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숲] 여섯번째 시간 후기

동은
2024-04-22 17:15
128

 

아주아주 스페셜했던 금요일~ 후기!

 

금요일은 정말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에 대한 후기는 문스탁그램에 적어놓기두 했어요. 혹시라도 궁금하시다면 링크로~

https://moontaknet.com/?page_id=228&mod=document&uid=41502#kboard-document

 

여러 일이 있었지만 아무튼 세미나 후기는 세미나 얘기를 담아야 하니까요...

7부를 읽으면서 레비스트로스의 글이 약간 익숙해져서인지 엄청 수월하게 읽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내용 때문인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 아무튼 저 말고도 다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것 같아요.

 

7부 남비콰라족의 특징은 아주아주 척박한 환경에서 소수의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환경적 여건(아주 뚜렷한 건기와 우기) 때문인지 아주아주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남비콰라족을 보고 “오직 인간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였죠. 그리고 관찰된 내용을 주제별로 엮어본다면 남자와 여자/족장/원시적 문물(언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남비콰라족의 여성과 남성은 그 역할이 아주 뚜렷합니다. 남자는 사냥과 농업, 여자는 채집과 돌봄을 하죠. 서로 고유한 영역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은 이중경제로 돌아가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구조는 (레비의 표현으로는 남녀의 심리적 태도와 경제적 기능의 대조)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사유로 드러납니다. 대립적인 두 개의 극이 서로 지지하면서도 대립하는 긴장관계를 갖고 있는 거죠. 이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환경적 구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유랑-정착, 안전/풍부한 식량-모험/궁핍, 겨울/우울-여름/흥분... 이런 개념의 전도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는 원시적 문물을 다룰 때 얘기해보겠습니다.

 

  7장에서 족장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무리를 유지하는데 족장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레비는 족장이 마치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통일된 의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정치가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남비콰라족은 평행사촌하고는 결혼하지 않고 교차사촌하고만 결혼했다고 하는데요, 딱히 귀족같이 특별한 계층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건 남비콰라족은 여러 무리들이 있는데 무리의 아주아주 최소 단위인 부부들은 자신이 속한 무리가 마음에 안들거나 하면 다른 무리로 쉽게 옮겨갈 수도 있고 때로는 족장의 판단에 따라 다른 족장 밑으로 흡수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고정적인 사회구조가 없는 상태였다고 해요.

 

  족장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리 안에서 유일하게 다처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처는 집단이 족장에게 주는 정신적, 감정적 위로이면서도 무리의 임무를 맡게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레비는 족장이 무리를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무리가 족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국가적 사회보장제도의 시선으로 확장시켜 오늘날 국가차원의 논의가 근대만의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무리의 수장이라는 역할을 아무나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사회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성정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7장에서는 확실히 족장의 중요성? 혹은 족장의 의미를 가장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과 집단의 정치적 관계는 원시부족들에게도 매우 중요했던 부분이었어요.

 

  제가 7장 발제를 맡고 싶었던 건 문자에 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비콰라족은 언어만 있을 뿐 문자를 쓰지 않습니다. 앞부분에서 이를 원시의 문물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칭해도 될지 모르겠네요ㅎㅎ;; 아무튼 저는 이들이 쓰고 있는 언어적 수준이 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레비가 문자를 쓰자마자 남비콰라족은 레비를 아주 경계하죠. 문자가 없는 남비콰라족을 보며 레비는 이들이 계속해서 고정적인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가 문자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남비콰라족은 글씨를 순전히 사회적으로 개인의 기능, 권위와 특권을 고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문자는 지금까지 지식체계를 축적하는 용도로 사용해왔습니다. 물론 문자가 없다고 집단의 지식과 미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죠. 그렇다면 문자의 다른 역할을 생각해보자면 바로 “예속화”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문자가 도시문명의 발전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자가 지식 발전에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일지는 몰라도 영속적인 지배 체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요. 한자에 관심이 많은 저는 최근에 강력한 왕권을 가진 진나라 시기에 여러 도량형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문자의 통일을 이루어냈다는 내용을 알게 됐는데, 이를 생각하면 레비스트로스의 통찰이 어느정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자의 지배로 문화적인 정체성과 국가의 사상을 아주아주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뭐 문자를 처음 보는데 처음부터 그들이 지식 축적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을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쫌 섣부른 판단 같기도 하네요)

 

