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실험일지 #80 우리 세 돌 됐어요! -영어강독 사람들
2023년 1월 3일, 단기 영어강독 세미나가 시작된 날.
그리고 지금, 3개월 짜리 세미나가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3주년을 기념하며 영어강독 세미나를 기록하는 글을 남겨보고 싶다. 이왕이면 나 뿐 아니라, 세미나 친구들의 이갸기가 들어간 글을.

첫 책 <더블린 사람들>. 종교와 관습에 마비된 아일랜드 더블린 사람들. "너는 깨닫는 순간, 즉 '에피파니'를 만났니?" 라는 질문과 함께 원서 읽는 재미를 알려준 고마운 책! 그리고.... 어색하고 수줍어하며 처음 만난 우리들.
윤슬&진공묘유&플로우(구 복혜숙)님은 초창기부터 함께 한 분들이다. 한때 잡음과 불편한 감정도 있었고 지지부진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세미나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함께 해준 고맙고 든든한 이들이다.
진공묘유는 작년에 작은 영어 교습소를 열었다. '원서 읽기를 통한 영어학습'을 지향하는 곳! 학원을 운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당시 그녀는 모든 일을 혼자 책임져야 했기에 불안하고 두려웠는지 자주 울었고 우리들은 그녀를 토닥였다. 현재 학원은 아---주 잘 되고 있고 묘유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많아졌다.
“영어 강독을 하면서, 학원을 차릴 용기를 얻었어요. 이 세미나가 저에게 하나의 중요한 ‘점(DOT)’ 이었어요. 이 점을 다른 점과 연결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어요!”

<젊은 예술가의 초상>, 원서를 읽기 위해서는 영어 뿐 아니라 종교, 문화 관습, 제도 까지 알아야 한다는 걸 혹독하게 가르쳐 준 책. 어질 어질 어렵고 고단했던...

<멋진 신세계>, 생각할 거리는 많았지만 미학적인 부분에선 상당히 아쉬웠다.ㅋ

<노인과 바다>, 거장(노인)과 거장(물고기)의 상호존중과 목숨을 건 사투가 인상적이었다.
보리&재하&원기님은 올해 합류한 친구들이다.
보리님은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긴 시간을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은데다 학력고사 이후 33년만에 발화해보는 영어라 했다. 세미나를 선택하는 데 나름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덜컥 하겠다고 한 이후, 예전에 공부할 때 느꼈던 기억들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외국어 공부가 이렇게 골 때리는 구석이 있었지, 재미있기도 했지, 왜 모든 단어를 다 아는데 외계어처럼 해석이 안되는 가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지, 또 문화마다 느끼고 표현하는 게 신기하도록 다 달랐었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똑같아서 놀라웠지...그런 기억들”
보리님은 화요일이면 일찍 와서 청소를 돕고, ‘볼 게 많다’며 이어가게 매대도 꼼꼼히 살핀다. 33년만의 발화라는 보리샘의 영어낭독은 정성스럽고 매끄럽다.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뜻이리라. 우리들은 보리샘과 금세 친해졌다.

조지오웰의 에세이 5편, 2차 세계대전 이전 오웰이 경험한 것들. 더러운 학교, 매질, 과도한 경쟁, 차별, 그리고 식민지에 대한 내용은 우리의 과거와 꽤 많이 겹쳐졌다. 이 즈음 영국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재하님이 영국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려 주었다. 덕분에 오웰의 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빨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튜브 볼 때처럼 1.25배속, 1.5배속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느리게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자연스레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중증 알콜중독자, 실업자, 허영꾼, 무기력자, 몽상가, 독재자에게서 나 자신 뿐아니라 부모형제, 친구의 모습도 발견한다.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이 소환되고, ‘인간은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 갖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강독 만큼이나 중요하고 우리들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재하&원기님이 있어서 젊은 세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데, 작품을 토대로 하기 때문인지 30년, 40년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자연스럽다. (나는 아주 가-----끔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 도 있다.ㅋ) 그렇게 세미나를 마치면 우리는 후기를 남긴다. 댓글로 못다한 말을 쓸 수 있다. 이것들이 많이 쌓이면 정말 귀중한 자료 저장소가 될 것이다.

