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경제세미나] 『판도라의 희망』9, 10장 후기

토용
2019-04-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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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희망마지막 세미나를 했다.

라투르는 9장의 제목을 행위에 대한 약간의 놀라움이라고 달고, 물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리의 생각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브라만 계급인 자간나트는 자신의 집안을 보호하는 신성한 돌 살리그램을 천민들에게 만지게함으로써

그것이 결코 우상(물신)이 아니라 단순한 돌일 뿐임을 알게 하고자 했다.

그러나 천민들은 자간나트(우상파괴주의자)가 살리그램을 천민이 만져야만 하는 대상으로 변질시키고,

반드시 그것을 만짐으로써 우상을 파괴해야 한다는 그 믿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자간나트의 의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라투르는 이 예를 통해 파괴된 것은 물신이 아니라 논증과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주장하기와 행위하기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살리그램이 물신이라는 믿음은 오직 우상파괴주의자의 마음 속에만 있을 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간나트가 천민들에게 했어야 할 것은 단순히 살리그램을 만지는 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물신이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물신과 사실은 같은 어원을 가진다. 그것들은 모두 제조된 것이며 제조되지 않은 것이다.

물신과 사실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근대의 발명이다.

따라서 라투르는 망치로 우상을 파괴하는 방식은 잔해에 잔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일 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라투르는 대안으로 팩티쉬 개념을 제시한다.

팩티쉬(factish)는 사실(fact)과 사물 집착(fetish)이 조합된 것이다.

사실을 사물 집착의 반대인 것으로 보는 그리고 사실을 사물 집착이라고 비난하는 대신,

모든 유형의 활동에서의 행위자(actor)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그는 지식인의 역할은 스스로 팩티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팩티쉬가 사실과 물신으로, 믿음과 사물로 변형되는 위협에 대항하여 존재론적 지위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세미나 시간에 이와 관련하여 복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문탁에서 복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돈을 물신으로 생각하여 그 대안으로 만들었지만 때로는 복도 물신이 되는 경우가 생겼다.

(라투르가 망치로 우상을 파괴하는 방식은 잔해에 잔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일 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경우에 해당할까?)

물론 단순히 돈의 물신을 극복하기 위해 복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할 수는 없다.

복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용법을 발명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던 그동안의 우리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돈을 물신으로 취급하는 대신에 다른 용법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팩티쉬 개념을 바탕으로 돌봄과 주의에 기반한 행위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무진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투르 책 두 권의 세미나를 하는 동안 난 겨우 세 번 세미나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라투르의 생소한 용어들에 익숙하지가 않다.

더군다나 판도라의 희망은 너무 어려워서 거의 이해도 못했다.

원래 이번 시즌에서 라투르의 책은 두 권만 읽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직 라투르의 이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한 권 더 읽기로 했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읽고 나면 마을 경제-공동체 살림살이에 대한 질문과 나아가야할 방향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난 그저 좀 더 라투르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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