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태의 세계> 첫 시간 후기

토토로
2022-07-04 11:46
80

단기 세미나 <중동태의 세계> 첫 시간 세미나를 하였습니다.

 

중동태? 이런것도 있나요?

아~~~ 이 철학자(고쿠분 고이치로)가 개발한 '개념어' 인가 보구나....저는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군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아주 먼 옛날, 기원전 인도-유럽어를 비롯한 일부 언어에 능동태, 수동태 뿐 아니라 '중동태'라는 동사의 태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수동태보다 중동태가 더 일반적인 것이었다네요. 수동태는 오히려 중동태에서 파생되었고, 중동태가 사라지면서 부각된 태라고 합니다.

중동태를 우리말로 옮겨 보자면. 주어가 ~~한 상태에 있다 정도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주어가 한 행동으로 주어의 어떤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완료 상태), 주어가 한 행동이 재귀적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라고고 보면 되겠지요. 물론 이밖에도 의미는 많긴합니다.

 

능동태-수동태 대립 퍼스펙티브 // 능동태-중동태 대립 퍼스펙티브

지금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어에는 능동태와 수동태. 두가지 태밖에 없습니다. 행하거나 당하거나!(주체-객체의 이원적 분리같은..)  이런 능동태 수동태 퍼스펙티브에서는 행하는 자의 의지와 책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스스로 행하는 행동들이 과연 다 의지적인 것인가에 의문을 던집니다. 수업시간에 잠든 아이에겐 잠들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자살을 택한 사람이 자기 의지만으로 죽음을 택한것은 아닐테니까요. 능동태/수동태의 이원적인 퍼스펙티브로는 해석해내기 힘든 사실들이 세상엔 많이 숨겨져있습니다. 

 

그런 의문을 풀기위해 저자는 기원전 그리스어에 있었던 능동태/중동태 퍼스펙티브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중동태는 너무 오래전에 사라졌고, 더군다나 저자는 일본인입니다. 따라서 그는 중동태에 주목했던 몇몇 학자들을 소환합니다.

기원전 1세기에 <테크네>라는 문법서를 쓴 트라쿠스, 철학자 데리다, 정신분석학자 라캉, 그리고 언어학자 벤베니스트.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학자는 1900년대 중반 활약한 프랑스의 언어학자 벤베니스트 입니다.

벤베니스트의 중동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동태는 의미가 다의적이다.

*능동과 수동의 대립에서는 하느냐, 당하느냐가 문제가 되지만 능동과 중동 대립에서는 행위자가 행위의 바깥에 있느냐, 안에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중동태에서 주어는 그 과정의 행위자이면서 그 중심에 있다. 동작의 내부에 있다.

 

같은 능동태라고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벤베니스트에 영향을 받은 고쿠분 고이치로는 중동태 뿐 아니라 능동태에도 주목을 합니다.

능동태/수동태 대립 퍼스펙티브에서의 능동태와, 능동태/중동태 대립의 퍼스펙티브에서의 능동태.

그 두 능동태는 형태는 같은 것일지라도 의미는 달라진다고합니다. 두 퍼스텍티브 자체가 다르기에 비록 형태가 같을 지라도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능동태/수동태 퍼스펙티브에서의 능동태라면 의례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의지'라는 개념이 기원전 능동태/중동태 퍼스펙티브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철학도, 언어학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다행히 저자의 설명이 난해하지는 않고, 공부를 많이 하신 여러 샘들이 잘 설명을 해주셔서 저는 그럭저럭 재밌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음시간엔 스피노자, 하이데거, 들뢰즈가 등장하면서 어려워 질 것 같기도 하지만...잘 따라가 보겠습니다^^

 

댓글 3
  • 2022-07-05 09:50

    당연하게 생각하던 방식에 질문을 던지면 흥미로워요~
    강독으로 읽는 것도 좋더군요^^

  • 2022-07-05 10:03

    빠르고 핵심정리된 후기 감사감사 ㅎㅎ

    왜 바쁜 데 이걸 한다고 했지 후회했지만 .. 재밌어서 후회 철회.. 이건 능동인지 중동인지. 하긴 의지로 해석할 때 후회도 생기는 거겠죠 ㅎㅎ

    왜 하이데거가 이오니아의 사유로 거슬러올라갔는지도 이렇게 연결된다는 게 재미있었고,

    고쿠분이  앎의 지도를 그려가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지식들을 해석하고 활용하고 쉽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술능력이  부럽다고 할까요? 배우고싶달까요?

  • 2022-07-05 10:41

    향모를 땋으며에서는 유정의 문법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사물들을 다 유정한 주체로 부르는 언어를 쓰는 삶과 인간 외의 사물은 몽땅 대상으로 보는 삶이 얼마나 다를지에 대해 말하고 있더군요.

    중동태/ 능동태 퍼스펙티브와 능동태/ 수동태 퍼스펙티브도 마찬가지로 다를 수밖에..

    사는 게 변하며 언어도 변하고, 언어가 변하니 삶이 또 거기에 갇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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