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기금 : 441-910008-41705 (하나은행) 정성미
문탁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공부와 자립을 위한 복주머니입니다. 청년들의 활동과 장학금 그리고 기본소득을 지원합니다.

연대기금 : 352-0621-1403-73 (농협) 권성희

좋은 삶을 위한 인간, 비인간의 분투에 공감하고 배우며 지원하는 일에 쓰입니다. 새로운 연대활동 제안과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릴레이②] 내가 생각하는 기후위기(서인)

늑대
2022-09-05 00:13
496

불타는 지구의 나는

 

처음, 엄마에게 나의 입장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생각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난 사실 조금 짜증이 났다. 이미 학교숙제를 하고 놀기에도 바쁜데, 뭘 또 시키냐는 생각이 들면서 자동으로 인상은 구겨졌다. 엄마의 꼬임에 넘어가서 글을 쓰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계속 귀찮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최근에 엄마가 나에게 환경다큐를 보라는 명령이 아닌 명령을 했을 때, 난 다시 귀찮아졌다. 이미 뻔히 아는 내용들, 그러니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막아야하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주된 요인은 소와 양 등의 가축이라는 것, 이런 사실들을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추천한 다큐를 보자, 내 마음에는 놀람과 경이로움 그리고 불편함이 자라났다. 놀람과 경이로움의 이유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내가 본 다큐는 그동안 보던 방식과는 다른 경로의 환경보호를 제시했다.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있는 탄소를 줄이자는 이야기였다.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탄소연료로 바꾼다, 그리고 이중 일부를 뿌리로 보내고, 토양미생물들에게 이 탄소를 먹인다. 그 과정에서 토양미생물들은 일종의 탄소접착제를 만들어 공기와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이것이 바로 탄소가 땅에 고정되는 방법이다. 이렇게 땅에 고정되는 탄소는 토양이 훼손되면 공기 중으로 흩어지게 된다. 토양이 점점 훼손될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의 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다큐는 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되는 것을 소비하자는 결론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내 불편함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다큐의 내용이 나와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환경농업을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채식을 하지도 않는다. 나는 플라스틱제품을 사용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다큐를 보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는 나와 평소의 나 사이에는 너무나도 많은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 괴리감을 좁힐 수 없었고, 결국 난 나와, 나를 비난하는 듯한 다큐의 내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말았다.

 

내가 어렸을 땐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자타공인 독서광이었고, 당연히 환경관련 책들도 읽어보았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에 관심이 생기면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제인구달이 되었다. 조금 더 크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환경문제,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고민했었다. 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침묵의 봄을 읽어 보았고, 그것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 저자)은 그 책을 읽은 후 단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인이 되었다. 좋아하는 위인이나 닮고 싶은 위인을 소개 할 때 항상 그를 소개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인 6학년 때, 나는 다시 한번 내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는 졸업식에서 우리의 꿈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꿈과 관련이 있는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여러 가지 이름의 상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슈바이처처럼 잘 알려진 인물들 이었다. 선생님께서 추가하고 싶은 상이 있냐고 말씀 하셨을 때 나는 손을 들었고 환경과 관련된 상으로 ‘레이첼 카슨 상’을 추가하자고 말했다. 이름이 ‘제인구달 상’으로 바뀌기는 했으나 그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나는 환경운동가라고 크게 쓰여 있는 스크린을 등지고 서서, ‘제인구달 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민망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랬던 나의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은, 중학교에 올라온 후였던 것 같다.

 

