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숲] 일곱번째 시간 후기

2024-05-0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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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의 숲> 일곱 번째 시간 후기

 

일곱번째 번째 시간에는 슬픈 열대 마지막 부분인

8부. 투피 카와이브족/ 9부. 귀로를 읽고 만났다.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지신 한가위샘과

알레르기로 고생하시고 계신 돈키호테샘,

강의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 낮달님이

못나오셔서 정말 정말 아쉬웠지만 할 말이 많은 메모들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계속 이어졌다.

그리하여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엄청나게 풍성했으나

후기는 각 메모의 지극히 ‘참 개인 취향’의 인상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아주 짧게 써보겠다. ㅎㅎ 못마땅한 분들은 댓글 세례를 퍼부어주시요^^

 

미개인들의 폭식을 다루는 부분에서 채집과 사냥이 주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만복감이란 행복 그 이상이였을 거라고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새봄님은 그 부분을 읽으며 사회학자 조은샘의 <사당동 더하기 25>에서 빈민들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에 관한 이야기와 지방직 고위공무원인 지인이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자립을 위한 제도들이 그들의 나태함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떠오르셨다고 한다. 새봄님의 텍스트와 일상을 잇는 센스와 질문들은 늘 놀라운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얼마전에 읽은 <빈곤과정>을 쓰신 조문영샘의 인터뷰글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심으로 한 ‘수급 레짐(체제)’으로 빈곤 통치가 이루어진다면서 수급의 언어로 가난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빈자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그의 지적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의존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데, 기업의 부채탕감이나 중산층의 연금보험같은 부자의존과 가난한 사람들의 수급의존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수급의존을 나태와 부정수급과 연결하면서 부자의존에 비해 더 죄악시 한다는 의견이였다. 부자 의존과 빈자 의존을 비대칭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프레임은 왜? 어떻게? 누구로부터 나오는 걸까?

 

어때님은 점점 더 슬퍼지는 열대를 모든 감각을 통해 읽으며 레비스트로스가 느낀 민족학자로서의 모순과 비애를 함께 경험하신 듯하다. “나는 무엇을 하러 여기 왔는가? 무슨 기대를 걸고? 무슨 목적으로? 도대체 정확하게 말해서 민족학 조사라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레비스트로스의 질문은 마치 어때님이 인류학 세미나에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하러 왔고 인류학 공부라는 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들린다.

가장 비참한 숙박지, 캄푸스에서 지독한 향수병으로 신경쇠약 직전인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이 된 아우구스투스>를 썼을까? 시나가 자연과 사회의 관계라는 문제 속에서 갈등을 겪는 동안 아우구스투스는 인간 신이 되는 야망을 이루어내고야 마는데, 뚜버기샘은 그 장면에서 영화 <밀양>이 던진 ‘용서’에 대한 화두가 생각나셨다고 한다. 신에게 ‘용서’받았다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아우구스투스가, 그리고 시나의 갈등에서 전도연이 겹쳐졌다고 말이다.

어쩌면 <신이 된 아우구스티누스>는 슬픈 열대를 통과하며 ‘낯섦이 사라지는 것’-<저자로서의 인류학자>에서 기어츠가 말한(P64) 낯설게 보이는 독특한 삶의 면모를 보편적으로 해석해 직접성을 해체시킴으로써, 그 낯섦을 사라지게 하는 과정-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 담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동은샘은 오늘을 살아가며 지금이 진보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레비스트로스의 탈역사주의 관점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구조주의적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구조적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 레비스트로스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 구조의 근저에 반복되고 있는 그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동은샘의 적절한 질문을 시작으로 막시즘의 진보서사가 비판받은 한계가 목적지향의 단선적인 역사관이였음을 르꾸샘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이에 덧붙여 최근 막스의 미간행저작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로 유명한 사이토의 코헤이의 작업을 통해 마르크스의 진보사관에 대한 재해석이 계속되고 있음도 뚜샘이 체크해주셨다.

 

르꾸샘은 레비스트로스가 마르크스주의 진보서사에 반대하고 역사의 순환성을 제시하면서 연구자의 특권적 위치와 관점을 인식하고 연구대상을 타자화하는 것을 특히 경계할 것임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그들을 서구사회의 거울로 성찰하려는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주셨다. 그리고 다양한 민족지 서술 방식을 총동원한 슬픈 열대의 대장정에 대한 벅찬 기대에 비해 레비스트로스가 끼워놓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방문 기록들은 의아하기 짝이 없었고 특히, 이슬람교도와 독일인의 등치시키는 비유가 타당한지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드셨다고 한다. ‘프랑스의 이슬람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마찬가지고.

