님. 프리다님 역시 3년 전 채식모임을 시작하면서 간간히 혹은 적당히 채식을 해오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육식과 유제품을 끊었다고 합니다. 프리다님은 체질론 얘기를 해줬습니다. 어떤 분은 채식을 시작하고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지기도 하고, 자신의 경우는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고 오히려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새벽이 생추어리 돌봄에 참여하면서 비건이 될 수밖에 없는 몸이 되었다는 고은님. 비건이건 아니건 친구들과 비건 식당을 찾거나 하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가족친지들이나 문탁 회원들에게는 종종 미안한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얼마전 느티나무님이 주방에서 김치찌게를 끓이셨대요. 고은은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찌게에 환호하며 주방에 들어섰는데, 아뿔싸. 평범해보였던 김치찌게는 참치김치찌게였던 것! 느티님이 맛있게 준비해주셨는데, 자신이 먹지 못한 탓에 오히려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블랙커피님의 얼렁뚱땅 믹스티, 프리다님의 무화과, 사이님의 바다 백일떡, 세미나에서 남은 간식들... 그리고 채담회 시작하기 바로 전 새봄님의 맥주와 육포까지 어울려있던 자리. 이것이 우리 공동체 식탁의 현주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팽이님은 반찬은 피할 수 있지만, 국을 못 먹는 일은 없게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자 국물 낼 때 멸치육수를 대신할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다시마육수" 는 어떨까? "무말랭이육수"가 좋다더라. "팽이버섯"을 말려서 국물 내면 좋다더라까지. 마침 다음 달 주방지기에 당첨되었다는 참님이 채식육수에 도전해보겠다고 하십니다!!

 

 

이제 자리를 옮겨 프리다의 가지, 새송이버섯 요리를 맛봤습니다. 구워서 살짝 소금간을 한 것과 파기름을 내서 간장간을 한 것. 이 두 가지 맛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금간이 버섯과 가지의 풍미를 더 해준다고 느꼈는데, 평소엔 뭔가 빈 맛을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양념을 넣어버리는 편입니다. ㅠㅠ 물론 저도 본연의 맛에 집중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스테이크 구울 때.. 으흐흐. 평소 채식이 궁금했다는 초빈님, 물에 빠진 고기는 못 먹는 탓에 언젠가 여울아가 끓여준 삼계탕을 못 먹었다는 느티님... 우리는 여전히 채식과 육식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누군가는 입맛 때문에, 혹은 누군가는 정치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이 주변에 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공식당을 운영하고 회원들의 점심 한 끼를 책임지고 있기에 "우리 이대로 먹어도 좋을까?"라는 공통의 질문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이상 "먹는 것이 남는 거다"라는 모토로 주방회계를 말아먹은 여울아, 블랙커피의 합작후기였습니다.  

댓글 2
  • 2023-10-23 14:56

    채식이라는 주제로 부담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 좋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프리다샘의 두 가지 버전의 가지구이!!
    새로운 맛의 경험이었네요.
    앞으로 프리다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다양한 야채를 구워먹어야겠어요^^

  • 2023-11-02 20:15

    가지구이 맛있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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