중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첫 일년은 괜찮았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실제로 등교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나는 온라인클래스를 들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2학년 때 시작되었다. 제대로 등교를 시작하니 초등학교보다 5분이 더 길어진 수업시간이 실감이 났고, 점점 피곤해졌다. 늘어난 등하교 거리와 수행평가의 양도 피곤함을 부추겼다. 집에 오면 4시에서 5시였고 숙제를 하고 저녁을 먹고 문제집을 풀다보면 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 가운데에 ‘환경’과 ‘지구온난화’ 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내 마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제의 나를 비난했다. 관련 이슈를 볼 때 마다 안타까움과 함께 이런 느낌들이 가중되었고, 나는 조금씩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 채식에 대한 내용을 꺼리게 되었다. 불편함을 느끼며 행동하기엔, 나는 너무 게을렀다. 공부와 환경문제에 대해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생활에서 나는 공부를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항상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이런 부담감을 조금만 덜어내고, 거기에 다른 관심을 추가할 수만 있다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내 몸은 따라주지를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환경문제에 직접 나서는 청소년들도 많다고 느끼고, 학교에서도 더 많은 지구온난화와 제로웨이스트 등의 환경문제에 관한 설명을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 나는 우리가 이렇게 환경에 관심을 가져 봤자 지금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의 활약이 중요하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젊은 세대들의 말을 기성세대가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아무리 입 아프게 말해도 말이라는 건 들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연대가 중요 할 것 같다. 또한 나는 우리 모두가 지구온난화에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어른들이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와 탄소에 대한 책임은 꽤 상당수가 기성세대에서 온 것이다.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갈 우리들도 물론 환경보호에 중점을 맞추고 나아가야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나서서 빠른 지지를 해 주어야지 청소년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최근에 겪은 홍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멀리 있는 줄 알았던 기후위기가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환경문제에 대해서 노력을 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는 없다. 미래의 위기를 걱정하며 거창한 일들을 하기에는 난 현재의 안락함이 소중한 평범한 청소년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쓰고, 기후위기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실천을 염두에 두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나는 이런 생각과 다짐들을 시작으로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조금은 느리고 서툴러도 괜찮다면, 기후위기에 발 벗고 나서고 싶은 나와 손 놓고 방관하는 나 사이의 거리감을 줄여나가고 싶다. 작은 행동들을 쌓아 가면서 점점 지구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붉은 지구, 불타는 지구의 나는, 게으르고 또 이기적이지만, 푸른 지구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물들을 지키고 싶다.

 

댓글 5
  • 2022-09-05 08:25

    현재의 안락함이 소중한 평범한 청소년 서인이가 기후위기를 초래한 기성세대에게 청년세대의 말 좀 귀 열고 들어보라고,,

    그래야 지구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하네요 뜨끔합니다.

    “바쁜 중학생”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 2022-09-05 10:10

    서인이의 글을 읽는 동안 , 붉으락 푸르락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요.

    기후위기에 발벗고 나서고 싶은 나와 손놓고 싶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힐수 있게 다시 마음을 다져봅니다.

    그리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 2022-09-05 12:55

    좋은 글이네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어요~

  • 2022-09-05 17:25

    아, 침묵의 봄을 읽고 환경운동가를 꿈꾸었던 서인이가 이 글 속에도 살아 있네요.

    공부의 짐을 지우고, 거기에 더해 기후위기의 무거운 짐을 지워서 정말 미안해요.

    이런 세상을 만든 어른의 한 사람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앞으로도 이렇게 생생한 목소리 더 자주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2-09-06 08:39

    서인이 글에서 우리가 해야할 어떤 것들이 암시되어 있네요.

    어른들이 말 좀 들을 것.

    환경문제를 정말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또는 의지를 가지려면 부담스럽지 않게 

    시간과 여건을 확보할 것. 

    청년들을 지지할 것, 말로만 말고 여러가지로..

    고마워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86
N [연극+강의] 어쩌면 이상한 몸_서로 의지하기 (15)
관리쟈 | 2024.04.25 | 조회 214
관리쟈 2024.04.25 214
285
[경사로 통신 4] 4월 21일, 짓기와 거주하기 오프라인 워크숍 : ‘공유지를 크립화!’ (4)
석운동 | 2024.04.24 | 조회 186
석운동 2024.04.24 186
284
2024년 봄 녹색평론 185호 읽기 첫 게릴라 세미나 (5)
ekfvoddl | 2024.04.22 | 조회 176
ekfvoddl 2024.04.22 176
283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투쟁에 갑니다 (4)
관리쟈 | 2024.04.14 | 조회 218
관리쟈 2024.04.14 218
282
탈탈통신(8호)-탈탈낭독회 후기 (13)
두루미 | 2024.04.09 | 조회 442
두루미 2024.04.09 442
281
길위기금 뉴스레터 '구우' vol. 2 (6)
청량리 | 2024.04.08 | 조회 200
청량리 2024.04.08 200
280
[경사로통신 3] 로이 만세!! & 공유지를 크립화! (5)
관리쟈 | 2024.04.04 | 조회 216
관리쟈 2024.04.04 216
279
탈탈통신(7호)-준비사항 체크체크! (3)
토토로 | 2024.03.31 | 조회 198
토토로 2024.03.31 198
278
탈탈통신(6호) - 이보나님께 쌍화탕 한 재 보내드려야~ (8)
두루미 | 2024.03.28 | 조회 212
두루미 2024.03.28 212
277
일본어 세미나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뚜버기 | 2024.03.27 | 조회 44
뚜버기 2024.03.27 44
276
영화인문학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띠우 | 2024.03.26 | 조회 65
띠우 2024.03.26 65
275
탈탈통신(5호) 오늘은 진행표 검토하는 날 (5)
곰곰 | 2024.03.26 | 조회 183
곰곰 2024.03.26 18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