 

기나긴 <슬픈 열대>의 뜨거웠던 여정에서 ‘귀로’는 우리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돌아오는 길의 뿌연 안개 속에서도 분명, 서구중심의 식민주의를 종식시킬 때 다른 삶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린다는 레비스트로스의 메시지는 깜빡깜빡 등대의 빛처럼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숲> 아홉 번째 시간에는 <<야생의 사고>>로 한 발 짝 내딛어본다.

난해하다는 소문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친구들이 함께 있으니, 쫄지 않으리라~~~

 

 

댓글 10
  • 2024-05-02 06:59

    헉 이게 '아주 짧은' 후기라면 참쌤이 맘 먹고 쓰셨으면 어쩔뻔ㅎ
    세미나에서 나눈 풍성하고 핵심적인 얘기들이 죄다 촘촘하게 드러나는 '아주 짧은' 후기 감사해요!!:)

    더 보탤 말은....
    벽돌책 완파하느라 모두들 고생했는데
    자축파뤼 못한게 아쉬워요ㅋㅋㅋ
    새봄쌤 수제맥주가 땡기는 날이었어요:)

    • 2024-05-02 10:12

      야생의 사고 읽고는
      지대로 책거리? 책씻이 해요!!!!!

  • 2024-05-02 09:48

    그러게요 텍스트에 너무 몰입했나요~벽돌책 깬 감흥이 좀 약했지요.. 아마 세 분이나 못 오셔서 그렇지 않았을까요.

    9장의 아시아 민족지에서 당시의 레비스트로스에게서도 서구인의 자민족 중심주의적인 한계가 느껴졌던 같고...
    서구 사고구조에서 나온 형이상학에 기반한 문명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서구철학자들이 쓴 책을, 번역된 어색한 문장으로 읽으면서 그의 사유를 더듬어 가야하는게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동양철학은 더 어렵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근대문명의 결과물인 나...
    아침부터 우울한 이야기 같지만,
    이 질문을 가슴에 담고 서구인이 쓴 타자의 인류학을 또 다른 타자라는 관점에서 읽어 가렵니다.

    • 2024-05-02 10:14

      샘~~우리 같이
      결과물말고
      진행물로 가실까요?

  • 2024-05-02 10:37

    음~ 저는 지난주 <슬픈열대> 마지막을 참석못해서 아쉬웠는데요 여행의 출발도 설레지만 귀로에 선 여행자의 마음을 찾아보려 했는데요 ㅎㅎ ᆢ 참쌤의 친절한 후기를 읽으며 복습과 함께 다른쌤들의 생각을 함께 할수 있어 좋으네요 마치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듯한^^ 그리고 그 어렵다는 <야생의 사고>는 또 어찌 읽어가야할까 걱정도 크답니다.

    • 2024-05-02 17:22

      ㅋㅋ저두 걱정~
      그래두 같이 가보아요^^

  • 2024-05-02 12:10

    인류학과 사회학은 같이 갈 수밖어 없다는 그 중압감(?)이 팍팍 느껴졌어요. 사실 고대사유가 너무너무 재미있는딩... 이걸 알아서 뭐하나 싶을 때가 많았거든요. 근데 이미 레비스트로스한테 민족학 내지 인류학은 사회학과 그냥 당연한 1+1이었더군요 ㅎㅎ 쪼끔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 2024-05-02 17:24

      메모에서도 그렇고 동은샘이 걸리는 부분이군요~
      어뜨케 하면 머리가 들 아프게 읽을수 있을까요…

  • 2024-05-02 17:22

    밤새 발제하고 후기까지 쓰신 참님의 에너지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지난 시간에 진보의 역사관(?)이 제겐 기억이 남아요.
    더디더라도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아닐까 하는데 레비스트로스는 그게 아니라니......
    샘들과의 얘기에서 제 짧은 이해력도 힘을 얻고, 어쨌든 힘을 내보는데
    야생의 사고 흠 이건 장난이 아니네요 ㅋ
    이런 책은 살다살다 처음!
    저 벌써 쫄았어요ㅠㅠ

    • 2024-05-02 17:27

      ㅋㅋ 저 읽다가 계속 딴짓중요~
      내일도 같이
      발제랑 메모랑 얘기하다보면
      이해력이 올라가겠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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