  읽다보니 레비스트로스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부족의 언어들을 익힐 수 있었는지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7장에는 여러 이름들과 언어들이 소개됐는데요, 몰고가는 소들에게 다양한 이름을 붙였던 거나 그들의 언어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겨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가위쌤이 많은 설명을 해주셨는데... 댓글로 한 번만 더 설명해주심 안되나요? ㅎㅎ 어렴풋하게 구조주의 언어학의 통찰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건 기억이 나는데... 저는 그들이 어떤 접미사를 붙이느냐에 따라 언어의 의미가 전도되는 방식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머리털-털-깃털, 날카로운 것-구멍 뚫린 물건/매달리는 것-떨리는 것... 이미지적이면서도 직관적이고 연결되는 단어들이 나열되는 과정이 너무 .. 아름다운 것 같았습니다! 한자도 문자 하나에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그걸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외에도 그들의 성문화라던지 가축들을 대하는 태도라던지 놀랍고 재밌고 이목을 확 끄는 부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세미나원들의 메모에서도 족장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언어의 흥미로운 부분들, 레비가 바라본 것과는 다르게 남비콰라족을 바라본 선교사들의 날선 시선, 그리고 레비스트로스는 남비콰라족에게 사회구조가 없다고 보았지만 이 자체를 사회구조로 바라볼 순 없었느냐는 비판, 당시 사회학자였던 루소와 홉스의 입장차이와 레비스트로스가 남비콰라족을 관찰하며 루소의 의견에 동조한 이야기, 자발적으로 족장의 역할에 임하는 사람들에 대한 놀라움과 식상함(?) 등등등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노들야학의 점심시간 운영과 겹쳐서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ㅠ ... 몇 분 빠져서 메모도 얼마 없었는데 이야기를 다 나누지 못한게 아쉽네요.

  근데 진짜 재미있었으니까 이번 시간 못오신 분들은 쪼금이라도 후회를 하도록 하세요!!!

 

끝나고 대부분 시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모두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은 슬픈 열대의 마지막시간입니다. 슬픈열대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다음시간에 만나용!!

댓글 4
  • 2024-04-22 21:11

    와!! 후회를 권장받기는 처음이네요. 강력한 메롱..이네요. 그것도 느낌표 세개.. 그런데 수긍이 되네요.
    그리고 "언어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겨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가위쌤이 많은 설명을 해주셨는데... 댓글로 한 번만 더" ..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 2024-04-23 09:09

    동은쌤의 잼나는 후기를 읽으며 '후회'말고 즐거운 세미나 시간을 '상상'해 봅니다:)

    이전에 다룬 카두베오족, 보로로족에 비해 이번의 남비콰라족은 그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설명도 많고(분량 폭발ㅋ) 더불어 해석도 많아
    레비의 남비콰라족에 대한 '찐사랑'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중에서도 저는 전신국 사람들이 가지는 인디언에 대한 양가적 태도, 남비콰라족의 성행위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해석, 문자와 문명을 연관짓는 기존의 해석에 대한 문제제기,
    자신이 원시부족의 풍습에 관심을 가지듯 그들 역시 서구인의 풍습과 다른 부족의 습속에 관심을 드려내고 있음을 통해 인류학 작업의 라포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 등이 기억에 남네요.

    무엇보다 족장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분석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족장은 의무와 책임이 막강한 봉사직으로 특권보다 의무가 강조되지만 스스로는 '전쟁을 할 때 선두에 서서 싸우는 사람'으로 '특권'을 얘기하는 대목(정치인들 반성해!!ㅋㅋ),
    하지만 실질적인 특권은 '일부다처제'이고 이 특권은 족장한테 정신적, 감정적 위로뿐만 아니라 아내들의 역할구분으로 경제적 기능까지 수행하지만,
    동시에 청년 남성들의 불만을 유발해 이를 동성애로 해결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장치들을 일종의 '사회보장체계'로 연결하고
    족장 선택의 최종 심급은 결국 개인적 차이(권력에 대한 욕망)라고 결론 짓는 것이 흥미로왔습니다.

    남비콰라족의 언어방식에 대한 한가위 쌤의 설명, 저도 다시 듣고 싶은 1인입니다^^

  • 2024-04-25 07:04

    동은샘은 진행도 후기도
    술~술~~ 막힘이 없으시네요~
    시원시원~~ 명쾌~ 통쾌~
    동은샘과 레비스트로스 같이 읽는 건
    행~~~운~~~~~

    -‘만’이 체언인 것은 물이 죽 었을 때뿐이다. 체언으로서의 ‘만’은 인간의 뜻풀이다. 이 만은 호안 선 사이에 붙들려 있고 단어에 갇혀 있다. 하지만 용언 '위크웨가마’는 물을 해방시키고 생명을 선사한다. '만이다'라는 의미에는 살아 있는 물이 지금 이 순간 호안선 사이를 보금자리 삼고서 개잎갈나무 뿌리와, 새끼 비오리 떼와 대화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는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 물은 만 대신 개울이나 바다나 폭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해당 용언이 있다.
    언덕이다, 모래사장이 다, 토요일이다'는
    만물이 살아 있는 세상에서는 전부 용언이 될 수 있다.-향모를 땋으며 중에서

    <향모를 땋으며>에서 토박이말(포타와토미어)를 설명할때 체언이 용언이 되는 마법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비콰라어에서 ‘귀’와 ‘눈’이라는 말이 동사형접미사만 붙으면 ‘듣다’나 ‘이해하다’의 의미가 되는것과 비슷해서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 2024-04-25 21:00

    지난 시간 동은님의 진행 덕분에 편안하게~~^^ 세미나에 참석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후기까지 이리 멋지게 또 감사!!
    저는 지난 시간 족장에 대한 레비의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족장이란 특권적 권위에 대한 필요성의 결과라기보다는 집단의 욕구로부터 발생되는 것"
    처음 문탁에 접속했을 때 대표가 없다는 말이 의아하기도 했는데 그것과 족장이 연결되며 집단의 욕구로부터 그때 그때 족장이 만들어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우리 세미나에는 여러 족장님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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