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정원>생명에서 생명으로 두번째시간

오늘
2024-04-29 01:03
78

 

지지난주 분해의 철학 세미나는 대학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에 앞서 혜화역에서 열린 시위에 문탁쌤들이 함께 하셨기 때문이었지요. 

느티나무, 달팽이, 모카, 코난쌤은 새벽같이 나오셔서 시위에 참여하시고, 

노들야학 노들센터에서 나머지 멤버들을 먼저 기다리고 계셨어요. 

 

대학로가 시댁이랑 멀지 않아 그래도 종종 들렀었는데,

분해의 철학 세미나 덕에 대학로에 이런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세상멋진 <베른트 하인리히>의 <생명에서 생명으로>를 읽고 만나는 두번째 세미나였어요. 

생명에서 생명으로는 서문에 중병에 걸린 친구의 부탁의 편지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장인 11장 믿음, 매장,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 에서 친구의 부탁이 일리있었지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와 더불어 자신이 바라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온 세상이 하나의 생물체이며 그 속의 어느 부분도 정말로 분리된것은 없고 우리 자연의 생명과 내가 이어져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며 마무리 합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내가 죽거든 베른트 하인리히의 사유림의 한구석에 내 육신을 놓아두고 큰까마귀와 같은 동물들이 내 살점을 뜯어먹도록 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읽고 충격받은 독자에게 

 

1장~10장까지 흥미롭지만 지루한, 세심하고 때로는 웃기게 묘사된 온갖 동식물들의 분해의 장면들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득한 후비로소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이토록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또 어린시절부터 살아낸 후 세상에 그리고 자신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바를 들이댑니다. 

 

저는 이 생물학자의 이야기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몹시 설득 되었습니다. ㅎㅎ 

이 책을 읽으며 비판 따위는 안보이는 곳에 두고 오~ 맞아맞아, 이런생각은 미쳐 못했네? 와우 이러면서 주욱 따라왔네요. 

 

함께 하신 세미나원분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자연의 구성원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죽음의 끝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 책을 읽은 우리의 생각은 죽음을 시작과 겹쳐보기 시작했을것이고, 

죽음을 개인의 것이라고 보았다면, 이제는 전체적으로 보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현실은 베른트 하인리히가 연구하고 관찰하던 곳과 정반대의 상황이라

책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들수도 있지만,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작은 실험들을 해보며 

이곳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다음 책 <정원가의 열두달>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됩니다~ 

 

그리고.. 후기가 너무 늦어 죄송해요 허허

 

 

 

  노들야학 노들센터 세미나실에서!

 

 세미나 후 함께 시청근처로 가서 장애인 차별철폐 시위도 함께 했어요. 

 쌤들이 계셔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 

댓글 5
  • 2024-04-29 12:28

    '죽음을 개인의 것이라고 보았다면, 이제는 전체적으로 보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
    그동안 분해의 철학을 공부하고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면서 점점 익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반가운 후기입니다. 좌충우돌 분해의 정원 세미나, 앞으로 어디로 가게될지... 함께 가보아요

  • 2024-04-29 16:32

    세미나 전에 시위를 가는 일은 처음이었는데
    이른아침에 일어나는 게 피곤함보다 열정이 더 컸던 시간이었어요

    생명에서 생명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죽음도 있고 변화도 있고 분해도 있는 것 같아요
    막연히 두려워 했던 것들이 책에서는 파티의 과정이라고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기도 했습니다 🙂

    • 2024-04-30 09:26

      새은->모카->후유
      요렇게 된 건가요?? ㅋㅋ

  • 2024-04-29 23:09

    한 주 한 주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날 하루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신 분들 애쓰셨어요.
    <생명에서 생명으로>를 읽으면서 저자가 아니었다면, 이 세미나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살았을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 참 감사했어요.
    생명과 죽음에 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아주 쬐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구요. 저 멀리 지구 반대편 메인의 숲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도 세밀히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 2024-04-30 09:31

    오늘 마음에 쏙 든 <생명에서 생명으로>
    오늘맘에 들기 쉽지 않은데
    얼마나 괜찮은 책인지 보증할 수 있는거죠 ㅋㅋ
    저도 분해의 세세한 이야기 참 흥미로웠어요
    장례희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고
    생명들이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네요
    분해의 정원 셈나팀과 시위현장에서 함께 하니 우리 사이도 좀 더 연결된 느낌
    이런 연대나들이 종종 같이 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70
N 더-낭독 <일리아드> 열 번째 시간 후기
메리포핀스 | 2024.05.11 | 조회 10
메리포핀스 2024.05.11 10
269
[레비스트로스의 숲] 여덟번째 시간 후기 (1)
르꾸 | 2024.05.10 | 조회 37
르꾸 2024.05.10 37
268
[레비스트로스의 숲] 아홉번째 시간 메모와 발제 (8)
| 2024.05.09 | 조회 64
2024.05.09 64
267
<분해의 정원> 정원가의 열두 달 후기 (4)
코난 | 2024.05.05 | 조회 39
코난 2024.05.05 39
266
<분해의 정원> 정원가의 열두 달 메모 (4)
ekfvoddl | 2024.05.02 | 조회 30
ekfvoddl 2024.05.02 30
265
[레비스트로스의 숲] 여덟번째 시간 메모와 발제 (9)
| 2024.05.02 | 조회 76
2024.05.02 76
264
[레비스트로스의 숲] 일곱번째 시간 후기 (10)
| 2024.05.02 | 조회 84
2024.05.02 84
263
[낭독] 일리아드 9번째 후기 - 16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4)
코난 | 2024.05.01 | 조회 50
코난 2024.05.01 50
262
<분해의 정원> 밭 탐방 후기 (4)
오영 | 2024.04.29 | 조회 72
오영 2024.04.29 72
261
<분해의 정원>생명에서 생명으로 두번째시간 (5)
오늘 | 2024.04.29 | 조회 78
오늘 2024.04.29 78
260
[낭독] 일리아드 8번째 후기 - 16장 파트로클로스가 전세를 역전 시키다 (2)
잎사귀 | 2024.04.28 | 조회 41
잎사귀 2024.04.28 41
259
더-낭독 <일리아드> 일곱 번째 시간 후기 (3)
느티나무 | 2024.04.25 | 조회 57
느티나무 2024.04.25 5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