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경제학> 세번째 후기

곰곰
2022-06-26 15:53
243

“경제는 설계다”

 

우리는 지금껏 경제가 법칙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경제는 본질적으로 선형적인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설계는 생명 세계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속에서 고통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경제는 다시 설계될 수 있다. 자연을 모델로, 척도로, 또 멘토로 삼아 '베풂'이라는 설계가 가능하다. 이러한 가치 전환은 꼭 한 단계씩 밟아나갈 필요는 없으며 사실 그렇게 할 시간도 없다. 아낌없이 베푸는 설계로 바로 뛰어오르면 된다.

 

이번에 읽은 5장에서는 부자로 만들어주는 성장신화에서 분배 설계로, 6장에서는 저절로 깨끗해진다는 성장만능주의에서 재생 설계로의 ‘환골탈태’적 방향 전환을 이야기한다.

 

세미나는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띠우조(토토로, 오늘, 노라), 달팽이조(참, 넝쿨, 느티나무), 뚜버기조(고마리, 아낫, 곰곰)다.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을 얘기하면서 누가 토지를 소유하고, 누가 노동을 소유하고, 누가 지식을 소유하는가 등 ‘소유’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토지 소유 문제. 헨리 조지는 일찌감치 토지에서 비롯되는 불로소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모두 일을 하지만, 토지는 일을 하지 않고도 주변 공동체 성원들이 열심히 일한 가치와 성과 덕분에 값이 오른다. 헨리 조지는 토지 가치세를 주장했고 토지를 등기본 소유자가 아닌 공동체가 공동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자기조절’이라는 애덤스미스의 논리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하딘의 주장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정당화시켰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공유지를 떠올리며 공유지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이 얼마나 달라질지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 ‘한국 내셔날 트러스트’라는 재단이 있는데, 천리포 수목원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한다. 소유권의 형식을 다르게 한 케이스로, 토지를 사고 팔지 않는단다.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과 문화 유산 등을 시민들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이라고 하는데, 책에서 얘기한 ‘커먼스 신탁’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노동 소유 문제. 주주가 소유하는 주식회사가 아닌, 직원 소유 기업과 협동조합의 시스템에 대해 얘기했다. 저자 역시 주주우선주의가 재계의 지배적 관행임이 틀림없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 주요 대기업의 작동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낫샘은 소시오크라시(Sociocracy)라는 자율경영 시스템을 소개해 주셨는데, 기존의 시스템이 up-down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소시오크라시는 bottom-up 설계에 중심을 둔다고 한다. 그런 기업에서는 조직도 자체가 교집합, 소통의 구조로 나타나며 ‘No secret’(투명성)을 모토로 한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에서 이런 식으로 조직도를 다시 짜는 일은 쉽지 않기에 설립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미국의 ‘파타고니아’ 같은 회사가 대안적 기업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창업자 마인드부터 경영 철학까지 모두 혁신적이라 우리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환경에 대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어 주목을 받았던 ‘바디샵’이 지금은 화장품계 거대기업인 로레알에게 인수되었다고 소식에 기운이 빠진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금의 시스템 하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버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테다.

 

지식 소유 문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 탈중앙화할 수 있는 혁명적 기술임에도 코인, 투기와 연결되면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음이 안타까웠다. 책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카피레프트 라이센스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언급한다. 하지만 깃허브(소스코드를 온라인에서 저장가능한 플랫폼)는 MS사에 인수되었고, 리눅스 역시 실리콘밸리 거대기업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구글 등은 카피레프트의 선기능을 이용한 후 무력화시키는 방식, 또는 아예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를 부과시키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렇기에 노동 소유의 문제에서나 지식 소유의 문제에서나 국가의 지원 없이는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전체 토론에서는 <도넛경제학>이 너무 낙관적인 비전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오히려 무력감을 느낀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정책화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구체적인 실현 측면에서는 어렵고 무겁게, 무력하게 다가온다는 평이다. 달팽이샘은 네그리가 <어셈블리>에서 먼저 수적으로 힘을 모아 세력화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밀고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셨는데,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노력하면 힘이 커지는 일, 그러면서도 장래에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려하는 구체적인 측정 요소들, 도구들은 이미 많이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와 불가능하다, 이상적이다, 안된다라는 두려움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댓글 4
  • 2022-06-27 16:49

    띠우, 노라, 토토로, 오늘이 속한 조에서는 발제문 토대로 분배와 재생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또 현재 폴란드에서 환경관련 기업 평가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라님 딸, 채원양이 전해 준 유럽내 기업 움직임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큰 존재감이 없었을 채원양의 일이 폴란드에서는 꽤 높은 급여의 일이라는 사실에 다들 부러워했던것이 기억에 남네요^^

     

    바쁜 중에도 후기 올려 주신 곰곰샘 고생하셨습니다~

    • 2022-06-28 12:04

      꽤 높은 임금? 177만원?

       

      하여간 도넛경제학 책 재미있네요

      뭘 할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네요

       

       

  • 2022-06-29 02:05

    부자를 계속 부자로 만들어 주는 성공신화에서 분배로 넘어가는게 쉽지 않겠죠.

    조별 토론에서 느티샘이 사기업광고를 지우는 캠페인?(법의 제제를 피할 수 있는 선)을 통해 '물건을 사지 않을 권리'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것이 생각났답니다 ~~

    곰곰님의 후기로 또 한번 복습 했네요~~^^

  • 2022-06-29 08:46

    지난 시간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을 지 궁금했는데, 곰곰샘 후기 덕분에 해소됐네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상상을 할 수 있을 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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