11월 11일 원기님은 빼빼로 데이라며 슬쩍 빼빼로를 내밀었다. 생각도 못했는데! 작지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What a Small, Good Thing!!
원기&재하님을 보며 느낀 점, 2000년 이전엔 교과서와 자습서를 통해 영어를 '과목'으로 배웠다면, 2000년 이후 이들은 각종 영상, 원서, 놀이식 학습을 통해 영어를 '언어'로 익혔다는 점 이다. (그 둘이 예외적으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어에 부담감이 (거의) 없는 그들이 신기하고 부럽다.

요즘 읽고 있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
쉬운 단어, 간결한 문장 덕분에 술술 읽히지만 묵직한 이야기. 우리는 매 시간 카버에게 감탄하고 있다.
일본어 강독 세미나는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세미나계의 <전원일기>! 부럽다. 15년 넘게 이어오기 위해 알게 모르게 팀원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영어강독도 일본어강독 처럼 장수할 수 있을까? 그랬음 좋겠다. 앞으로 3년뒤 "우리 이제 6주년 됐어요! 기록도 이렇게 많이 쌓였어요."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자,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으며....2026년도 즐겁게 가보자! Go!
-
에코실험일지 #81. 새해가 밝았어요 (7)곰곰 | 2026.01.12 | 조회 155
-
에코실험일지 #80 우리 세 돌 됐어요! -영어강독 사람들 (9)토토로 | 2025.12.22 | 조회 271
-
에코실험일지 #79 블랙 프라이데이 (21)노라 | 2025.12.17 | 조회 299
-
에코실험일지 #78 한 트러블 메이커의 깨달음 (5)참 | 2025.12.15 | 조회 200
-
[에코실험일지] #77 파지사유는 계획 중 (4)수수 | 2025.12.11 | 조회 192
-
[에코실험일지] #76 한 해를 돌아보다 (4)띠우 | 2025.12.08 | 조회 215
-
[에코실험일지] #75 2025년 마지막 백일장-겸사겸사장 (8)뚜버기 | 2025.12.05 | 조회 204
-
[에코실험일지] # 74 분해의 정원 2025 (7)달팽이 | 2025.11.29 | 조회 228
-
[에코실험일지] #73 왕초보 텃밭일지 - 한 해의 마무리 (8)느티나무 | 2025.11.24 | 조회 181
-
[에코실험일지] #72 사부작사부작 (8)곰곰 | 2025.11.20 | 조회 211
-
[에코실험일지] #71 요즘 꼴랩은 뭐해? (6)참 | 2025.11.18 | 조회 176
-
[에코실험일지] #70 그냥 자~알 놀았습니다! (가을파동 일기) (8)수수 | 2025.11.09 | 조회 216

짝짝짝
앞으로 12년 더 하면 일본어세미나 따라잡을수 있어요 ㅋㅋ
영어셈나 회원분들께 토토로님의 애틋한 맘이 스르르 전달될듯
달달한 영어셈나팀!!
셈나계의 전원일기까지 홧팅~~
Totoro, ummm. . . Thank you!! Thanks a lot!!
👍👍👍👍
Kkkkkk
영어강독 합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나~토토로샘~
따스한 영강팀의 분위기가
글과 사진속에 은은하게 전해지네요~
넘 좋다~ 성탄카드 읽은 거 같은 느낌^^
와~~ 이래서 정리하는 게 필요한 거군요!
이렇게 히스토리를 써 주시니 중간에 들어온 저에게 '이어짐'이 느껴져서 3년을 함께 한 것 같은 느낌인데요? ^^
영어강독과 3년의 시간을 보냈군요. 한줄 한줄 읽은 책들이 꽤 많네요. ㅎㅎ
덕분에 많이 웃고, 즐거웠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해요~
영어강독 멋지십니다~
내년엔 우리 일본어강독과 뭔가 재미난 일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