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11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2 <킬링 디어> 후기

띠우
2023-12-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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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필름이다에서는 오붓하게 다섯 명이서 <킬링 디어>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깜놀한 분들 여럿이겠지요. 충격적인 오프닝이란 이런 것일 듯. 안 보신 분들을 생각해서 어떤 장면인지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킬링 디어>의 원제는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성스러운 사슴의 살해)>입니다.

 

고대 그리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요, 그리스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준비하는 중에 실수로 아르테미스의 수사슴을 죽이는 바람에 아르테미스의 저주를 받습니다.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을 받자, 명성과 딸을 저울질하다 딸을 제물로 바치기로 하죠.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이피게네이아를 불쌍히 여겨 제물을 암사슴으로 바꾸고 살려줍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잘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내에게 살해됩니다. 이야기는 아가멤논의 아내가 다시 아들에게 살해되는 것으로... 복수는 복수를 낳습니다.

 

 

<킬링 디어>에서도 아가멤논과 같이 스티븐에 의해 가족이 불행에 내몰립니다.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웰)은 음주 수술 중에 한 남자를 죽이고, 죽은 환자 아들 마틴(배리 케오간)에 의해 파국으로 치닫지요. 어떤 사건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 두 인물이 차츰 그 관계가 역전되어 갑니다. 마틴의 능력은 영화상 이해되지는 않지만, 스티븐에 이어 신의 영역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결국 완벽한 신은 영화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배우들의 연기도 뭔가 혼이 나가 있는 것도 같고, 카메라도 시선이 위로 아래로 옮겨지면서 자꾸만 인상을 쓰게 되더라구요.

 

 

영화에서는 윤리적 딜레마를 앞에 둔 인간들이 등장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등장하는 복수를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지 사고실험하는 것 같아요. 이는 바로 인간다움, 혹은 윤리성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되죠. 비극의 신화를 가져와 신의 시선으로 비틀린 인간의 욕망을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틴이 갖는 균형감각인데요, 상대가 물면 나도 물고, 상대가 죽이면 나도 죽인다. 그 사이에 어떤 감정도 개입이 되지 않아요.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피해자는 어떻게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지, 타인의 슬픔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서늘해집니다. 슬픔이 아닌 복수에 주목할 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스티븐네 가족의 눈빛은 또다른 결말을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랍스터>로 알게 되어 급 관심을 갖게 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그리스에서 찍었던 <송곳니>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킬링 디어>까지 보고 나니 감독에게 온기가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보고 난 후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는 않았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다시 기억의 필름을 되돌려봅니다만, 스스로의 한계에 다다르네요^^:; 그렇지만 확실히 남다른 시야를 가진 주목할 만한 감독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필름이다> 12월 상영작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9)>

진달래+띠우가 소개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3부작의 마지막 영화네요.

다들 에세이 마무리 잘 하시고 그날엔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
  • 2023-12-14 08:07

    독특한 영화였어요.

    찾아보니
    요르고스 란티모스, 73년생
    나홍진 74년생
    조던필 79년생이더라구요.

    힘 좋고, 유니크하고, 환상과 실재를 뒤섞으며 현실에 개입/비판하는 이 감독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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